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31일 새벽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들어서고 있다. 착잡한 표정을 짓고 있다. 뉴시스


영욕(榮辱)의 세월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첫 여성·부녀 대통령에서 사상 처음으로 구속되는 첫 여성 대통령 출신이란 불명예를 안았다.

 국민의 열렬한 지지 속에 대통령 임기를 시작했지만 박 전 대통령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주범으로 전락하면서 국민의 기대를 저버렸다. 한때 화려했던 박 전 대통령의 삶이 비참한 말로를 맞게 된 것이다.

청와대 관저에서 서울 삼성동 자택으로, 자택에서 차디 찬 서울구치소로 ‘거처’를 옮긴 박 전 대통령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31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가기 위해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교도소에서 공범이나 일반 재소자들과 마주 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와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로 영어(囹圄)의 몸이 된 박 전 대통령은 교도소 독방에서 잘못을 뉘우치고 있을까, 아니면 여전히 무죄를 주장하고 있을까.

박근혜 전 대통령이 30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출두하고 있다. 뉴시스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의 구속을 계기로 사진을 통해 파란만장했던 박 전 대통령의 굴곡진 삶을 조명했다. 시간적인 순서를 고려하지 않고 시공을 넘나들면서 사진을 배치했다.

박 전 대통령이 31일 구속 수감되면서 정치적으로 ‘사망선고’를 받았다. 최고의 권좌에서 나락으로 떨어진 박 전 대통령의 모습은 권불십년(權不十年)의 무상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31일 새벽 서울구치소에 수감되기 위해 검찰차량을 타고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강부영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는 이날 “주요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영장 발부 이유를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은 “한 푼도 개인적으로 받은 적이 없다”고 항변했지만 강 판사는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사이의 공모 관계가 성립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뇌물수수(제3자 뇌물수수 포함),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강요, 공무비밀누설 등 13개 범죄 혐의를 받고 있다. 구속된 전직 대통령 가운데 가장 많은 혐의를 받고 있는 셈이다.

박 전 대통령의 구속 장면을 지켜본 국민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새 역사를 써야 하는 막중한 책무를 잊지 말아야 한다.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30일 서울중앙지법에 출두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 뉴시스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30일 서울중앙지법에 출두하는 박 전 대통령은 굳고 어두운 표정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뇌물 수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동안 “진실은 밝혀질 것”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고 밝힌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제18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거수경례를 하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 뉴시스

박 전 대통령이 2013년 2월 25일 국회 앞 광장에서 열린 제18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국군 통수권자다운 위엄을 엿볼 수 있게 하는 사진이다. 하지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박 전 대통령의 취임식과 동시에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제18대 대통령 취임식을 마친 뒤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시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한나라당 대표 취임 직후인 2004년 3월 서울 여의도 당사를 천막당사로 옮기기 위해 당 현판을 내리고 있다. 2002년 5월 평양 백화원초대소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1979년 6월 구국여성봉사단 총재였던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모습(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국민일보DB, 뉴스타파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는 ‘40년 지기(知己)’로 불린다. 박 전 대통령은 최순실씨와 엮인 것이 자신의 발목을 잡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이 2004년 3월 한나라당 대표로 선출된 뒤 당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2013년 2월 국회에서 열린 18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2016년 11월 청와대 춘추관에서 최순실 사태와 관련한 3차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국민일보DB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면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뉴시스


박 전 대통령은 고개를 숙이긴 했지만 마음속에서 우러나는 진정한 사과나 사죄를 하지 않았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나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 결과를 전혀 인정하지 않은 것을 보면 박 전 대통령의 속내를 짐작할 수 있다.


지난해 10월 국회 본회의장에서 시정 연설을 하는 박 전 대통령. 뉴시스


취임 후 1년 간 다양하고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준 박 전 대통령. 뉴시스


취임 후 1년 간 박 전 대통령은 다양하고 활기차고 역동적인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줬다.

프로야구 시구자로 나선 박근혜 전 대통령. 뉴시스


2013년 11월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3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시구자로 나선 박 전 대통령. 취임 1년을 앞둔 박 전 대통령의 인기는 상당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싹이 자라고 있었지만 그 내막을 알 수 없었던 국민은 박 전 대통령을 전폭적으로 지지했다.


제68주년 광복절인 2013년 8월 15일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독립유공자 및 유족 초청 오찬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박 전 대통령이 2015년 9월 청와대 관저에서 진돗개 새끼 다섯 마리와 함께한 모습. 뉴시스


귀여운 진돗개 새끼들과 망중한(忙中閑)을 즐기고 있는 박 전 대통령. 이때까지만 해도 국민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친숙한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박 전 대통령이 지난해 7월 28일 울산 태화강대공원 대나무 숲을 걸으면서 숲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뉴시스


울산 대나무 숲에서 ‘힐링’을 하고 있는 박 전 대통령. 국민은 격무에 시달리는 박 전 대통령이 휴가 기간에 재충전을 할 수 있기를 기대했을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이 지난해 7월 28일 울산 신정시장에서 시민들과 대화하며 웃고 있다. 뉴시스

활짝 웃고 있는 박 전 대통령. 국민은 퇴임할 때까지 밝은 모습을 기대했지만 박 전 대통령은 스스로 올무에 걸리고 말았다. 박 전 대통령에게나 국민에게나 참으로 안타깝고 애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박 전 대통령이 지난해 중국 항저우국제전시장에서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박 전 대통령이 시진핑 국가주석과 걸어가며 대화를 하고 있다. 뉴시스


박 전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박 전 대통령은 G2 국가인 미·중 정상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외교 활동을 벌였다. 퇴임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권력을 한층 강화하고 있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박 전 대통령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을까.

촛불시위로 궁지에 몰리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백담사에 유배된 전두환 전 대통령 부인인 이순자씨가 아기를 업고 있는 모습.

'민을 거스르면 민이 버린다'는 역사적 사실을 웅변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사진이 눈길을 끌고 있다.

현직 시절과 파면 당한 뒤의 박 전 대통령 모습. 국민일보DB


뇌물공여 등 혐의로 구속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뇌물공여 등 혐의로 구속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포함해 박 전 대통령의 측근들이 줄줄이 구속된 사실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와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에 큰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인용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사상 처음으로 지난 10일 현직 대통령에 대해 탄핵 인용 결정을 내린 헌법재판소 재판관들. 이들이 만장일치로 탄핵 결정을 내린 것은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와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에 선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31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31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들어가는 호송차에 앉아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 뉴시스

호송차량 뒷자리에 앉아 서울구치소로 들어가는 박 전 대통령의 '일그러진 모습'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전직 국가원수의 말로를 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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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성덕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sdyu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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