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bbc 뉴스 화면 캡처

영국에서 생리대를 살 돈이 없어 생리기간이면 학교에 가지 못하는 10대 여학생이 상당수란 우려가 제기됐다. 지난해 국내 지자체들이 저소득층 생리대 지원에 나서야 했던 '깔창 생리대' 이슈를 연상케 한다. 영국판 깔창 생리대 문제를 공론화한 것은 잉글랜드 북부 리즈의 한 학교와 여성복지를 다루는 시민단체 '프리덤 포 걸스(Freedom4Girls)'였다.

이름이 공개되지 않은 리즈의 학교는 일부 여학생들이 자주 결석하는 원인을 분석하다 프리덤 포 걸스에 자문을 의뢰했다. 이 단체는 아프리카 케냐의 가난한 여성들에게 위생용품을 제공하는 자선활동을 벌이고 있었다. 학교 측이 이 단체를 찾은 것은 자주 결석하는 여학생이 주로 저소득층이고, 주된 이유가 생리 때문이라는 사실을 파악한 뒤였다.

프리덤 포 걸스는 학교와 상의한 뒤 이를 공론화했다. 지난주 'BBC 라디오 리즈' 등 언론이 실태를 취재하면서 '영국판 깔창 생리대' 실태가 공개됐다. 익명으로 BBC 인터뷰에 응한 한 여학생은 "매달 생리 때가 되면 두루마리 화장지를 팬티 안에 넣고 지낸다. 그런 차림으론 학교에 갈 수 없어 결석하곤 한다"고 말했다.

◇"속옷 안에 양말, 그리고 휴지로…"

BBC 라디오와 인터뷰한 다른 두 여학생은 생리기간의 생활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사진=bbc 뉴스 화면 캡처


"속옷 안에 양말을 말아넣는다. 그리고 양말과 속옷 사이에 화장지를 채워 속옷이 가급적 젖지 않도록 한다. 화장지를 뭉친 뒤 한 쪽 면에 셀로판 테이프를 붙여 사용한 적도 있다. 이렇게 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생리대가 없어 이렇게 한다는 사실을 14살이 될 때까지는 숨겼었다. 주위에 도움을 청하기 시작한 건 그 이후였다."

사진=bbc 뉴스 화면 캡처


"우리 엄마는 가족 5명을 부양해야 하는 싱글맘이다. 우리가 필요한 걸 살 때 쓰도록 거실 단지 안에 얼마씩 돈을 넣어두는데, 생리대까지 살 수 있는 금액이 안 된다. 11살 때 생리를 시작했다. 이후 매달 생리기간이 되면 며칠씩 결석하고 있다."

◇케냐에 생리대 보내던 시민단체, 영국 소녀들에게 눈 돌리다

프리덤 포 걸스에서 활동하는 티나 레슬리는 리즈 보건소 직원이다. 학교 측이 3주 전 이 단체에 자문을 의뢰할 때 그가 상담했다. 레슬리는 즉시 보건소에서 갖고 있던 생리던 몇 상자를 학교에 보냈다. 하지만 임시방편일 뿐 지속적인 해법이 될 순 없었다.

레슬리는 BBC 라디오4에 출연해 "사실 나는 학교 측 얘기를 듣고 별로 놀라지 않았다. 우리는 학교에서 소녀들에게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전해듣고 있었다. 리즈의 저소득층을 위한 푸드뱅크에 지난해만 연인원 2만5000명이 방문했다. 소녀들의 생리 결석이 가난 때문이라는 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고 했다.

이어 "영국에서 얼마나 많은 소녀가 이런 고통을 겪고 있는지 보여줄 통계는 없지만, 다른 학교 교사들도 우리에게 자문을 구해오고 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대비해 타월 등을 준비해놓고 지낸다는 교사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케냐에 여성용품을 기부하던 프리덤 포 걸스는 이제 유럽의 선진국 영국에서 같은 활동에 추진하고 있다.

◇영국 의회로 가는 '양말 생리대' 이슈


제이슨 매카트니 보수당 의원은 "소녀들에게 존엄함을 되찾아줘야 한다"는 레슬리의 지적에 화답해 이 문제를 의회에서 제기하기로 했다. 저소득층 소녀들에게 무료 생리대를 공급하기 위한 캠페인도 준비하고 있다. 다른 의원들에게 참여를 독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스코틀랜드 의회의 모니카 레넌 노동당 의원은 "생리대는 무료로 보급돼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 시작했다. 그는 BBC 방송에 출연해 "생리대는 건강의 문제"라며 "우리는 원칙을 세우려 한다. 푸드뱅크나 노숙자 쉼터에 가보면 무료 보급 생리대의 타깃을 어디에 맞춰야 할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깔창 생리대' 문제, 어디까지 왔나 



한국에서도 지난해 저소득 여학생들의 '깔창 생리대' 문제가 논란이 됐다. 경제적인 이유로 생리대를 사지 못하는 저소득 여학생들이 신발 깔창 또는 두루마리 휴지를 대체품으로 사용하거나 생리 기간에 수건을 깔고 누워만 있는다는 사연이 알려지며  ‘생리대 인권’ 문제가 주요 담론으로 떠올랐다.

2015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국내 저소득층 여학생은 약 10만 명이다. 월평균 생리대 구매 비용은 2~3만원 정도인데, 이는 기초수급비로 감당하기엔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깔창 생리대’ 문제가 사회적으로 공론화되면서 유한킴벌리는 생리대 가격 인상안이 논란이 되자 이를 철회했다. 지난해 8월에는공급가격을 30∼40% 낮춘 저렴한 '생리대를 출시했다. 

사진=유한킴벌리가 지난해 9월 공급가격을 30∼40% 낮춘 저렴한 '생리대'를 출시했다.

서울시·성남시를 비롯해 전국 10여개 지자체는 지난해 7월부터 자체 예산을 편성해 저소득층 청소년에게 생리대를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 지자체들은 지역 내 아동센터, 청소년 상담 복지센터, 가출 청소년쉼터, 소녀 돌봄 약국 등에 생리대를 비치해 생리대를 무상으로 지급하고 있다. 

국회에서는 지난해 9월 추가경정예산안 발표에 저소득층 생리대 지원 30억 원이 포함돼 반영됐다. 

하지만 지난해 말 공정거래위원회는 뒤늦게 생리대 값 거품 논란을 빚고 있는 유한킴벌리 등 생리대 제조업체를 상대로 현장조사를 실시하고 위법 여부 검토에 나섰지만 해를 넘기고도 조사는 여전히 답보 상태다.

또한 예산문제 등으로 대부분 단기적인 계획에 그치고 있어 정부 차원의 근본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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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원준 박효진 wjt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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