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왼쪽)과 박 대통령 대리인인 김평우 전 대한변협 회장. 뉴시스


보수·진보 언론 가리지 않고 일제히 맹비난
법치(法治) 부인하는 듯한 막말 마구 쏟아내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단의 언행이 주요 언론으로부터 신랄한 비판을 받았다. 보수와 진보 성향을 가리지 않고 주요 언론들은 23일자 1면 기사와 사설 등을 통해 박 대통령 대리인단을 강력히 성토했다. 종종 보수·진보 언론들이 민감한 문제에 대해 서로 다른 의견을 개진한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주요 언론들의 비판 기사를 분석하기 전에 박 대통령 대리인단의 언행을 살펴보자. 이렇게 하는 것이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22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16차 변론에서 감정에 치우친 막말을 쏟아냈고, 탄핵 지연책도 꺼냈다. 다음은 박 대통령 대리인단의 발언을 요약한 것이다.

“뇌물에 직권남용, 강요 등을 복합해 섞어찌개 범죄를 만들어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소추한 것이다. 헌재가 (공정한 심리를) 안 해주면 시가전(市街戰)이 생기고 아스팔트가 피로 덮일 것이다. 대통령파와 국회파가 갈려 이 재판은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내란(內亂) 상태로 들어갈 수 있다. 대통령 한 사람한테 더군다나 여자 대통령한테 10분 단위로 보고하라니 말이 되냐. 강일원 재판관은 법관이 아니라 청구인(국회)의 수석대리인이다. 이정미 재판장도 문제가 있다. 자신의 퇴임일(3월 13일)에 맞춰 재판을 과속으로 진행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단 김평우 전 대한변협 회장. 뉴시스

국민일보는 <… 朴 대리인, 막말·비난 퍼부어>라는 제목의 1면 기사에서 “(박 대통령 대리인은) 재판부를 향해 ‘국회 대리인이냐’고 하고, 국회에 대해서는 ‘야쿠자’ ‘대역죄인’이라고 했다”고 비판했다.

 국민일보는 <대통령 대리인단, 탄핵심판을 진흙탕 만들려 하나>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단의 22일 변론은 막무가내였다. 재판관을 향해 ‘국회 측 수석대리인이냐’ ‘법을 아느냐’고 비난한 것을 비롯해 ‘사기극’ ‘북한식 정치탄압’ ‘헌재 자멸의 길’ 등 막말이 잇따랐다. ‘여자는 약자다. 법관은 약자 편에 서야 한다’는 해괴한 논리를 들이댔다. 필리버스터에 가까운 장광설을 늘어놓고, 박한철 전 헌재 소장 등 증인 20명을 무더기로 신청하더니 급기야 주심재판관 기피 신청까지 했다. 중차대한 사안을 다루는 최고 법정이란 사실을 의심케 한 이들의 행태는 도저히 정상적 변론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질타했다.

조선일보는 <탄핵심판 최종 변론은 27일 …>이라는 제목의 1면 기사에서 “박 대통령 측 변호인들은 주심(主審)인 강일원 재판관을 향해 ‘국회 측 수석 대리인 같다’고 하고, 이정미 소장 권한대행에 대해서는 ‘심판 봐야 할 사람이 (국회 측과) 편먹고 뛰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공격하면서 재판이 세 차례 중단되는 파행을 빚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대통령 측 ‘아스팔트에 피’, 경악할 法治 거부 선동>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22일 헌재에서 열린 탄핵심판 사건 변론에서 박근혜 대통령 측 변호인인 김평우 변호사가 ‘헌재가 (공정한 심리를) 안 해주면 시가전(市街戰)이 생기고 아스팔트가 피로 덮일 것’이라고 했다. 김 변호사는 ‘대통령파와 국회파가 갈려 이 재판은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내란(內亂) 상태로 들어갈 수 있다. 영국 크롬웰 혁명에서 100만명 이상이 죽었다’고도 했다. (중략) 이제 법리와 증거만으로 공방을 벌여야 하는 헌재 재판정에서조차 ‘피로 덮일 것’ ‘내란’과 같은 선동이 나왔다. 심각한 일이다”고 우려했다.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단 이중환 변호사. 뉴시스


동아일보는 <김평우 “강일원 주심은 국회 대리인”/ 이정미 “모욕적 언사, 감히 할말인가”>라는 제목의 1면 톱에서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단 김평우 변호사가 22일 헌법재판소 박 대통령 탄핵심판 16차 변론기일에서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을 ‘국회 측 수석 대리인’이라고 비난하는 등 막말을 쏟아냈다. (중략) 김 변호사는 국회의 박 대통령 탄핵소추 사유를 ‘섞어찌개’라고 지칭하며 국회의 탄핵소추 절차와 내용 전체를 싸잡아 비판했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박 대통령, 헌법재판소까지 농단해선 안 된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재판에 임하는 박 대통령 측 대리인의 수준은 상식 이하다. 대리인단은 어제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에 대해 기피신청까지 냈다. 김평우 변호사는 강 재판관이 재판을 불공정하게 진행했다며 ‘국회 측 수석대리인’이라고 독설까지 퍼부었다. 법리를 따져야 할 심판정에서 수세에 몰린다고 극언까지 퍼붓는 것은 변호인의 격(格)을 드러낸다. 이정미 권한대행이 ‘감히 그런 말을 하느냐’며 기피신청을 각하한 것은 당연하다”고 비판했다.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뉴시스


한겨레는 <박대통령쪽 막장 변론 ‘헌재 농단’>이란 제목의 1면 톱에서 “박 대통령 대리인들은 변론 내내 재판관들을 향한 막말을 쏟아내는가 하면 지난달 31일 퇴임한 박한철 전 헌재소장까지 증인으로 신청해 ‘헌재 농단’이라는 비판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막가파식 떼쓰기’에도 ‘탄핵 열차’는 간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박근혜 대통령 쪽의 헌법 파괴가 도를 넘었다. 대통령 탄핵심판을 맡은 헌법재판소와 재판관들을 ‘막가파’ 식으로 비난하고, 헌재의 공정성과 탄핵심판의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를 걸고 나섰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8인 체제 선고’ 못 박은 헌재…>라는 제목의 1면 톱에서 “박 대통령 측은 2시간 넘게 헌재에 대한 원색적 비판이 섞인 변론을 이어가고 강일원 주심 재판관에 대한 기피 신청, 소추사유와 무관한 무더기 증인 신청 등 심판 정당성을 흔드는 총력전을 펼쳤다. 박 대통령 측은 탄핵심판 결과에 승복할지 아직 답변을 못하겠다며 대리인 총사퇴 등 마지막 ‘판깨기 카드’ 구사 가능성을 예고했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재판관 모독한 박 대통령 대리인의 행태, 도를 넘었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탄핵심판에 임하는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단의 행태가 도를 넘었다. 어제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16차 변론에서는 탄핵심판 사건의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을 ‘국회 수석대변인’이라고 모독하고, 재판관 기피 신청을 내는 막장극을 벌였다. 강 재판관이 박 대통령에게 불리한 질문 등을 많이 한다는 이유였다. 아무리 탄핵 위기에 몰렸다 해도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성토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주심 재판관인 강일원 헌법재판관. 뉴시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의 발언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을 넘어 ‘변호인단의 의식과 품격’을 의심케 한다. 마치 헌재가 탄핵 인용 결정을 내리면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을 뿐 아니라 폭력사태를 부를 것이라고 위협하는 듯하다.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염성덕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sdyu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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