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힘들지? 어묵국물 먹으렴” 푸드트럭 사역 젊은 목회자

15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중앙로 학원가에 자리 잡은 푸드트럭 앞은 한 무리의 여중생들로 북적였다.

“방탄소년단 노래 들어봤냐. 장난 아니지. 아 짜증나게 엄마는 그런 거 듣지 말고 공부나 하래. 학원가기 진짜 싫어.” 

친구의 푸념을 듣던 학생들은 격하게 공감하는 듯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세벗교회 문희준 목사(왼쪽)와 이민우 전도사가 15일 서울 양천구 목동 학원가에 푸드트럭을 세워놓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보연 인턴기자

푸드트럭에 앉아 가만히 지켜보던 이민우(35) 전도사는 컵에 어묵 국물을 담아 학생들에게 건넸다. 

“공부하기 힘들지? 추운데 이것 좀 더 먹어라.” 

따뜻한 말 한마디에 학생들은 쑥스러워 하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또 올게요.”

이 전도사는 문희준(32) 목사와 함께 지난달부터 ‘푸드트럭’ 운전대를 잡았다. 두 사람은 어묵과 핫도그, 프랑스식 먹거리인 크루아상타이야끼를 만들어 판다.

서울신대 선후배인 두 사람은 2015년 세벗교회를 개척한 후 함께 목회하고 있다. 세벗교회는 ‘세상의 벗’을 자처하며 ‘아무것도 가지지 않는 교회’를 추구한다. 그래서 교회 건물이 없고 목회자들은 사례비를 받지 않는다. 헌금은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한다.

푸드트럭은 두 사람의 생계수단이다. 예배는 서울 홍익대 인근 음악연습실을 빌려 드리고 있다. 다음 달부터는 월세 10만원을 내고 신촌의 스튜디오를 예배처소로 사용할 계획이다.

푸드트럭은 이 전도사와 문 목사가 속해있는 단체 ‘개혁을 고민하는 사람들의 생활비’가 진행하는 사업의 일환이다. 이 단체는 목회자들의 자비량 사역을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기업과 연계해 일하기를 원하는 목회자나 신학생들에게 일자리를 주선하는 일을 주로 한다. 600여명의 회원이 있다.

세벗교회 문희준 목사(왼쪽)와 이민우 전도사가 15일 서울 양천구 목동 학원가에 푸드트럭을 세워놓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보연 인턴기자

“많은 교회가 재정문제나 교회건축 과정에서 붉어진 갈등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봤습니다. 사전에 그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자비량목회를 선택했습니다. 사실 더 큰 이유는 세상과의 소통입니다. 예수님은 공생애 기간 특별히 거처를 정하지 않고 곳곳을 다니시며 복음을 전하셨습니다. 직업을 가짐으로써 교회 밖 사람들의 이야기를 가까이서 듣고 더 빨리 친해질 수 있거든요.”

이 전도사는 자비량 목회를 선택하게 된 배경을 이같이 설명했다. 기성교회에서 상처를 받았거나 교회에 대한 불신이 깊은 이들이 세벗교회를 찾고 있다.

푸드트럭을 하기 전 이 전도사는 의료기기 컨설팅을 했고 문 목사는 영어학원 강사로 일했다.

“후배들이 ‘신학 공부밖에 하지 않았기에 교회에서 받는 사례비 외에 다른 직업을 찾기 어렵다’고 호소하더군요. 시선을 조금만 돌려도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서 원래 하던 일을 그만두고 푸드트럭을 선택했습니다.” 

문 목사가 연신 반죽을 저으며 말했다.

두 사람은 푸드트럭을 하기 위해 카페와 음식점을 찾아다니며 직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조리방법을 조금씩 배웠다. 밀가루 수십 포대를 버리며 실패를 거듭한 끝에야 완벽한 조리법을 터득할 수 있었다. 하지만 푸드트럭이 안정권에 접어들면 자비량 목회를 원하는 이들에게 트럭을 양도할 계획이다.

푸드트럭의 전면에는 ‘우리가 여기 온 이유’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사람들이 궁금해 하죠. 온 이유를 묻는 이들도 있어요. 어디든지 가서 먹거리를 제공하고 기도하며 전도도 할 수 있습니다.” 

이 전도사는 푸드트럭의 장점을 설명했다. 그들은 평일에는 목동과 인천의 학원가, 토요일엔 촛불집회가 열리는 광화문 광장을 찾는다. 여분의 음식은 서울역 등의 노숙자들에게 전달한다.

이들은 최근 모교인 서울신대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다음 달부터 학교는 푸드트럭을 위한 공간을 내주고 두 사람은 장사를 하며 자비량 목회와 교회개척의 노하우를 학생들과 나눌 계획이다.

이사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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