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에서 거의 볼 수 없는 색상의 하늘과 구름. 픽사베이 제공

동아시아에서 파란 하늘과 상쾌한 공기는 이제 ‘신기루’에 가깝습니다. 이미 산업화를 이룬 한국과 일본, 국내총생산(GDP) 세계 2위의 경제대국 중국은 집과 공장, 자동차에서 쉴 새 없이 미세먼지를 뿜어내고 있습니다. 한때 ‘세계의 공장’으로 불렸던 미국이나 서유럽조차 지금은 동아시아보다 미세먼지 농도가 낮습니다. 대기오염을 놓고 동아시아와 견줄 곳은 인도 한 곳 정도입니다.

대기오염도를 실시간으로 측정해 미국 환경보호청 표준 공기품질지수(AQI‧Air quality index)로 나타내는 인터넷 사이트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서 세계지도를 펼치면 확실하게 알 수 있습니다. 동아시아의 대기오염이 얼마나 심각한지 말이죠.

동아시아만큼 빨강‧노랑으로 알록달록하게 채워진 곳은 거의 없습니다. 보편적으로 AQI에서 ‘위험’(300 이상)은 갈색, ‘매우 나쁨’(201~300)은 보라색, ‘나쁨’(151~200)은 빨간색, ‘민감군 영향권’(101~150)은 주황색, ‘보통’(51~100)은 노란색입니다. 대기에서 미세먼지나 화학물질이 거의 관측되지 않는 ‘좋음’(0~50)은 녹색으로 표시됩니다. 한국 중국 일본은 모두 ‘나쁨’에서 ‘보통’ 사이에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이용되는 대기오염도 측정 서비스는 중국 환경공학단체의 대기오염 세계지도(aqicn.org)입니다. 이 서비스 역시 미국 환경보호청 표준 AQI 지수를 바탕으로 대기오염도를 표시합니다. 3일 오후 2시 현재 이 서비스에서 서울의 AQI는 152로 빨간색입니다. 전북 군산 156, 인천 151 등 서부권 AQI는 대부분 ‘나쁨’ 수준입니다. 모두 초미세먼지(PM-2.5)의 영향입니다. 중국 동부, 일본 서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같은 시간 이 서비스에서 모든 지역이 녹색으로 표시돼 ‘좋음’ 수준을 가리킨 곳은 북유럽, 오세아니아, 캐나다입니다. AQI도 대부분 10 이하입니다. 나라 전체를 채색한 녹색이 부러울 정도입니다. 참고로 이 서비스는 남극, 그린란드, 시베리아, 북한의 대기오염도를 측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같은 시간 캐나다 서스캐처원주 스토턴의 공기품질지수는 0이다.

같은 시간 미국 뉴멕시코주 산타페의 공기품질지수는 0이다.

같은 시간을 기준으로 AQI가 0인 도시도 있습니다. 적어도 측정된 순간만큼은 미세먼지 농도마저 0으로 나타났다는 의미입니다. 캐나다 서스캐처원주 스토턴, 미국 뉴멕시코주 산타페가 그렇습니다. 스토턴은 2011년 기준 인구 694명의 작은 전원도시입니다. 산타페의 경우 해발 2100m의 고지대입니다. 로스앤젤레스 등 미국 태평양 연안도시들에서 편서풍을 타고 넘어오는 대기오염 물질들을 로키산맥이 절묘하게 막고 있습니다.

두 도시의 AQI는 오후 3시부터 조금씩 상승했습니다. 그래도 10을 넘기지 않았습니다. 언제나 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 있다는 의미겠죠. 한국 중국 일본 사람들이 언젠가 대기오염을 피해 두 도시로 몰려갈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불과 수년 전까지 농담처럼 이야기했던 ‘돈을 주고 공기를 마시는 시대’는 이미 도래했습니다. 중국 베이징처럼 산소통을 착용한 시민은 아직 서울에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막대합니다. 환경부가 미세먼지와 화학물질 저감을 위해 올해 책정한 예산만 해도 5조7288억원입니다. 조금이라도 깨끗한 공기를 마시기 위해 당장 주머닛돈을 꺼내지 않았을 뿐 모두가 세금으로 분담하는 셈이죠. 깨끗한 공기는 경쟁력입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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