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영이는 '집순이'다. 집을 사랑한다. 병원 무균병동에 입원했던 이후 집에 대한 애착이 더 심해졌다. 아프고 난 지 1년만에 처음 갔던 대천 1박2일 가족여행때, 인영이는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엄마 근데 집에 언제 가?”라고 물었다(밤에는 결국 집에 가고 싶다고 울다 잤다).
바다는 처음이었다. 인영이는 신기한 듯 모래사장에서 발길질을 했다. 둘이 손을 잡고 바닷가를 거닐었다. 아빠는 평생 네 손을 잡고 함께 걸어줄테다.

그 기억을 망각하고 다시 부산 여행을 감행했다. 이번에는 2박3일 도전. 기획재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조삼모사 오후 4시 퇴근’을 통한 내수활성화 대책을 발표한 지난 목요일에 휴가를 내고 세종을 떴다.

이번 여행 컨셉은 기차여행이었다. 4명이 기차칸에 둘러앉아 계란을 까먹으며 경치를 구경했다. 난생 처음 기차를 타본 인영이는 기차 타봤냐는 질문에 "아홉살때 타봤다"는 답변으로 우리를 인영이의 전생여행으로 이끌었다. 
인영이는 알고보니 돼지국밥 마니아였다. 다 잘먹어 좋았다.

오랜만에 찾은 해운대는 마치 외국의 한적한 거리를 걷는 느낌이었다. 취재가 아닌 가족여행으로는 부산은 처음이었다. 바다는 우리 가족의 마음을 탁 트이게했다. 2박3일 내내 ‘먹방’을 찍었다. 돼지국밥을 시작으로 밀면, 회, 브런치, 어묵, 곰탕, 상국이네 떡볶이 등등. 음식도 맛있고, 바다도 좋았다. 날씨가 싸늘하고 차를 갖고 가지 않아 광안리와 해운대를 벗어나지 않았지만 답답하지 않았다. 인영이도 백사장에서 모래를 신기한 듯 밟아보았다. 

문제는 인영이의 집 회귀 본능이 여전했다는 것. 잘 놀다가도 갑자기 집에 가서 공부(닌텐도 위 게임을 공부라고 표현한다)도 해야 하고, 장난감도 갖고 놀아야 한다며 집에 가자고 졸랐다. 아쿠라리움 갔다가 집에 간다고 거짓말하고, 저녁밥 먹으면 집에 간다고 뻥쳤다. 인영이는 지쳤는 지 마지막날 밤에는 “내일은 정말 집에 가는 거야?”라고 ‘양치기 소년’ 아빠한테 힘없이 물었다.
인영이가 바다처럼 넓고 깊게 살았으면 좋겠다. 물론 건강은 기본.

또 하나 옥의 티. 부산의 택시는 난폭+불친절의 조합이었다. 맛집을 찾아 이동할 때마다 카카오택시를 이용했는데 만나는 기사님들마다 퉁명스럽고 운전이 터프했다. 윤영이는 광안리로 이동하는 5분 동안 차멀미를 할 정도였다. 다음 여행에는 무조건 차를 갖고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집에 돌아와 보니 여행의 목적은 ‘집이 최고다’를 느끼게 하기 위해서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아이들은 패밀리 침대에서 가구 모서리에 다칠 걱정 없이 방방 뛰었다. 인영이는 밀린 (닌텐도 위) 공부에 행복해했다. '집이 최고다'는 말에 깡통시장을 못가 약간 아쉬운 윤영이는 "여행을 갔으니 그렇게 느끼는 것" 이라는 달관한 듯 말했다. 

‘메이크 어 위시’라는 단체가 있다. 난치병 어린이의 소원 하나를 들어주는 일을 하는 곳이다. 인영이 친구 중에는 이 단체 지원을 받아  여행을 갔다 오기도 했다. 엄마아빠 욕심에는 다음에는 하루를 더 늘려 제주도 3박4일 여행을 ‘메이크 어 위시’를 통해 가볼까 싶기도 한데 신청 절차를 찾아보고 포기했다. 아이가 나이가 어려 부모님이 대신 소원을 신청하면 직원이 직접 집에 찾아와 아이에게 정말 그 소원이 맞는지 확인을 한다고 한다.
바다를 눈앞에 두고 한 인영이와의 뽀뽀는 달콤했다. 평생 뇌리에 남을 것이다.

“인영아, 엄마가 인영이 여행가고 싶다고 하는데 맞니?”
“시러! 집이 조아. 집에서 공부할거야.”
제주도에 가고 싶은 욕심에 아픈 아이를 이용한 나쁜 부모로 전락할 게 분명하다.
집순아, 그런데 사실 아빠도 집에 제일 좋아. 찌찌뽕!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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