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 전 박근혜 대통령의 자진사퇴(하야) 시나리오가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불과 며칠 차이일 뿐인데 탄핵 심판을 피해 자진사퇴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치권에서는 박 대통령에 대한 사법처리(특히 구속)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본다. 박영수 특검팀의 수사기간 연장 문제도 연관돼있다. 복수의 야권 관계자들이 생각하는 시나리오다.

①박영수 특검팀의 수사기한이 이달 말 종료된다.
②박근혜 대통령이 자진 사퇴한다.
③검찰이 다시 수사를 맡는다.
④전직 대통령 예우를 받는 박 대통령에 대해 검찰은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못할 것이다.
⑤어쩌면 차기 대선 전(황교안 권한대행 재직 중)에 박 대통령을 서둘러 불구속 기소할 수도 있다.
⑥대법원 확정판결까진 수년이 소요될 것이다.
⑦차기 대선 중 대구·경북(TK) 민심에 따라 박 대통령에 대한 사면 여부가 쟁점이 될 수 있다.
⑧대선주자의 사면 약속 혹은 차기 정부에서의 사면 가능성.

 현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뇌물공여 등 혐의로 구속된 상황이다. 뇌물을 준 사람이 있다면 받은 사람도 있다. 박 대통령이 탄핵 결정으로 자연인이 된다면 고강도 수사를 피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여기에 특검의 수사기간 연장 문제가 걸린다. 특검은 독립된 지위에서 적극적인 수사를 펼쳤다. 만약 수사기간이 연장되고, 탄핵이 인용된다면 특검은 박 대통령에 대해서도 이 부회장에 준하는 수사를 할 것이다. 반면 검찰은 행정부 지휘 아래 있다. 특검 수준의 고강도 수사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만약 황 권한대행이 특검 수사 기간을 연장하거나, 여야가 특검법 개정안을 통과시킨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황 권한대행은 답을 내놓지 않고 있고, 여야 합의는 무산됐다.

 남은 것은 정세균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이다. 야권도 정 의장에게 직권상정을 ‘압박’하고 있지만 정 의장은 무리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 의장은 23일 페이스북에 “입법 기관인 국회는 법의 원칙과 절차의 정당성을 준수해야 할 의무가 있다”라며 “천재지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원내교섭단체 대표 간 합의가 있을 경우에만 직권상정을 할 수 있다”고 썼다. 이어 “대통령 권한대행은 특검연장 여부의 재량권을 과도하게 사용해서는 안 된다. 대행에게 주어진 권한은 완전한 자유의지에 따른 의사결정이 아니라 특검법의 목적과 취지에 기속된 제한적 재량권”이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황 권한대행이 ‘해결’하라는 뜻이다.

 박 대통령의 자진 사퇴는 헌재의 탄핵 심판도 무산시킬 여지가 있다. 먼저 법조계에선 대통령이 자진사퇴할 경우 탄핵 심판을 진행할 수 있는 지 여부를 두고 이론이 있다. 야권에선 이 같은 법리적 다툼 외에 다른 복병 하나를 더 꼽는다. 8명의 재판관 중 2명만 ‘탄핵 사유 해소’ 또는 ‘법리적 이견’을 들어 재판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심리 정족수(7인)를 채우지 못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야권 핵심 관계자는 “탄핵 심판을 지속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지만 현실적으로 봤을 때 헌재가 정족수 한계로 심판을 끝내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대통령 측 변호인단이 심판정에서 막말을 쏟아내는 것도 아예 헌재 심판의 수준을 떨어뜨려 공정성 시비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것이란 해석까지 나온다. 이렇게 진행된다면 박 대통령은 1심에서 법정 구속되지 않는 이상 구속 수사를 피한 채 정치적 해결을 기대해볼 수 있는 셈이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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