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보다 특종을 좇던 기자였습니다. 지난해 1월 3살 딸아이가 급성백혈병 진단을 받고서야 ‘아빠’가 됐습니다. 이후 인영이의 투병 생활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땅의 모든 소아난치병 환우와 아빠엄마들을 응원합니다.



인영이는 올해 우리 나이로 5살이 됐다. 언니 윤영이는 5살 때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한글을 읽어 엄마아빠를 흥분시켰다. 그런 언니에 비해 인영이는 아직 '낫 놓고 ㄱ 자'도 모른다. 매일 밤 10시가 넘었는데 “9시 되면 잘거야”라는 ‘헛소리’를 하는 수준이다. 그러면서 욕심도 많아 자기 전에는 10권도 넘는 책을 읽어달라며 갖고 온다.
언니 덕분에 인영이가 난생 처음 기역을 썼다. 니은까지 진도나가는 데는 실패했지만 1년 전을 생각하면 감개무량하다.

토요일, 추워서 하루 종일 집에만 있을 때 청소하면서 윤영이한테 인영이를 맡겼다. 윤영이가 누워서 인영이한테 책을 읽어주더니, 자기 방으로 데리고 가서 한글을 가르쳐주고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인영이는 언니가 시키는 대로 ‘ㄱ’을 쓰고 있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아프다고 말도 못하던 녀석이 ‘ㄱ’자를 쓰는 걸 보니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물론 ‘ㄴ’까지 진도를 나가는 것은 실패했다).
인영이가 제일 좋아하는 '병원'이란 제목의 책이다. 인영이는 언니가 읽어주는데 자꾸 그림만 보고 페이지를 넘기려한다.

인영이는 기저귀 떼는 것도 조금 느리다. 최근 팬티를 좀 입더니 요즘은 기저귀가 편하다며 팬티 입기를 거부하고 있다. 늦은 아이들은 유치원에 가서 친구들을 보면 바로 기저귀를 뗀다고 하는데, 인영이는 그럴 상황이 아니라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한다.
우리집의 인영대군께서 언니가 피아노 치는 걸 방해하고 있다. 우리집 권력서열 1위다.

이렇게 인영이의 교육과 발달에 조금 걱정을 하고 있던 차에 페이스북에서 1년 전 오늘 썼던 글이 올라왔다. 아마도 인영이가 척수검사를 받은 날이었나 보다. 그날 나는 ‘하루하루 대못이 박히는 듯 하다. 척수 주사를 맞으며 경기를 일으키는 딸의 구부려진 사지를 간호사와 함께 옥죈 뒤 한동안 아이의 눈을 바라볼 수 없었다’고 적었다. 그 글을 보니 학교 가기 전까지 한글을 몰라도, 기저귀를 못 떼도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아빠, 언니 모두 부려먹는 우리 집안의 폭군 ‘인영대군’이 언제까지나 건강하기만을 바랄 뿐이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더 보기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