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버티기가 더욱 노골화 되고 있다. 지난해 1~3차 담화 때까지 간헐적으로 보여줬던 '사과' 모드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억울' 모드가 그 빈자리를 메꿨다.

 박 대통령은 25일 민족 최대의 명절 설을 앞두고 인터넷 방송 '정규재tv'와 인터뷰를 했다. 이 방송은 보수 언론인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주필이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매체다. 

 한 시간 가깝게 진행된 인터뷰는 정 주필이 박 대통령 측 헌법재판소 대리인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이뤄졌다고 한다. 위기에 몰린 박 대통령이 설 여론몰이를 위해 자신의 입맛에 맞는 보수 매체를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증명하듯 정 주필은 인터뷰 전 "박 대통령이 어떤 질문도 좋다고 했다"고 소개하면서도 정작 이번 국정농단의 핵심인 미르·K스포츠 재단 모금 과정의 박 대통령 개입 여부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묻지 않았다. 세월호 7시간 의혹에 대해서도 '당시 대통령이 무엇을 했느냐'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여성 비하'로 유도했고, 박 대통령은 기다렸다는 듯 맞장구를 쳤다.

 하루가 멀다 하고 국정농단과 관련한 정황과 증언들이 이과수 폭포수처럼 쏟아지고 있는데도 박 대통령은 인터뷰 내내 "아니다" "모른다" "거짓말" 등으로 일관했다. 지난해 검찰에 처음 소환됐을 때 "죽을 죄를 지었다"고 했던 최순실도 같은 날 특검에 출두하면서 "억울하다"고 고래고래 고함쳤다. 

 두 사람의 대응방식이 판박이다. 경제공동체는 아닐지 몰라도 운명공동체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박 대통령은 탄핵음모론도 제기했다. 누군가 자기를 엮기 위해 오래전부터 기획했다는 거다. 그러나 구체적 근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과연 대한민국에 살아있는 권력을 끌어내릴 조직과 세력이 존재하거나 존재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박 대통령의 확증편향은 도를 넘었다. 박 대통령은 태극기집회 참여 인원이 촛불집회의 두 배를 넘어섰고, 촛불집회 역시 이명박 정권 때의 광우병 시위와 마찬가지로 근거가 약하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은 지금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이 현실이 아닌 꿈이라고 믿고 싶은 자기 최면상태에 빠져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박 대통령은 '시간은 내 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버티면 악화된 여론이 돌아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듯하다. 태극기집회에 힘을 얻은 것은 확실해 보인다. 

 박 대통령은 "정윤회와 밀회를 했느냐", "정유라가 대통령 딸이냐"는 질문에 "나라 품격 떨어지는 일"이라고 했다. 누구 때문에 나라의 품격이 나락으로 떨어졌는지 국민은 다 안다. 시간 뒤에 숨는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무의미한 연명치료는 안 하는 게 좋다.             

 
 

       

이흥우 선임기자 hw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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