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신학자 백소영 “태초의 명령 ‘살려라’, 교회는 실천하는가”

하나님이 태초에 인간에게 준 명령은 “생육하고 번성하라”(창 1: 28)였다. ‘살라’는 것이다. 예수는 가는 곳마다 병들고 억눌린 자를 살려냈다. 예수가 보여준 하나님 나라다. ‘살림’의 눈으로 성경을 읽는 것은 하나님의 명령을 이해하는 길이다. 신학자 백소영(49)은 신간 ‘성경으로 보는 사람 사는 이야기 1·2·3’(꽃자리)에서 살림을 실천한 성경 속 인물을 호명한다.

성경으로 보는 사람 사는 이야기 1·2·3/백소영 지음/꽃자리

김보연 인턴기자

저자를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사옥에서 만났다. 활기차 보였다. 하나님의 명령에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창세기 1장에 나온 하나님의 1차 존재명령 ‘생육하라’와 2차 구원명령 ‘다스리라’는 각각 ‘살아라’와 ‘살리라’로 번역될 수 있습니다. 인간에 대한 창조주의 가장 큰 바람은 인간이 스스로 번성하고 다른 피조물을 잘 다스리는 것입니다.”

저자는 살림을 절대적 명령으로 본다. “하나님은 ‘사자야, 토끼를 잘 살게 해라’고 하지 않으셨습니다. 인간에게만 다스림의 명령을 주셨습니다.” 이 책의 원고는 세월호 참사 후인 2014년 하반기부터 준비됐다. “하나님의 절대적 명령이 세월호 참사에서 철저히 부정됐다는 데 큰 아픔을 느꼈습니다.” 저자가 살림에 초점을 맞춰 구약을 읽게 된 배경이다.

“십브라와 부아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으세요?” 저자가 물었다. “십브라는 모세의 아내 십보라가 아닙니다. 출애굽기 1장에 나오는 히브리 산파입니다. 애굽 왕이 이들에게 ‘아들이거든 그를 죽이고 딸이거든 살려두라’고 합니다. 노예 삼고 있던 히브리인의 번성이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두 사람은 ‘하나님을 두려워해’ 애굽 왕의 명령을 듣지 않고 남자 아기들을 살립니다.”

모세는 이 무렵 태어났다. 이들이 살려낸 아이 중에는 모세가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저자는 봤다. “십브라와 부아가 한 ‘살림의 선택’은 이스라엘 공동체가 생육하고 번성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저자는 성경의 여러 인물을 위대한 명령의 수행자로 발굴해낸다. 라합, 사르밧 과부, 아비가일…. 한국교회에도 살림의 변화가 절실하다고 했다.

김보연 인턴기자

“말씀에 위배되는 가르침을 ‘정통’이라고 주장한 세력들에게 프로테스트(protest, 저항)했던 500년 전 종교개혁이 어느덧 또 다시 하나의 ‘정통’이 돼 한국 교회를 경직시키고 있습니다. 목사의 권위주의가 대표적이죠. 칼뱅이 칼뱅주의(Calvinism)가 된 것입니다. 하나님 안에서 우리 모두 제사장입니다. 믿음의 근원을 살려야 합니다.”


교회 안에서 ‘여성’을 살리는 것이 절실하다고 했다. “여성 안수를 위해 기도했다는 이유로 총신대 강단에서 쫓겨난 강호숙 박사는 온몸으로 화살을 맞고 있습니다. 여성 신학자의 책은 반쯤 (그 가치를) 깎아 내리고 봅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정의의 눈으로 성경 속 사건을 분석하기도 한다. 입다와 그의 딸 이야기(삿 11장)이 그 예다. “입다는 오로지 길르앗의 수장이 되기 위해 암몬 족속과 전쟁에 나아갔다가 딸을 번제물로 바치게 됩니다. 공적인 자리를 이용해 사적 이익을 도모한 결과입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연상되는 대목이다.


“저는 어릴 때부터 주인공이 아닌 주변인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다시 만들어보는 걸 좋아했어요. ‘콩쥐와 팥쥐’를 읽을 때 팥쥐 관점에서 생각해보고….” 이런 그의 섬세한 감수성이 다양한 해석론을 만나 성경 속 인물과 사건에 생기를 불어 넣는다. CBS TV ‘성경사랑방’에서 방송된 구약 강론 64회분이다. 이화여대와 동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2003년 미국 보스턴대에서 기독교 사회윤리로 신학박사 학위를 받고 모교에서 강의해왔다.

강주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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