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경남지사. 국민일보DB

"지금 민주당 1등 하는 후보는 자기 대장이 뇌물 먹고 자살한 사람이다" (2월 28일, 인명진 위원장과 오찬 회동 뒤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없는 사실을 가지고 뒤집어씌우면 노무현 대통령처럼 자살을 검토하겠다” (3월 18일, 대선 출마 기자회견에서)
"어제 발언한 내용은 노무현 대통령께서 돈을 받았기 때문에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라는 뜻이다” (3월 19일, 기자간담회에서)

대선에 뛰어든 홍준표 경남지사는 이렇게 연일 '자살'을 말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자살" "나도 자살을 검토하겠다" 같은 발언은 대단히 자극적이다. 언론과 대중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의 말을 전하는 수많은 기사가 보도됐고, 논란과 함께 이슈의 자리를 차지했다.

하지만 정치의 현장에서, 그것도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는 대통령 선거 무대에서 사용하기에 '자살'은 너무 위험한 단어다. 사회적 영향력이 큰 정치인이 타인의 자살, 심지어 자신의 자살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데 대해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우려를 나타냈다.

연세대 원주세브란스 기독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민성호 교수는 2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홍 지사 발언이 모방자살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지만, 대선주자가 자살 거론하고 자신의 생명을 경시하는 태도까지 보인 것은 국민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유명인의 자살 언급은 매우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 교수는 "특히 정치적 이유로 자신의 생명을 언급하는 것은 신중하지 못한 행동”이라며 “타인의 생명뿐 아니라 본인의 생명도 존중하고 사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홍창형 중앙자살예방센터장 역시 "결백을 증명하거나 억울함을 하소연하는 방법으로 자살을 거론하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 언론이 자살을 문제해결 방식과 연관지어 보도하는 것 역시 반드시 지양돼야 할 구태"라고 말했다.

자살예방 단체 '생명애'의 김영진 회장은 “홍 지사의 발언을 막을 순 없겠지만 유명인들이 유행처럼 자살을 언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런 이야기를 꺼내는 것 자체가 문제다. 유명인뿐 아니라 일반인도 쉽게 사용해서는 안 되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자살이란 극단적 표현을 정치적 목적을 이루거나 남을 비하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것은 있어선 안 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홍 지사 발언을 통해 '자살'이란 단어가 온라인에서 연일 오르내렸다. 이 단어에 노출되는 상황이 늘어날수록 대중은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다. 유명인의 자살은 자살 위험군에 있는 사람들에게 일종의 방아쇠 역할을 한다. 연쇄적인 모방자살이 벌어지는 '베르테르의 효과'를 우리 사회는 이미 여러 차례 경험했다. 자살한 인물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심리가 작용하는 것이다.

유권자들에게도 지지하는 정치인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심리가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반대 집회 참가자들이 눈물을 흘리거나 분노를 표출한 것은 이런 동일시 효과를 입증해주는 장면이다. 정치인이 자살 언급을 극도로 자제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15년 기준으로 인구 10만명당 자살자가 26.5명이나 된다. 2000년에 비해 약 2배 증가한 수치다. 국제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이 가장 높다. 8년 연속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최민우 인턴기자 cmwoo1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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