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의 두 얼굴…'초등생 살해 소녀' vs '괜찮아 사랑이야'


◇"조현병 환자도 사랑을 할 수 있다"

2014년 방송된 SBS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는 방송작가 노희경씨가 각본을 썼다. 조인성이 '장재열'로, 공효진이 '지해수'로 출연했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많은 관심을 끌었다.

이 작품을 몇년 새 방영된 드라마 중 최고로 꼽는다면 이유는 그 소재와 메시지 때문일 것이다. 극 중 장재열은 조현병(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베스트셀러 작가다. 어린 시절 난폭한 아버지와 지내며 끔찍한 일을 겪었던 트라우마에 '화장실'이 아니면 잠을 이루지 못한다. 지해수는 그런 장재열을 곁에서 보살피는 정신과 의사. 

두 사람의 사랑이 이뤄지는 평범한 줄거리에 '조현병'이란 색깔을 입히니 우리 TV에서 한 번도 보지 못한 이야기가 됐다. 가급적 멀리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조현병 환자가 이렇게 '멋진 모습'(조인성)일 수도 있으며, 그와의 사랑이 이렇게 유쾌할 수도 있다는 걸 드라마는 조심스럽게 그려냈다. 

제작진은 드라마 홈페이지에 기획 의도를 적었다. 

"몸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거의 집착증에 가깝다. 그런데 마음에 대한 관심은 어떠한가? 마음이 감기에 걸리고, 마음이 암에 걸리고, 마음이 당뇨와 고혈압에 걸린다고 한번이라도 생각해 본 적 있는가?"

"누구나 행복을 원하면서, 행복의 열쇠를 쥐고 있는 마음에 대해선 얼마나 많은 편견을 가지고 방치하고 함부로 대하고 있나?"

"나만 힘든 게 아니다, 너도 힘들었구나, 나만 외로운 게 아니었구나, 사람이란 게 원래 그렇게 외로운 것이었구나, 죽고 싶은 게 아니라 살고 싶었던 것이구나… 내가 이상한 게 아니라 조금 특별했구나."

이 드라마가 방영된 시기를 전후해 여러 전문가가 언론에 글을 기고했다. 하나 같이 "조현병은 결코 불치병이 아니다. 조현병 환자는 사회에서 격리해야 할 범죄자가 아니다. 정신질환도 감기와 같은 질병의 하나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들에겐 배척보다 포용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았다.


◇"조현병 환자는 살인을 할 수 있다"


같은 아파트 단지의 8세 초등생을 유괴해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버린 인천의 16세 소녀가 조현병(정신분열증) 환자로 확인됐다. 그는 최근까지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었다. 경찰은 그의 단독범행으로 결론짓고 이번 주 검찰에 송치하기로 했다.

경찰이 2015년 이후 이 소녀의 진료기록을 조사한 결과 우울증과 조현병으로 최근까지 정신과 치료를 받았으나 입원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우울증 진단에 치료를 시작했으나 증세가 악화되면서 조현병 판정도 받았다고 한다.

그는 학교에 다녀야 할 나이였지만 적응하지 못해 중퇴한 상태였다. 경찰에 체포된 직후 "아무런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죽이지 않았다"와 "기억나지 않는다"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끔찍한 범행을 저지른 용의자가 범행을 부인하는 대신 "기억이 없다"고 말하는 상황은 당황스럽다. 

우리는 지난해 5월에도 비슷한 당혹감을 겪었다. 서울 강남역 인근 공용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을 무침히 살해한 김모씨(35)가 조현병 환자로 드러났다. 화장실에 먼저 들어온 남성 7명을 그대로 보내고 여성 피해자를 살해한 까닭에 ‘여성 혐오 범죄’로 규정됐으나, 경찰과 검찰은 정신상태 감정 후 '조현병에 의한 살인'으로 결론지었다.

김씨는 지난해 1월 정신병원에서 퇴원한 뒤 약물 복용을 중단했고 3월에는 아예 가출해 사실상 집과 사회로부터 방치된 생활을 해 왔다. 법원은 김씨에게 징역 30년에 치료감호와 전자발찌 부착 20년을 선고했다.

두 사건은 '조현병 환자의 범죄'에 경각심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정신보건 단체들은 "조현병 등 정신질환자의 범죄율이 0.08%로 일반인의 1.2%에 비해 낮다"는 통계를 인용하며 이런 여론에 반박하지만, 여론의 주목을 끈 끔찍한 범죄는 단 한 건만으로도 불안감을 확산시키곤 한다.

◇조현병 환자의 "사랑" vs "살인"


"조현병 환자도 사랑을 할 수 있다."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는 사람들이 조현병을 다시 생각하게 했다. 그들은 '나쁜' 게 아니라 '아픈' 것임을 드라마는 말해줬다. 하지만 강남역 살인, 인천 초등생 살해 사건은 "조현병 환자는 살인을 할 수 있다"는 인식을 퍼뜨리고 있다. 

조현병을 향한 '공감'과 '공포'. 잘 만든 드라마와 충격적 사건이 던져준 상반된 메시지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 우리 사회는 복잡한 숙제를 얻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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