[염성덕의 사방팔방] 24. 최순실의 ‘악다구니’, 누구를 향한 것인지

최순실씨가 25일 서울 강남구 박영수 특별검사 사무실로 소환되면서 고함을 지르고 있다. 뉴시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공동주범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씨가 25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강제 소환되며 악다구니에 가까운 고함을 질렀다. 호송차에서 내린 최씨는 특검팀 사무실로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어가며 큰소리를 쳤다.

지금까지 국민은 마스크를 쓰고 고개를 숙인 채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사람으로 최씨를 기억했다. 하지만 이날 최씨는 작심한 듯 가시 돋친 발언을 쏟아냈다. 속사포처럼 토해내고 교도관들에게 둘러싸이는 바람에 정확하게 들리지 않는 발언도 있었다.

 국정을 농단한 사람의 표정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호송차에서 내릴 때부터 최씨는 조사를 받으러 관계기관에 출두할 때 사용하던 자신의 전매특허인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자유롭게 고함을 치기 위해 사전 준비를 한 것으로 보인다. 모처럼 만에 입을 연 최씨의 주장을 하나하나 뜯어보자.

최순실씨가 25일 박영수 특별검사 사무실로 소환되면서 "여기는 더이상 민주주의 특검이 아니다"라고 큰소리를 치고 있다. 뉴시스

# “민주주의 특검 아니다”
“여기는 더 이상 민주주의 특검이 아닙니다.”
최씨의 범죄 혐의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국정농단, 뇌물수수, 인사개입, 딸 정유라씨의 이대 부정입학과 부당한 학사관리 등 검찰이나 특검팀 수사 결과 드러난 혐의는 수두룩하다. 검찰과 특검팀의 수사, 국회 국정조사특위의 조사, 법원의 재판,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은 모두 박 대통령과 고위 공직자, 최씨와 경제계 등의 유착 의혹 때문에 진행된 일이다. 

앞으로 법원의 재판, 특검의 보강 조사, 헌재의 탄핵심판을 통해 추가로 드러나는 혐의도 적잖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씨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 헌법을 유린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혐의의 상당 부분이 사실로 밝혀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씨가 특검팀을 강력히 부인하는 장면을 보면 어처구니가 없어 입을 다물 수 없다.

# 손자까지 거론해 뭘 얻겠다는 건지
“너무 억울해요. 우리 애들까지. 어린 손자까지 이렇게 하는 것은….”
최씨의 딸 정유라씨가 덴마크 사법당국에 구금돼 어린 아들을 돌볼 수 없게 된 것을 항의한 발언인 모양이다. 그러나 최씨의 항변은 논리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 정씨는 이대 입학·학사 과정에서 각종 특혜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최순실씨가 25일 박영수 특별검사 사무실로 출두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리고 있다. 최씨는 평소와 다르게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뉴시스

 25일 새벽 구속영장이 기각된 최경희 전 이대 총장을 제외하고 현재까지 4명이 정씨 특혜 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구속됐다. 정씨는 자진 귀국해 특검팀 수사에 응하는 것이 도리다. 그런데도 덴마크에서 변호사를 선임하는 등 송환을 거부하고 있다. 특검팀의 활동 시한이 끝날 때까지 버티겠다는 의도일 것이다.

정씨의 19개월 된 어린 아들이 엄마와 떨어져 지내는 것을 보고 가슴이 찡하지 않을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자녀를 낳아서 키운 우리나라의 부모라면 정씨의 어린 아들의 처지를 안타깝게 여길 것이다. 최씨와 정씨의 범죄혐의가 아무리 미워도 어린 아들은 이번 사건과 전혀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엄마의 사랑을 받고 자라야 할 어린 아들의 사정이 딱하다고 해서 현행법을 위반하면서까지 편리를 봐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교정시설에서의 양육은 생후 18개월까지만 허용하고 있다. 따라서 19개월 된 정씨 아들은 해당되지 않는다. 최씨는 손자까지 들먹이며 설득력 없는 궤변을 늘어놓지 말고 변호인을 통해 정씨의 조속한 귀국을 설득하는 것이 옳은 처사다.

# ‘자백 강요’ 주장은 법정에서 해야
“특검이 자백을 강요하고 있다.”
특검팀은 25일 최씨 주장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 근거 없는 트집이고 특검 수사에 흠집을 내려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특검은 최씨가 지난해 12월 24일 소환 조사를 받은 뒤 ‘정신적 충격’ ‘건강상 이유’ ‘탄핵심판 출석과 재판 준비’ ‘강압 수사’ 등을 이유로 6차례나 출석을 거부하자 23일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강제 소환했다. 수사를 받지 않으려고 이런저런 이유로 소환에 불응한 최씨에 대해 특검이 체포영장이라는 강수를 두자 최씨가 터무니없는 주장을 한 것으로 특검은 보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한 최순실씨. 뉴시스

 전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되는 수사에서 특검팀이 무리수를 둘 것으로 보는 이들이 과연 있을까. 최씨가 강압 수사를 받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면 전국에 생중계되는 TV 카메라 앞에서 억울함을 호소하지 말고 법정에서 방어권을 행사해야 한다.

# 엘리베이터 앞에서 버티는 모습도 연출
평소 최씨는 고개를 숙이고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서둘러 엘리베이터 안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이날은 평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였다. 고함을 치면서 미처 전달하지 못한 내용이 있는지, 엘리베이터 앞에서 버티는 듯한 자세까지 취했다. 이어 엘리베이터 안으로 떠밀려 들어가면서도 뒤를 돌아보며 고함을 치려는 듯한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 덴마크=AP/뉴시스

과연 최씨가 이런 말과 행동을 할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특검팀 수사와 법원의 재판 과정을 통해 혐의의 사실 여부와 법리를 다투면 될 일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충격에 빠진 국민의 부아를 돋우는 행동을 하면 안 된다.

염성덕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sdyu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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