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온의 영화이야기] <111>트럼프와 할리우드 기사의 사진
트럼프로 분장한 메릴 스트립과 트럼프
‘이단아’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취임한지 한 달 남짓 지났다. 그러나 지금도 미국에선 여전히 공개적으로 트럼프에 반대하는 저명인사들의 발언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 투표하지 않은 후보가 당선됐더라도 그게 다수의 뜻인 만큼 결국은 대통령으로 인정하는 게 이제까지 미국인들의 훌륭한 민주적 관행이었건만 그런 전통도 더 이상 맥을 추지 못하는 듯싶다. 트럼프가 취임식을 갖고 공식적으로 대통령 자리에 올랐지만 심정적으로 그를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겠다거나 못하겠다는 분위기가 팽배해있기 때문이다.

이는 할리우드도 마찬가지다. 할리우드는 원래 트럼프가 당선되기 전부터 대다수가 반트럼프 정서를 노골적으로 드러냈지만 지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중 대표적인 예가 할리우드의 대표적 연기파 배우 메릴 스트립이다. 그는 지난달 골든글로브상 생애업적상 수상 연설에서 트럼프를 공개적으로 비난한데 이어 최근 열린 인권운동 기금모금 행사 연설에서도 트럼프를 또 다시 통박했다. 그는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됨으로써 여성과 동성애자들의 인권, 기타 시민들의 권리가 위기에 처했다면서 “우리는 이제 결코 다시 무지와 억압이 판치던 그 옛날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트립은 또 “나는 우리 세대에서 가장 과대평가된 배우이지만 가장 상을 많이 받은 배우”라고 말했다. 그가 골든글로브상 시상식 수상 연설을 통해 트럼프가 장애인 기자를 흉내 낸 것을 신랄히 비난하자 트럼프가 트위터로 스트립을 ‘과대평가된 배우’라고 힐난한데 대해 재차 응수한 것. 스트립은 연설 도중 감정이 격앙된 나머지 때로 눈시울이 붉어지는가 하면 목소리가 갈라지기도 하면서 트럼프의 당선으로 멘붕 상태에 빠진 모든 사람들이 단결해 트럼프에게 저항할 것을 호소하면서 연설을 끝맺었고 2분 동안 기립박수를 받았다.

이 같은 반트럼프 정서는 해외 영화계라고 다르지 않아서 지난 9일 개막한 베를린영화제 역시 트럼프를 겨냥한 정치판처럼 보일 정도였다. 우선 영화제 메인 사회를 맡은 독일 여성 코미디언 겸 배우 앙케 엥겔케는 영화제 심사위원단을 소개하면서 “당신들은 여기 영화제 때문에 와 있나요? 아니면 누군가가 당신들을 고국에 돌아가지 못하도록 붙잡아서 여기 있는 건가요?”라고 말해 큰 웃음을 자아냈다. 이 발언은 물론 일부 회교국가 사람들의 미국 입국을 금지한 트럼프를 비꼬는 조크였다.

엥겔케는 또 “메릴 스트립이 지난해 베를린 영화제 심사위원단 대표로 일을 잘 했는데 얼마 전 트위터로 그가 할리우드에서 가장 과대평가된 배우라는 걸 알게 됐다”며 “이제 다시는 그를 심사위원으로 위촉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농담을 던져 열띤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 역시 트위터로 스트립을 힐난한 트럼프를 조롱하는 조크였다.

그런가 하면 미카엘 뮐러 베를린 시장은 “베를린 장벽 철거 이후 우리는 결코 그같은 장벽이 사람들을 갈라놓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건만 이제 어느 때보다 그 다짐이 더욱 절실해졌다”고 말해 트럼프의 미-멕시코 장벽 설치 조치를 비난했다.

반면 이례적이게도 트럼프와의 반목 해소를 호소한 할리우드 톱스타도 있다. 매튜 매코노히. 그는 최근 한 TV쇼에 출연해 “미국의 문화엘리트들이 트럼프대통령을 그만 봐줘야(give him a break)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을 받고 ”그는 어쨌든 우리 대통령이다. 그를 포옹하고 그가 대통령이라는 사실과 악수하면서 앞으로 4년 동안 그와 건설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코노히는 ”일부 국민이 트럼프의 특정한 소신 및 정책에 동의하지 않는 건 이해하지만 어차피 그가 적어도 앞으로 4년 동안 우리 대통령인 바에야 그렇게 하는 게 과연 얼마나 건설적인지 돌이켜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매코노히의 부인은 브라질 이민자 출신으로 10대 시절 친척 방문차 로스앤젤레스에 왔다가 미국에 눌러앉은 케이스다.

김상온(프리랜서 영화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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