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베이 제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비판적 보도를 모두 ‘가짜 뉴스(fake news)’라고 매도했다. 전략은 성공했다. 지지자들은 세련되고 논리적인 해명보다 과격하고 단순한 트럼프의 화법에 열광했다. 그러면서도 ‘교황이 트럼프를 지지한다’거나 ‘힐러리 클린턴이 테러단체에 무기를 판매했다’는 식으로 모바일 메신저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떠도는 허위사실을 맹신하고 재배포했다. 진정한 의미에서 ‘가짜 뉴스’는 바로 이런 허위사실이었다.

‘가짜 뉴스’의 모호했던 개념과 실체는 트럼프가 306명의 선거인단(총 538명)을 확보하고 제45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는 과정에서 여지없이 나타났다. 미국 대선 일주일 뒤인 지난해 11월 15일(현지시간) 영국 옥스퍼드사전이 올해의 단어로 선정한 ‘탈진실(post-truth)’은 트럼프의 당선 과정을 관찰하고 반영한 결과였다. 거짓이 진실을 압도하는 시대에 대한 옥스퍼드사전 편찬위원회의 경고였다.

'가짜 뉴스 식별' 실험… 100% 골라낸 실험 참가자 1.8%뿐

‘가짜 뉴스’는 언론 보도로 위장해 허위사실을 기록한 인터넷 콘텐츠를 통칭한다. 과거에도 존재했다. 한국의 2006 독일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을 서명운동으로 되돌릴 수 있다는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소동이 대표적이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당시 16강 진출의 당락이 걸린 조별리그 3차전에서 석연치 않은 오프사이드 판정으로 스위스에 패배하고 탈락했다.

하지만 그 다음날부터 ‘500만명 서명을 모아 국제축구연맹(FIFA)에 제출하면 재경기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가 떠돌았다. 80년을 넘긴 월드컵 역사에서 전례를 찾을 수 없는 허위사실이었다. 대한축구협회는 서명운동을 주도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국민적 원성을 샀고, 언론 보도로 진실이 밝혀지면서 소동은 막을 내렸다.

우리 국민의 다수는 ‘가짜 뉴스’의 개념과 실체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사장 김병호) 미디어연구센터가 29일 공개한 ‘일반 국민의 가짜 뉴스에 대한 인식’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6.2%는 “가짜 뉴스를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렇게 답한 응답자 가운데 80%는 “기사 형태로 조작된 온라인 콘텐츠”를 ‘가짜 뉴스’로 규정했다. 20~50대 성인남녀 1084명을 대상으로 지난 17~19일 인터넷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다.

하지만 ‘가짜 뉴스’를 식별하는 기준과 능력에는 차이가 있었다. 응답자의 74.3%는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SNS로 유포된 정체불명의 게시물”, 74.1%는 “카카오톡이나 네이버라인 등 모바일 메신저의 사설정보”, 72.4%는 “알려지지 않은 매체의 이름으로 배포된 인쇄물”을 ‘가짜 뉴스’로 인식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설문조사와 병행한 판별능력 실험에선 오직 1.8%의 참가자만 ‘가짜 뉴스’를 정확하게 가려냈다. 기성언론 보도 내용에서 발췌한 문장 2건, 인터넷상에 실제로 유포된 ‘가짜 뉴스’ 문장 4건을 응답자에게 제시하는 방식의 실험이었다. 이 실험에서 ‘진짜 뉴스’ 2건을 정확하게 찾아낸 참가자는 1084명 중 19명뿐이었다. 4건 이상을 가려낸 참가자는 475명으로 절반을 넘기지 못했다.

국민 87% “가짜 뉴스 폐해 매우 심각”

이번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7%는 “한국 사회에서 ‘가짜 뉴스’로 인한 문제점이 매우 심각하다”고 답했다. “‘가짜 뉴스’로 인해 사회적 분열이 심화되고 있다”는 응답자 역시 83.6%를 차지했다. 한국언론재단은 “이 같은 인식에는 성별이나 연령별 차이가 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응답자의 76%는 기성언론의 보도 내용까지 의심하고 있었다. 심각한 수준에 도달한 ‘가짜 뉴스’의 폐해를 간접적으로 나타내는 수치다.

‘가짜 뉴스’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신문, 방송, 인터넷매체 등 기성언론처럼 콘텐츠에 대한 책임과 처벌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번 설문조사 응답자들 역시 “정정보도나 벌금을 통한 징계”(43.4%) “게시자에 대한 처벌”(30.6%)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의 게시물 삭제”(16.0%)를 ‘가짜 뉴스’ 근절 방안으로 제시했다.

▶[단독] 朴 “뇌물 받으려고 대통령 된 줄 아느냐” 조사 받다 흥분해 탈진
▶검찰 “박 전 대통령,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다”
▶"버스에 깔린 청년 구하자!" 시민들 힘 합쳐 구조 [영상]
▶'BBK 실소유주는 이명박' 폭로 김경준, 오늘 만기출소
▶욕먹고 맞고 잘리고… ‘동네북’된 경비원
▶호남 경선서 2등한 안희정이 SNS에 올린 글 보니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된다면 첫 식사는?… 구치소 생활 엿보기
▶"국민께 사죄 안 하면 비리 폭로한다" 국정농단 예언한 박관천의 경고
▶마티즈 탄 미모의 BJ, 운전 도중 생방송하다 즉사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