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오후 서울 삼성동 자택에 도착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지자들과 웃으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검찰로부터 21일 검찰청에 출두하라고 소환 통보를 받은 박 전 대통령은 지금도 웃고 있을까. 뉴시스

헌정 사상 네 번째 피의자로 조사 앞둔 朴 전 대통령
검찰 포토라인에 세우고, 녹음·녹화 방식 채택해야
조사 거부하면 구속영장 발부받는 정공법 선택해야
신병처리·기소 시기 늦추면 ‘정치검찰’ 낙인 찍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오는 21일 헌정 사상 네 번째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는 전직 국가원수로 기록되게 됐다. 검찰이 박 전 대통령에게 21일 검찰청에 나와 조사를 받으라고 15일 공식 통보했기 때문이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이날 “박 전 대통령에게 21일 오전 9시30분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전직 대통령의 검찰 소환 조사는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참으로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검찰은 전날 “박 전 대통령 소환 날짜를 정해 내일(15일) 통보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소환 일정, 조사 방법·장소에 대해서도 “(박 전 대통령 측과) 조율 하지 않고 검찰이 통보하고 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을 특별히 예우하지 않고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바람직한 수사 방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와대를 나와 자택으로 돌아간 지 사흘째인 14일 밤 서울 삼성동 박 전 대통령 자택에 불이 켜져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뉴시스

박 전 대통령은 모두 13개 범죄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게 된다. 지난해 10~11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한 검찰 ‘1기 특별수사본부’가 8개 혐의를,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추가로 5개 혐의를 공소장에 적시했다. 주요 혐의는 뇌물수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강요, 공무상 비밀누설 등이다.

현재로서는 박 전 대통령이 검찰 소환에 응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박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15일 “박 전 대통령은 검찰이 요구한 일시에 출석해 성실하게 조사를 받겠다”고 밝혔다. 변호인단은 “변호인들은 검찰 수사 과정에 필요한 자료 제출 등 제반 절차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며 “실체적 진실이 신속하게 규명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 변호를 맡은 손범규 변호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사에 협조할 것”이라며 “검찰이 오라는 날에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만일 박 전 대통령이 소환에 응하지 않을 경우 박 전 대통령에게 더욱 불리한 여론이 형성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하지만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특별한 사정’을 이유로 소환에 불응하는 것까지 염두에 두고 수사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박 전 대통령은 “성실히 조사를 받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가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검찰 1기 특수본과 박영수 특별검사의 조사를 사실상 거부한 전력이 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이번에도 조사를 거부할 경우 구속영장을 발부받는 등 정공법을 택해야 한다.

김수남 검찰총장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 조사를 앞두고 있는 김 총장이 이번엔 검찰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까. 뉴시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 포토라인에 세워야 한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헌법재판소에 의해 파면된 박 전 대통령이 검찰청에 출두하는 모습을 역사에 남겨야 한다. ‘뒷문 출두’ 같은 꼼수를 쓰면 안 된다.

지금까지 노태우·전두환·노무현 전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 가운데 노태우·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에 공개 소환됐다. 검찰은 전 전 대통령이 검찰 출두를 거부하자 구속한 뒤 ‘출장 조사’를 벌였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을 조사할 때 녹화·녹음 방식을 적용해야 한다. 지금까지 박 전 대통령이 여러 차례 발언을 뒤집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박 전 대통령이 혐의내용을 부인하든지, 묵비권을 행사하든지 여부와 관계없이 녹음·녹화 방식을 절대로 양보하면 안 된다.

검찰은 대통령 선거 정국을 의식할 필요가 없다. 일부에서는 검찰이 대통령 선거에 미치는 후폭풍을 염려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신병 처리와 기소 시기를 대선 후로 미루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추측까지 내놓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1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택에 도착해 손을 흔들거나 웃으면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검찰이 법과 원칙에 입각해 수사하고 수사 결과에 따라 신병 처리와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정도를 걷는 길이다. 대선 정국을 고려하면서 이런저런 눈치를 본다면 ‘정치검찰’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쓸 수밖에 없다.

염성덕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sdyu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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