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명의 전직 대통령이 구속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법원의 구속 결정으로 31일 새벽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노태우, 전두환 전 대통령에 이은 세 번 째 전직 대통령 구속이다. 

 구속영장을 발부한 강부영 서울지법 영장전담판사는 "주요 혐의가 소명됐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구속 이유를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구속되면서 마지막 자존심이나 다름없는 올림머리마저 풀어헤쳐지는 수모를 당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31일 올림머리를 푼 채 검찰 호송차량을 타고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너무나 생소하고 낯선 박 전 대통령의 산발머리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복잡미묘했을 듯하다. 하지만 누구를 탓하고 원망하겠는가. 최순실에 농락당해 여론에 눈 막고 귀 막은 본인의 자업자득인 것을.

 검찰이 박 전 대통령에게 적용한 범죄혐의는 모두 13가지다. ①삼성그룹으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  ②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774억원 강제모금  ③롯데에 K스포츠재단 추가 출연 요구  ④현대자동차에 납품계약 및 광고 발주 압력  ⑤KT에 인사청탁 및 부당광고 수주 압력 ⑥포스코에 펜싱팀 창단 강요 ⑦그랜드레저코리아(GKL)에 장애인 펜싱팀 창단 강요 ⑧KEB하나은행 특혜인사 개입 ⑨청와대 문건 외부 유출 ⑩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국장 사직 강요 ⑪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및 실행 지시 ⑫문체부 1급 공무원 3명 사표 제출 압력 ⑬이미경 CJ 부회장 퇴임 압력. 

 박 전 대통령은 영장실질심사에서 이 가운데 어느 것 하나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끝까지 갈 데까지 가보겠다는 심산이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했지만 박 전 대통령의 몽니에 사람마저 미워지려 한다는 울분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법원이 뇌물 혐의를 인정하면 박 전 대통령은 중형을 피하기 어렵다. 최고 무기징역까지 가능하다. 평생 온실에서 자라고 생활한 박 전 대통령이 교도소 생활에 잘 적응할 지도 의문이다. 

 구치소 독방에 갇혀 지내야하는 전직 대통령의 모습을 좋아할 국민이 얼마나 될까. 박 전 대통령이 교도소에서 순교할 생각이 아니라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자세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객관적 증거가 차고 넘치는데도 "아니다" "모른다"로 일관해서는 동정여론이 형성되지 않는다. 오는 5월 9일 선출되는 19대 대통령이 사면을 해주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타이밍을 놓친 건 분명하다. 그렇다고 침묵이 능사는 아니다. 대다수 국민은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승복과 반성, 사과와 화해의 메시지를 듣고 싶어 한다. 언제까지 삼성동을 불복의 무대로 만들 셈인가. 박 전 대통령의 침묵은 대다수 국민은 물론 이곳에 모인 열렬 지지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대한민국과 결혼했다"는 말이 거짓이 아니라면 마땅히 그렇게 해야 한다. 

      

     

이흥우 선임기자 hw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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