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해 6월 23일 중장거리전략탄도로케트 화성-10 시험발사를 현지 지도하면서 전화하고 있다. 뉴시스(북한 조선중앙TV 캡처)

국가 최고 권력자가 부정부패 스캔들의 비판 여론을 잠재울 목적으로 북한 변수, 이른바 ‘북풍(北風)’을 활용한다는 네티즌의 해학적 농담은 우리나라에서와 마찬가지로 일본에서 제법 통하는 모양입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밀약’으로 재해석한 일본 네티즌의 트윗이 현지에서 많은 공감을 얻고, 우리나라로까지 넘어왔습니다.

 우리나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타임라인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때마다 평화와 반전(反戰)의 목소리로 가득합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번엔 무슨 사건을 덮을 목적인가”라는 의문이 꼬리를 물기 마련입니다. 일본이라고 다를 게 없었습니다.

 이 네티즌은 북한이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4발을 발사한 지난 6일 웃으며 전화 통화하는 김 위원장의 사진을 올리고 이렇게 적었습니다.

트위터 캡처

 “여보세요? 탄도미사일 한 발을 쏴두긴 했는데… 요즘 너무 쏘는 거 아냐? 모리토모학원이나 카케학원 보도가 사그라지지 않던데… 추가할래? 요금은 별도야.”

 아베 총리가 부인 아키에 여사의 국유지 헐값 매각 논란, 이른바 ‘모리토모학원 스캔들’에서 대중의 시선을 돌릴 목적으로 김 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내용의 패러디입니다. 이 트윗은 꼬박 하루를 넘긴 7일 오후 2시 현재 3000건 넘게 리트윗됐습니다.

 ‘모리토모학원 스캔들’은 우리나라의 ‘최순실 게이트’처럼 국민적 공분에 휩싸일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아키에 여사가 명예교장을 지낸 사학재단 모리토모학원은 지난해 6월 국유지를 감정가의 14% 수준으로 헐값에 사들인 의혹에 휩싸였습니다. 집권 자민당 의원이 개입한 사실까지 드러났습니다.

 ‘모리토모학원 스캔들’은 일본에서 아베 총리에 대한 비판 여론을 불붙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감사원에 해당하는 일본 회계검사원은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민진당 등 야당은 오는 9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공청회를 개최하고 사건의 내막을 파헤치기로 했습니다. 언론은 이 사건을 연일 헤드라인으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모리토모학원 안팎의 여러 논란거리도 들춰졌습니다. 모리토모학원 산하 쓰카모토유치원은 운동회에서 아이들에게 “아베 총리 힘내라”는 내용의 선서를 강요하고, 제국주의 시절 일왕 교육칙어를 외우도록 지도해 비판을 받았습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와 부인 아키에 여사가 지난 1월 13일 필리핀 다바오에서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으로부터 선물을 받은 전통 의상을 보고 있다. AP뉴시스

 아베 총리는 지난달 17일 국회에서 “처음 들었다. 관계가 있다면 총리직도, 국회의원직도 모두 내려놓겠다”며 부인했습니다. 아키에 여사는 지난달 24일 모리토모학원 명예교장직을 사퇴했습니다. 국가 최고 권력자의 부정부패 의혹과 모르쇠. 어디서 많이 본 전개입니다.

 북한 탄도미사일 도발을 아베 총리와 김 위원장의 밀약으로 패러디 트윗은 일본에서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습니다. 일본 네티즌들은 이 트윗에 멘션을 달거나 자신의 트윗으로 옮기면서 마치 아베 총리의 발언처럼 “한 발이 더 필요해” “오가반도 쪽로 100km 더 가까이 쏘란 말이야”라고 적었습니다. 패러디에 동참해 호응한 것입니다.

 김 위원장의 사진을 다양하게 해석하는 놀이는 이미 오래 전부터 우리나라 SNS 타임라인과 인터넷 커뮤니티사이트 게시판에서 유행하고 있었습니다. 전화 통화하는 김 위원장의 사진에 ‘입금하면 미사일을 쏜다’는 내용의 말을 붙인 패러디는 우리나라에서 일본으로 건너갔습니다. 북한이 군사적으로 도발할 때마다 정작 도움을 받는 것은 여당과 정부라는 시각에서 비롯된 패러디입니다.

 우리나라 네티즌들과 마찬가지로 일본 네티즌들도 압니다. 이런 트윗이나 멘션이 농담이라는 것을 말이죠. 트윗을 올린 네티즌이나 리트윗하는 네티즌이나 모두 웃자고 하는 것이니 ‘반정부주의자’나 ‘허위사실 유포’라며 죽자고 달려들 필요는 없습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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