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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성덕의 사방팔방] 25. 탄핵 결정 어려워지고 있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3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제5대 헌법재판소장 퇴임식을 전후해 다양한 표정을 짓고 있다. 뉴시스

헌법재판소도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되게 됐다. 박한철 헌재 소장이 31일 6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기 때문이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이끌고 있는 행정부에 이어 헌재도 비정상적 운영이 불가피하게 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심판을 진행하고 있는 헌재로서는 박 소장의 공백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탄핵 심리를 깊이 있게 진행하되 최대한 속도를 내야 한다. 이정미 재판관마저 퇴임하게 되면 과연 헌재가 탄핵심판의 결론을 낼 수 있을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 헌법재판소법의 관련 조항을 살펴보자.

헌법재판소법 제6조는 ‘재판관의 임기가 만료되거나 정년이 도래하는 경우에는 임기만료일 또는 정년도래일까지 후임자를 임명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법 제7조는 ‘재판관의 임기는 6년으로 하며 연임할 수 있다. 재판관의 정년을 70세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헌재는 9명의 재판관으로 구성하고, 재판관은 대통령이 임명한다. 재판관 중 3명은 국회에서 선출하는 사람을, 3명은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사람을 임명한다. 물론 재판관은 국회 인사청문 과정을 거쳐야 한다. 박 소장은 대통령이 지명한 인사이기 때문에 황교안 권한대행이 지명해야 한다. 하지만 황 권한대행이 임기가 만료되는 박 소장의 후임을 지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헌재는 8명 체제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31일 퇴임식을 마친 뒤 차량에 타기 전 손을 흔들고 있다. 뉴시스

문제는 이정미 재판관이 3월 13일 퇴임을 앞두고 있다는 점이다. 박 소장의 후임을 지명하지 않은 것을 보면 정치역학상 이 재판관의 후임도 지명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재판관은 대법원장이 지명한 사람이다. 이 재판관이 물러나면 헌재 재판관은 7명으로 줄어든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재판부는 재판관 7명 이상의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하고, ‘법률의 위헌결정’ ‘탄핵 결정’ ‘정당해산 결정’ ‘헌법소원에 관한 인용결정(認容決定)’일 경우 재판관 6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박 대통령 탄핵심판에 대한 결정을 내리려면 7명 이상의 재판관이 출석해 심리하고, 6명 이상의 재판관이 찬성을 해야 한다.

따라서 박 소장에 이어 이 재판관이 퇴임하고 나면 탄핵 결론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계산하면 금방 알 수 있다. 이전에는 9명 가운데 6명이 찬성(66.7%)하면 탄핵 결정이 가능했다. 하지만 박 소장이 그만두면 8명 가운데 6명이 찬성(75%)해야 하고, 이 재판관마저 퇴임하면 7명 가운데 6명이 찬성(85.7%)해야 가능하게 된 것이다. 만약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로 단 한 명이라도 궐석이 생기면 헌재가 제 기능을 할 수 없게 된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재판관회의는 재판관 7명 이상이 출석해야 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정미 헌법재판관이 3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제5대 헌법재판소장 퇴임식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뉴시스

이런 문제 때문에 박 소장은 탄핵심판의 조속한 결론을 강조해왔다. 박 소장은 지난 25일 탄핵심판 9차 변론에서 “이정미 헌법재판관이 퇴임하는 3월 13일 이전에 탄핵심판의 결론을 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심판절차가 진행되는 경우 심판정족수를 가까스로 충족하는 7명의 재판관만으로 심리해야 하는 상황까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헌재 결정은 9인의 재판관으로 구성되는 재판관들이 치열하게 논의해 도출되는 결론으로 재판관 각자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31일 퇴임사에서도 ‘속전속결’을 강조했다. 박 소장은 “세계 정치와 경제질서의 격변 속에서 대통령의 직무정지 상태가 벌써 두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의 중대성에 비춰 조속히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점을 모든 국민이 공감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소장은 “동료 재판관님들을 비롯한 여러 헌법재판소 구성원들이 각고의 노력을 다해 사건의 실체와 헌법·법률 위배 여부를 엄격하게 심사함으로써 헌법재판소가 최종적인 헌법수호자 역할을 다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께서도 헌법재판소의 엄정하고 철저한 심리를 믿고 지켜봐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헌재 재판관들의 신분 변동에 따라 박 대통령 탄핵심판이 중대 기로를 맞게 됐다. 탄핵에 필요한 찬성률이 66.7%에서 이미 75%로 높아졌고, 이 수치가 85.7%를 향해 가고 있다. 85.7%는 만장일치에 가까운 수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헌재 재판관들이 각자 독립적으로 결론을 내리는 점을 감안하면 이끌어내기 어려운 수치임에 틀림없다.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단의 이중환 변호사가 생각에 잠겨 있다. 뉴시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이 증인을 대거 신청하면서 탄핵심판의 심리 기간을 늘리려는 이유는 분명하다. 재판관이 줄어들수록 헌재의 탄핵심판이 박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진행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 대리인단의 ‘심리 지연 전략’은 정도(正道)가 아니다. 박 대통령이 기자간담회나 특정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밝힌 것처럼 떳떳하다고 자신한다면 헌재의 탄핵심판 심리와 특검 조사에 조건 없이 응하는 것이 옳은 처사다.

염성덕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sdyu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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