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인영이 임신 중에 ‘둘째는 아들 같다’고, 발길질이 다르다고 했었다. 아들과 캐치볼을 하는 게 꿈이었던 아빠는 설랬다. 인영이가 태어났을 때 처음 든 생각은 ‘아들 같다’였다. 아들 같은 딸, 인영이는 언니처럼 오밀조밀하게 생기지 않았지만 왠지 정감이 가는 둥글둥글한 스타일이었다.
그래서 인영이를 아들같이 키웠던 것 같다. 엄마아빠는 바빴고, 알아서 잘 크겠거니 했다. 인영이가 아팠을 때 더 아팠던 이유였다.
변신하고 출동. 엄마와 하루종일 집에 있는 인영이는 일주일 내내 엉클짐 수업을 기다린다.

일년이란 아렸던 시간이 지나고 요즘, 인영이를 보면 절로 웃음이 나온다. 아들처럼 방방 뛰어 다니는 모습이 보기 좋다. 인영이는 지난달부터 다니는 마트 문화센터의 ‘엉클짐’이란 수업에 홀딱 반했다. 집에서도 슈퍼맨 같은 엉클짐 망토를 걸치고 매일 뛰어다닌다. 오늘은 인영이가 엉클짐 5~7세반 첫 수업이었다. 지난달 수업은 4세 이하 반이어서 엄마가 옆에 앉아있을 수 있었지만 오늘부터는 수업에 혼자 들어가야 했다.
5세이상 반에는 보호자 없이 아이들만 수업을 받는다. 혼자 잘 할 수 있을까 한 엄마아빠의 조마조마하던 마음은 기우였다.

아내나 나나 걱정이 앞섰다. 엄마가 교실 문 앞에 대기했다가 울거나 힘들어할라 치면 바로 데리고 나오라고 신신당부했다. 퇴근 무렵, 아내가 인영이 사진과 동영상을 보내줬다. 인영이는 몸집은 제일 작았지만 어떤 아이보다 진도를 잘 따라갔다. ‘이제 다 컸네’ 라는 생각에 감격스러웠다.

오늘 알게 된 사실은 엉클짐 안경 색깔이 2가지였다는 점이다. 남자아이는 푸른색, 여자아이는 분홍색이었단다. 지난달 수업 시작할 때 인영이 짧은 머리를 보고 선생님이 인영이에게 푸른색을 준 것을 오늘에야 알았다. 조금 슬프기도 하지만 무슨 상관이람. 인영이의 망토는 그 어떤 아이 것보다 힘차게 펄럭이는 것을.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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