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온의 영화이야기]<113>할리우드 단신 기사의 사진
‘미녀와 야수’의 한 장면. 가스통(좌)과 르푸.
눈길을 끄는 할리우드 단신을 몇 개 소개한다.

△언제부터 여름일까=할리우드에서 블록버스터의 계절이라면 으레 여름이었다. 그리고 그 기점은 5월의 마지막 월요일인 현충일(Memorial Day)이었다. 그러나 이런 관례는 급격히 깨져가고 있다. 봄철인 3월부터 블록버스터급 영화들이 대거 쏟아져 나오고있기 때문이다. 올해의 경우 ‘로건’과 ‘콩: 해골섬’이 이미 이달에 개봉됐고 오는 17일(북미)엔 디즈니의 실사영화 ‘미녀와 야수’가 극장에 내걸릴 예정이다. 뿐인가. 3월 후반엔 인기 있는 어린이물 ‘파워 레인저’와 일본 망가의 전설 ‘공각기동대’의 실사판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이에 따라 올 3월은 사상 처음으로 극장수입이 10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영화개봉 패러다임의 변화는 예년 같으면 당연히 현충일 이후에 개봉됐을 ‘주토피아’와 ‘배트맨 대 슈퍼맨’이 지난해 3월에 개봉돼 한달 동안 각각 2억5500만달러와 2억900백달러를 벌어들이는 등 3월 한달간의 영화 흥행수익이 총 9억4800만달러나 되는 데서 이미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관객들이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기 위해 여름까지 기다리기보다 언제든 그런 영화를 보고 싶어하는 방향으로 취향이 변하고 있기 때문인데 이를 한 미디어 분석가는 “특정한 달이 영화를 결정하는 게 아니라 영화가 어떤 달이냐를 결정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또 다른 분석으로는 영화사들이 전통적으로 중(中)예산을 들여 코미디나 드라마를 만들어 봄과 가을에 내놓곤 했지만 이제 돈이 적게 드는 영화 제작은 갈수록 줄이는 대신 갈수록 예산이 많이 드는 블록버스터에 집중하다보니 봄에도 블록버스터를 상영하게 된 것이라는 설명도 있다. 3월이라면 공기는 싸늘하고 길거리에는 눈이 쌓여있지만 영화계에 관한 한 3월부터 여름이라는 얘기.

△동성애의 덫에 걸린 디즈니의 ‘미녀와 야수’= 디즈니가 만화영화를 실사로 만든 ‘미녀와 야수’가 동성애적인 요소를 갖고 있다고 해서 러시아에서 어린이 관람불가 판정을 받았다.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러시아 문화부장관은 이 영화가 어린이들에 대한 동성애 선전을 금지하는 러시아 법을 위반해 16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매겼다고 밝혔다. 빌 콘돈이 연출한 이 영화에는 미녀 벨을 사모하는, 남성적 매력이 충만한 마을 청년 가스통이 등장하는데 다른 마을청년 르푸가 그에게 동성애적으로 접근하는 부분이 있다. 디즈니 영화 최초의 동성애 관련 장면이라고 한다. 이러한 디즈니의 동성애 장면은 미국 내에서도 이미 논란을 불러일으켜 앨라배마주의 한 극장은 이 영화를 상영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미녀와 야수’는 국내에서도 이달 16일 개봉예정으로 알려졌는데 우리나라에서도 동성애 부분에 대해 어떤 조치가 내려져야 하지 않을까.

△역전의 용사들이 다시 뭉쳤다=로맨틱 코미디(우리나라에서는 줄여서 ‘로코’라고 하지만 할리우드에서는 ‘롬콤’이라고 한다)의 영국식 교본이라고 할 ‘러브 액추얼리’의 스타 출연진이 다시 뭉쳤다. 휴 그랜트, 콜린 퍼스, 키라 나이틀리, 빌 나이, 리암 니슨, 로완 앳킨슨 등 거의 모든 출연자가 14년 만에 다시 모여 ‘러브 액츄얼리(Love Actually)’의 속편을 만든다는 소식이다. 원작의 연출을 맡았던 리처드 커티스 감독이 영국의 자선단체 ‘코믹 릴리프’와 손잡고 현재 제작중인 영화는 그러나 장편이 아닌 단편 특집극이다. ‘붉은 코의 날 액추얼리’라는 가제가 붙여져 있다. ‘붉은 코의 날(Red Nose Day)’은 1985년에 설립된 ‘코믹 릴리프’가 기획한 영국과 아프리카의 빈곤아동들을 돕기 위한 자선기금 모금행사 날로 1988년부터 시작됐으며 올해에는 대상을 미국의 빈곤아동들로까지 확대하고 행사도 양국에서 다 열린다는 것.

속편의 내용은 원작이 나온 2003년으로부터 14년이 흐른 지금 출연자들이 영화 속 등장인물로 되돌아가 그들이 어떻게 변해 있는지,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를 담고있다고 한다. 그런 만큼 원작을 재미있게 본 팬들이라면 대단히 흥미로운 영화가 될 듯하다. 16쌍의 남녀가 10개의 에피소드를 통해(나중에는 서로 연결된다) 보여준 다양하고 따뜻한 인간코미디는 당시 무척 인기를 끌어 전세계적으로 2억4700만달러(제작비 4500만달러)라는 흥행성적을 올렸으며 이후에도 성탄절 하면 생각나는 영화의 대표격으로 꼽혀왔다.

‘러브 액추얼리’로 감독 데뷔하기 이전 코미디 극작가로 명성을 떨쳤던 커티스 감독이 다른 영화나 TV프로그램에서 앞서 같이 일했던 인연으로 끌어모았던 오리지널의 스타들은 이번에도 흔쾌히 출연을 승낙했다는데 유감스럽게도 에마 톰슨과 마틴 프리먼, 그리고 고(故) 앨런 리크먼은 참여하지 못했다. 이 단편 특집극은 오는 24일 BBC 1 방송에서 방영될 예정이라고.

△아놀드 슈워체네거, 정계 복귀 안 해=2003년부터 2011년까지 캘리포니아주지사를 지내면서 선배 캘리포니아 주지사였던 로널드 레이건의 뒤를 이어 두 번째 배우 대통령 꿈까지 꾸었다던 아놀드 슈워체네거가 2018년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할 것이라는 설을 일축했다고. 그의 출마설은 캘리포니아주 공화당원들로부터 나왔는데 그가 1992년부터 캘리포니아 상원의원으로 장수하고 있는 민주당의 다이앤 파인스타인 의원에 대항해 출마하려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슈워체네거는 “어깨가 으쓱해지지만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면서 “대신 미국 정치를 망치고 있는 게리맨더링을 불식하는 데 내 정치적 열정을 모두 바칠 것”이라고 기염.

△또 하나의 부자(父子)배우 탄생=‘매드 맥스’ 시리즈와 ‘리썰 웨폰’ 시리즈로 유명한 액션스타 멜 깁슨의 아들 마일로 깁슨이 아버지의 족적을 밟아나가기 시작했다. 영국 런던을 무대로 한 최신 액션작 ‘모두가 악마의 부하들(All the Devil's Men)’의 주인공을 맡아 첫 주연을 꿰찬 것. 그는 이 영화에서 전쟁터에서 잔뼈가 굵은 대테러 용병역을 맡아 런던에서 배신한 CIA 요원을 추적하면서 시가전을 펼친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아들 스코트가 그런 것처럼 희한할 정도로 아버지를 붕어빵처럼 빼닯은 마일로는 이 영화에 앞서 아버지가 연출한 ‘핵소 고지’에서 조연인 럭키 포드역으로 출연한데서 보듯 ‘금수저’임에 분명한데 그렇다고 그가 커크 더글러스의 아들 마이클 더글러스 못지않은 ‘주니어 대스타’가 될지, 아니면 그렇고 그런 2세 배우로 끝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상온(프리랜서 영화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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