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권희 국무총리실 공보실장이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박영수 특검 연장을 거부한다고 밝히고 있다. 뉴시스

황교안 권한대행, 특검 수사 연장에 대못질
朴대통령과 측근들 대부분 의혹 부인·발뺌
朴대통령 대리인단, 헌재 권위 부정·막말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만 뒤늦게 후회

헌법재판소가 27일 마지막 변론을 끝으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최종 선고만을 남겨 놓았다. 헌재는 이날 오후 2시 대심판정에서 재판관 8명, 국회 탄핵소추위원단, 대통령 대리인단이 참석한 가운데 박 대통령 탄핵심판사건의 최종변론을 시작했다. 이날 변론에서 국회 소추위원단과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치열하게 법리 공방을 벌였다.

헌재는 늦어도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퇴임하는 3월 13일까지 탄핵심판 선고를 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9일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가결한 직후부터 탄핵심판 선고까지 박 대통령의 직무는 최소한 3개월가량 정지되는 셈이다. 헌재가 탄핵을 기각하면 박 대통령은 대통령직에 복귀하지만 인용하면 청와대에서 짐을 싸서 사저로 돌아가야 한다.

뒤돌아보면 탄핵정국은 박 대통령과 주변 인사들이 자초했다. 태극기집회 참가자들과 친박 정치인들이 아무리 박 대통령을 옹호하고 나서도 이런 평가는 변하지 않는다. 박 대통령은 이런저런 루트를 통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런 방식이 지지자들에게 먹힐지는 모르지만 여론의 향배마저 바꿀 순 없다. 탄핵 찬성 여론이 반대보다 압도적이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27일 오전 무역투자진흥회가 열린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회의실에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박 대통령은 정말 떳떳하다고 자신한다면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헌재에 출석해 소신대로 입장을 피력해야 했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특검팀과 헌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청와대 관저에 칩거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수사를 받기로 약속했다가 거부한 것과 판박이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27일 특검팀의 수사기간 연장 요청을 승인하지 않아 박 대통령 대면조사는 불발로 끝났다. 황 대행은 “특검법에서 규정한 당사자와 관련자를 기소했거나 기소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정도로 수사가 진행돼 특검법의 목적과 취지를 달성할 정도가 됐다”면서 “앞으로는 검찰이 특검법 취지대로 수사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 대행은 “이미 특별수사본부가 상당 부분 수사해 사건을 특검에 인계했고, 나머지도 충실하게 진행될 것”이라며 “만에 하나 추후 검찰 수사가 미진해 별도의 수사체계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정치권에서 판단해 새로운 특검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수 특별검사(왼쪽)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뉴시스

검찰 수사가 미진해 특검팀이 출범했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정점인 박 대통령 대면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황 대행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박영수 특검팀의 수사기간을 연장하면 되는데도 굳이 ‘돌고 도는’ 수사 시스템(박영수 특검 수사 종료→ 검찰 수사→ 미진하면 새로운 특검 추진)을 고집하는 황 대행의 속내를 이해할 수 없다. 박영수 특검팀이 박 대통령의 대면수사를 하지 못하도록 쐐기를 박은 조치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황 대행은 당장 국회 탄핵소추에 직면할지 모른다.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등 야 3당이 27일 황 대행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황 대행에 대한 탄핵은 국무총리 신분으로 진행되고,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발의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된다. 민주당(121석) 국민의당(39석) 정의당(6석) 등 야 3당의 의석이 166석에 달해 황 대행에 대한 탄핵 절차는 탄력을 받을 수 있다. 특검팀의 수사기간 연장 요청을 백안시한 황 대행은 역사의 준엄한 심판도 받게 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왼쪽)과 박영수 특별검사. 뉴시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또 어떤가. 이들은 헌재 권위를 부정하고 논리에서 벗어난 막말을 쏟아냈다. 헌재가 공정한 심리를 하지 않으면 시가전(市街戰) 내란(內亂) 같은 상태가 온다는 식의 협박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부적절한 발언을 지적하는 언론을 향해 “쓰레기는 꺼지라”라는 모욕적인 말도 했다. 박 대통령은 대리인단을 통해 자신이 헌재에 출석할 경우 헌재 재판관들과 국회 소추위원들의 ‘송곳 질문’을 받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리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끝내 헌재 출석을 거부했다. 결국 헌재 심리만 늦춘 꼴이 됐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헌재 ‘8인 체제’가 법적으로 잘못이라는 주장까지 내놓았다. 헌재 결정에 불복하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정점에 있는 박 대통령이 특검팀 수사와 헌재 출석을 외면한 것은 그 어떤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는 염치없는 짓이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대표적으로 ‘영혼 없는 공무원’이었다. 김 전 실장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관리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또 특검팀이 구속하자 법원에 ‘특검의 직무범위 이탈에 대한 이의신청’을 내는 어깃장까지 부렸다. 법원이 김 전 실장의 이의신청을 기각한 것은 당연한 결정이었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우병우 전 민정수석,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왼쪽부터). 국민DB, 뉴시스

우 전 수석은 “최순실씨는 모르고, 모든 것은 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랐다”고 책임을 박 대통령에게 돌렸다. 우 전 수석이 제 역할을 했으면 국정농단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는 무책임과 모르쇠로 일관했다.

구속된 지 52일 만에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그만둔 문 전 장관은 ‘사퇴의 변’을 통해 관련 혐의를 부인하고 사필귀정(事必歸正)이란 말까지 썼다. 사필귀정의 뜻을 알고 썼는지 궁금할 뿐이다. 그는 국민연금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함께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는 후안무치(厚顔無恥)한 모습까지 드러냈다.

이들과 비교할 때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약간 다르다. 안 전 수석은 지난 1월 법정에서 “검찰 소환 때만 해도 대통령을 보호해야겠다고 생각해 묵비권까지 행사하려 했었다. 하지만 변호인들이 ‘역사 앞에 섰다고 생각하고 반드시 진실을 말해야 한다’고 해 고심 끝에 있는 그대로 다 말했다”고 밝혔다.

안 전 수석은 지난 22일 헌재 16차 변론에 출석해 “대통령 지시에 순응한다는 차원에서 나름대로 판단을 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고백했다. 우 전 수석이 지난 21일 영장실질심사에서 “청와대에서 근무해 보면 압니다. 거기에선 대통령이 곧 법입니다”라고 말한 부분과 상당히 대비된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뉴시스

특검팀으로부터 사건을 넘겨받게 될 검찰은 조직의 명운을 걸고 적폐 청산에 나서야 한다. 1차 수사 때처럼 허술한 자세로 임하면 안 된다. 헌재 재판관들은 좌고우면하지 말고 오로지 법과 양심에 따라 탄핵심판 결정을 내려야 한다.

염성덕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sdyu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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