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틀대는 군국의 망령... ‘전쟁할 수 있는 나라’에 한발 더 다가간 ‘전범 국가’ 일본

일본 도쿄 방위성에 설치된 육상자위대의 지대공 유도미사일 패트리어트-3(PAC-3) AP뉴시스

‘전쟁할 수 있는 나라’를 꿈꾸는 일본의 움직임이 또다시 심상치 않다. 일본 극우 정권이 반복해 온 구호를 넘어 이번에는 일련의 주장과 조치들이 구체적이고 면밀하다.


  29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자민당 안보조사회는 북한의 위협을 구실로 ‘탄도미사일방어(BMD) 시스템 강화에 관한 제언’을 이날 합동회의에서 승인한 뒤 내부 절차를 거쳐 정부에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공세적 대응을 강조해 온 일본 집권 여당이 ‘적 기지 공격능력’ 확보를 정부에 공식 제안하는 수순이다. 집권 자민당의 이런 ‘꼼수’는 현재의 BMD 체제만으론 복수의 탄도미사일이 동시에 발사될 경우 한번에 요격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공사 관계자들이 지난 22일 일본 도쿄 방위성에 설치된 육상자위대의 지대공 유도미사일 패트리어트-3(PAC-3) 포대 주변에 펜스를 설치하고 있다. 지난 6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당시 이곳에 배치된 유도미사일은 요격태세로 전환되는 등 경계가 강화된 바 있다. AP뉴시스

  안보조사회는 제언을 통해 일본이 적 기지에 반격을 가할 수 있는 순항미사일을 비롯해 해군 이지스함의 레이더 및 미사일을 육상에 배치하는 ‘이지스 어쇼어(Aegis Ashore)’ 시스템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를 즉각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언에는 미국이 일본과 공동 개발 중인 해상 배치형 요격미사일 ‘SM3 블록 2A’의 조기 배치도 포함됐다. 관련 예산의 조속한 배정을 강조한 안보조사회는 나아가 미사일 발사를 우주에서 탐지할 수 있는 독자적 조기경보 위성까지 개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군 이지스함의 레이더 및 미사일을 육상에 배치하는 ‘이지스 어쇼어(Aegis Ashore)’시스템의 지상 갑판실 [플리커 홈페이지]

  앞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지난 1월 중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우리나라의 독자적 억제력은 어떤 것이 있는지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적 기지 공격능력에 대한 야욕을 드러낸 바 있다. 일본 정부는 자민당의 제언을 5년마다 갱신하는 ‘중기 방위력 정비 대강(大綱)’에도 대폭 반영할 방침이다.

  일본은 현행 ‘평화헌법’상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는 허용되지만, 각의(국무회의) 결정을 통해 적 기지를 공격할 수 있는 장비는 보유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대신 미·일 안전보장조약을 근거로 ‘일본이 공격 받으면 보복 공격은 미군이 담당하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중이다. 일본이 적 기지 공격능력을 보유하면 ‘미군이 공격력을 사용하고, 일본이 미군에 기지를 제공하는’ 현재의 안보동맹 관계가 와해될 우려가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지적했다.
미국이 일본과 공동 개발 중인 해상 배치형 요격미사일 ‘SM3 블록 2A’ [스페이스뉴스 홈페이지]

  이런 와중에 지난해 3월 29일 숱한 논란 속에 강행된 ‘안보관련법(이하 안보법)’도 군사 현장에서 본격적으로 적용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9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방위성은 안보법에 따라 가능해진 평시 미군 함정 방위 임무를 이날 자위대에 처음으로 하달키로 했으며, 올해 봄부터 여름까지 시행되는 일본 해상자위대와 미국 해군의 공동훈련 기간에 첫 임무를 시행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말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어 미군 함정 방위 임무와 관련한 세부 지침을 정하고 즉시 운영에 들어가기로 했지만 실제로 시행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군 함정 방위 임무는 형식적으론 ‘미군의 요청’이 있을 때, ‘일본 NSC의 심의’를 거쳐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방위상이 수행을 판단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안보법에 따라 자위대가 합동 군사훈련이나 탄도미사일 경계 감시 등의 방법으로 일본 방위 활동을 하는 미군 함정 등을 돕는 것이 가능해진 상황이다.

  꿈틀대는 ‘군국의 망령’은 일본 정부가 상륙전 전담 부대 강화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에서도 드러난다.

일본 언론들은 29일 일본 자위대의 수륙기동단 교육대가 최근 나가사키(長崎)현 사세보(佐世保)의 아이노우라(相浦) 육상자위대 기지에서 발족됐다고 보도했다. 이 교육대는 내년 3월 3000명 규모로 정식 출범할 예정인 ‘일본판 해병대’의 전신으로 자위대보다는 정규군 전투부대의 성격이 짙다. 미국 해병대를 배껴 창설될 수륙기동단은 정식 발족에 앞서 도서탈환 등 공세적 전투 훈련에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고, 미국 해병대의 상륙돌격용 수륙양용 장갑차(AAV-7)도 운용할 전망이다.
미국 해병대가 운용 중인 상륙돌격용 수륙양용 장갑차 AAV-7 [미국 국방부 홈페이지]

  일본 방위성은 앞서 “중국의 외곽 도서 침략에 대응하는 것을 목표로 섬 상륙과 수륙양용 작전의 전술과 전투능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혀 수륙기동단 창설이 중국과 영유권 분쟁 중인 동중국해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열도를 둘러싼 무력충돌 가능성에 대비한 전방위적 포석이란 관측도 나온다. 일본은 태평양전쟁 당시 미국 해병대의 상륙작전에 남태평양 근거지를 차례차례 잃은 ‘트라우마’가 있다.

  이 같은 ‘일본판 해병대’의 발족은 최근 중국군이 해병대 병력을 현재 2만명의 5배인 10만명으로 확대키로 한 것과도 궤를 같이 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최근 국방 전문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군 해병대가 2개 특전여단을 흡수해 병력을 기존의 2배인 2만 명으로 늘린데 이어 향후 10만명을 보유한 6개 상비여단 체제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인민해방군 해군 병력도 23만5000명에서 15% 정도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은 육군 병력을 현재의 115만명에서 2019년까지 91만명으로 줄이는 감군을 추진하는 한편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등지에서 미국과 일본에 맞서기 위해 해병대와 해군 병력은 늘리는 군사력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중국군이 둥쥔(董軍) 동해(동중국해)함대 부사령관을 남부 전구(戰區) 부사령관으로 영전시킨 것도 장기적으로 일본을 겨냥한 해상에서의 군사력 증강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알렉산더 흐람치킨 러시아 정치군사분석연구소(IPMA) 부소장은 남중국해 전력균형이 항공모함 증설과 해병대 전력강화에 나선 중국으로 급격히 기울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흐람치킨은 “특히 태평양 지역에서 현재 (수평 비교에서) 미국에 이어 2위 전력인 중국 해군이 항모 신규투입 등으로 향후 20∼30년 안에 미국 대양(大洋) 해군 전력을 넘어설지도 모른다”고 조심스레 내다봤다.

  반면 이미 해병대 병력을 크게 감축한 대만에선 뒤늦게 자성론이 터져 나오고 있다. 대만은 감군을 추진하면서 2개 사단 1만6000명 규모의 해병대를 9000명 수준으로 줄였고, 훈련이나 장비 보강도 거의 동결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왕보(旺報)는 “한때 막강 전력이던 대만 해병대의 기계화가 지체되며 기동성 또한 크게 떨어졌다”고 지적하며 “동아시아 국가들이 모두 해병대 전력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만은 국방력 약화를 초래했다”고 한탄했다. 신문은 “대만 해병대의 신속기동군다운 배치 반격 역량을 강화해 전력 재증강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을 덧붙였다.

  한편 일본에선 29일 자위대의 무력행사를 가능케 한 안보법 시행 1년을 맞아 전국에서 5500명이 안보법에 대한 위헌 소송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안보법 위헌 소송 대리인들로 구성된 ‘안보법제 위헌소송회’의 집계를 인용해 이같이 추산했다. 신문에 따르면 군마(群馬)현과 미야기(宮城)현에서도 이날 추가 소송이 예정돼 있는 등 안보법에 대한 반대 운동도 탄력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안보법제 위헌소송회는 2015년 9월 안보법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위헌 소송 운동에 들어간 바 있다. 자위대의 무력행사를 가능케 한 안보법 제정·강행으로 인해 ‘평화헌법’이 보장한 ‘평화적 생존권’을 침해당했다는 것이 핵심 이유다.

  소송을 구체화한 것은 지난해 4월 원폭 피해자 및 주일미군기지 인근 주민 등 500명이었다. 이들은 “헌법이 보장하는 평화적 생존권 등을 침해당해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며 국가를 상대로 위자료 등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외국 군대에 대한 자위대의 후방지원 등의 활동을 금지토록 하는 행정소송도 겸했다. 이후 지난 27일 일본 전국에서 5465명이 비슷한 내용의 소송에 동참했다. 아사히신문은 소송 원고에 자위대원 출신과 가족, 헌법학자, 항공회사 조종사 출신 등 다양한 사람들이 포함됐다고 덧붙였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