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6일 저녁 서울중앙지법의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굳은 표정으로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그는 17일 오전 5시35분쯤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서울구치소에 그대로 수감됐다. 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결국 구속됐습니다. 특별검사팀의 추가 보강 수사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에게 거액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가 법원에서 소명됐기 때문입니다. 삼성 창업 79년 만에 총수가 구속된 것은 사상 처음입니다. 이에 따라 전날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인치된 이 부회장은 이번에는 구치소를 빠져나가지 못하고 이곳에 수감됐습니다. 그는 구치소 독방에서 힘겨운 수감 생활을 해야 합니다. 재계 총수 1위의 삶을 영위했던 그가 밑바닥 구치소 생활을 견딜 수 있을까요. 공식 수사 59일째(2월 17일 금요일)의 첫 번째 이야기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전격 구속된 17일 새벽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정문에서 관계자가 출입문을 닫고 있다. 뉴시스

# 2평짜리 독방에…최순실과 구치소 동기=구속영장은 17일 오전 5시35분쯤 법원에서 발부됐습니다. 영장 발부로 이 부회장은 어제부터 대기 중이던 서울구치소에 그대로 수감됐습니다. 그가 입은 수의에는 수인번호가 새겨졌습니다. 그가 지내야 할 감방은 6.56㎡(1.9평) 넓이의 독방(독거실)입니다. 2평이 채 되지 않는 곳이죠.

독방에는 침대용인 접이식 매트리스와 TV 1대, 책상 겸 밥상, 관물대가 있습니다. 변기와 세면대도 있죠. 바닥에는 전기 열선이 들어간 난방 패널이 깔려 있습니다. 난방 패널이 깔려 있다고 독방 전체가 따뜻할 리는 없습니다. 힘든 생활이 시작된 것이죠. 오전 6시 기상, 오후 8시 취침이랍니다. 식사는 독방 안에서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음식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정부 예산으로 책정된 식사 한 끼 비용은 1400원 정도입니다. 반찬은 3∼4가지죠. 식사 후에는 세면대에서 스스로 식판과 식기를 설거지해야 합니다. 전날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장장 7시간30분간의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저녁 8시 이후에 구치소에 도착한 이 부회장은 점심과 저녁을 걸렀다고 합니다. 오늘 아침은 1400원짜리 식사를 할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힘겨운 나날을 어떻게 견딜까요.

서울구치소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각종 범죄를 저지른 정·관계, 재계 거물급 인사들이 수용되는 곳입니다. 사회적 지위가 있는 ‘범털’들의 집합소죠. 지금 서울구치소에는 최순실씨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이번 국정농단 의혹의 주요 피의자들이 모두 독방에 수감돼 있습니다. 이 부회장은 이들과 구치소 동기가 된 것이죠.

구속영장이 기각된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이 17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나와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그는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법원의 구속 여부 결정이 나올 때까지 이곳에서 대기했다. 뉴시스

# 영장 발부… 데자뷔 아닌 반전 드라마=지난번 영장 기각 때의 데자뷔냐, 아니면 특검팀의 극적인 반전 드라마냐로 초미의 관심이 됐던 이 부회장의 운명은 결국 ‘반전 드라마’로 결론이 났습니다. 영장실질심사를 끝낸 한정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는 오늘 오전 5시35분쯤 “새롭게 구성된 범죄혐의 사실과 추가로 수집된 증거자료 등을 종합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영장을 발부했습니다. 첫 영장 기각 당시 소명이 부족했던 ‘부정한 청탁’과 ‘대가성’이 어느 정도 입증됐다고 본 모양입니다. 다만, 대한승마협회 회장인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기각했습니다. “피의자의 지위와 권한 범위, 실질적 역할 등에 비춰볼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입니다.

총수를 잃은 삼성그룹은 패닉 상태입니다. 망연자실 그 자체죠. 반면에 승부수를 던졌던 특검팀은 이 부회장 구속을 이끌어냄으로써 수사에 탄력을 받게 됐습니다. 이를 발판으로 박 대통령 직접 수사도 급물살을 타게 된 것입니다.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이 발부되자 주요 외신들은 서울발로 긴급기사를 일제히 타전했습니다. 이 부회장 구속이 세계적인 뉴스임에는 틀림없는 모양입니다.

박정태 선임기자 jt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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