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알려진 것 보다 훨씬 앞서 나가있는 대선 선두주자다. 전국을 여러차례 돌았고, 정책도 어떤 후보보다 앞서있다. 2012년 '사람은 좋다'던 평을 들었던 그는 집요하게 만반의 준비를 갖춰 나가고 있다. 이재명 성남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는 번갈아가며 급등세를 겪었다. 하지만 이 시장의 시간이 끝난 것도, 안 지사가 최고점을 찍은 것도 아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 등 주요 변곡점이 많이 남아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들이 준비된 문 전 대표에 맞서 어떤 공약을 내놓는지가 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의 2017년 대선 지형이 왼쪽부터 이재명-문재인-안희정 순으로 정리되고 있다. 대세론을 형성한 문재인 전 대표의 정치영역은 가장 넓지만, 그만큼 험난하다. 이재명 성남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는 좁은 길을 가고 있다. 한번만 삐끗하면 되돌아오기 어려운 길이다.

 교통정리가 끝날 것 같았던 대선 지형이 탄핵 지연 가능성, 이 시장과 안 지사의 급등락으로 다시 안갯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민주당 비주류 의원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김종인 전 비대위 대표는 이달 말 독일에서 돌아온 후 거취를 밝힌다. 모든 상황이 2월말-3월초 사이에 몰려있다. 이 거대한 변곡점을 앞에 두고 세 주자는 전열 정비에 나섰다.

 문재인의 험로(險路)
개혁과 혁신을 내세우며 지난 5년간 권토중래한 문 전 대표는 결국 대세론을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가장 많은 정책 공약을 공개하고 국가적 어젠다를 제안했다. 그는 ‘준비된 후보’가 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이 시장과 안 지사 사이에서 매사의 선택이 어렵다. 무게중심이 옮겨질 때마다 당 안팎에서 포화가 쏟아진다. 지지층만큼 안티도 집결한다. 따라서 대세론 수성이 가장 관건이다. 지난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미세하지만 지지율이 다시 하락하며 30% 아래로 내려왔다.

문 전 대표는 누구보다 가장 먼저 대선 준비를 해왔다. 2012년 대선 석패 후 탄탄한 지지층을 기반으로 지방 현안·민생 행보→탄핵 정국 주도→적폐세력 척결 국면을 선제적으로 제시해 대선 레이스를 리드했다. 이른바 부족한 ‘외연 확장력’은 외부 인사 영입으로 보완했다. 정치 철학에 동의하는 원로 및 중도·보수 인사를 영입하는 데 공을 들였다.

이 부분에 딜레마가 있다. 캠프 입장에선 적폐 척결, 국가 개혁 노선에 반하는 사람을 영입하긴 어렵다. 그러면서도 확장력이 있는 인사를 영입해야 한다.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처럼 앞으로도 모험수가 없으리라 장담하기 어렵다. 김종인 전 비대위 대표도 마찬가지다. 박근혜대통령 만들기에 헌신했던 그를 받아들이긴 어렵지만, 대중은 극적인 ‘화해’를 기대하고 있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문 전 대표는 정의로운 세상 기조 아래 불공정, 부패를 청산하려는 뚜렷한 목표가 있다”면서 “그런데 그 목표를 넘어서는 사람과 함께 한다는 것은 목표 자체를 버리는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대선 주자 중 가장 넓은 운동장을 쓰지만 운신의 폭은 그만큼 넓지 않다. 만약 대연정을 안 지사가 아닌 문 전 대표가 말했다면 뭇매를 맞고 쓰러졌을 것이다. 그의 길엔 이런 걸림돌이 적지 많다. 고도의 균형감각이 필요하다.

문 전 대표의 또 다른 확장성 확보 노력은 바로 지역 구도 타파다. ‘사상 최초로 전국에서 지지받는 대통령’을 목표로 제시한 그는 실제로 전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전 지역에서 압도적 1위는 아니지만 어느 후보도 그처럼 전국 규모 지지를 받지 못한다. 더불어포럼은 이런 지역 확장성을 위한 조직이다. 추구하는 가치에 동의하는 지역 명망가들을 영입해 풀뿌리 조직을 구성한다. 이들은 향후 지역 기반 정책이나 현안을 다룰 때 전문가 그룹 역할을 해줄 것이다.

다음으로는 정책 우선주의다. 그는 다른 주자들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기 전부터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을 통해 정책을 준비해왔다. 이미 국가 바로세우기부터 4차 산업혁명까지 6차례 릴레이 구상을 발표한 그는 앞으로도 3~4차례 더 구상을 내놓을 예정이다. 다른 주자 입장에서 볼 땐 숨막히는 상황이다. 그리고 정책을 미리 밝힌 다는 건 검증을 자임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역시 어려운 길이다.

국민성장 조대엽 부소장(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은 지난 6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공정·협력·책임국가 기조 아래 정치·경제·사회·성평등·안전사회·복지사회·외교안보 등 7개 모델로 이를 구체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대선 공약을 참고했다 하더라도 무척 광범위하다. 이 과정에서 ‘공공일자리 81만개 공약’이 논란을 빚었지만 공약 구상 차원임을 감안하면 얼마든지 다듬을 수 있다. 캠프 관계자는 “공공일자리를 중심으로 하는 기조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싱크탱크의 정책 초안을 캠프에서 정무적으로 다듬는 과정을 보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출범한 싱크탱크와 달리 ‘문재인 캠프’는 지난 8일에야 5대 본부장이 선임됐다. 앞으로 공약은 정책본부에서 맡아 싱크탱크와 조율하게 될 것이다.

이재명·안희정의 협로(峽路)
이 시장과 안 지사의 길은 산골짜기 사이 좁은 길이다. 한번 떨어지면 되돌아오기 어렵다. 가장 공격적인 이 시장은 이미 한 차례 문 전 대표와 각을 세웠다가 ‘집토끼’를 잃었던 적도 있다. 탄핵 기각 시 헌법재판소 퇴진운동도 불사하는 그는 적폐청산, 재벌개혁 등을 내세워 가장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반면 성남시정에서 완수한 행정능력이 안정감을 보완한다. 적어도 성남시에서만큼은 그는 진보·보수를 넘어서는 지지를 받는 인물이다.

탄핵정국이 잦아들면서 그의 지지율도 점차 하락했다. 좀처럼 반전의 계기를 찾지 못했지만 헌재의 탄핵 지연·기각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이재명의 시간’이 돌아오고 있다. 새누리당 이인제·김문수 후보가 탄핵기각을 주장하며 극우 진영을 자극하자 자연스럽게 대항마로 자리매김하는 모습이다. 그는 민주당이 탄핵 완수 목표를 정하기 전부터 헌재 앞을 찾아 탄핵 결정을 촉구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여는 등 ‘탄핵 우선’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자연스럽게 지난주 한국갤럽조사에서 지지율도 반등했다.

가장 강한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막무가내식 인재 영입은 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 한 의원에 따르면 이 시장은 “도와주면 좋은데, 어려우면 어쩔 수 없고…” 식으로 어렵게 부탁을 했다고 한다. 한 전략통 정치인과 만나서는 영입 논의 끝에 “나완 생각이 너무 다르다”며 제안을 거절했다. 그가 도와줬다면 한결 편했을 게 자명하지만 그는 오랜 요청을 스스로 거둬들였다.

안 지사는 한국 정치사에 드문 실험적 길을 가고 있다. 가장 큰 강점은 대연정을 비롯한 그의 제안을 여야를 막론하고 ‘정략적’이라고 비판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시대교체’를 내세운 그는 지난해 대선 출마 선언 전부터 탄흔으로 점철된 대한민국 과거사의 장점만을 흡수하겠다고 강조해왔다. 야권 대선 주자 중 유일한 정당 정치인 출신인 그의 과거 행보는 신뢰를 더한다는 평가다.

본인이 관여하지 않았던 참여정부의 대북송금특검에 대해서도 12일 “햇볕정책을 추진한 분들이 겪은 고초에는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사과했다. 문 전 대표에 대한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냈던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조차 “안 지사는 특검 내용과 진행 등에 전혀 관계치 않았다”고 설명하고 “이렇게 정치를 하셔야 감동을 먹습니다. 화이팅! 안희정 지사”라고 말할 정도다.

이 시장과 안 지사의 단점은 문 전 대표가 공을 들이고 있는 정책 분야에 있다. 문 전 대표가 국가 전 분야를 망라하는 정책을 개발하고 있는 데 반해 이 두 명은 왜소한 모습으로 서 있다. 이들에게 문 전 대표는 캐치프레이즈 정도로 따라잡을 수 있는 선행주자가 아니다. 앞으로 본격적인 경선이 시작되면 얼마나 문 전 대표의 준비를 누를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물론 탄핵 결정이 예상과 달리 진행된다면? 모든 건 다시 제로베이스다. 우린 그런 상황에서 어떤 사람이 대통령이 됐는지 경험해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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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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