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영이가 1년만에 머리를깎고 받은 사탕을 먹고 있다. 머리가 아직 짧아 남들은 자세히 안보면 자른 줄도 모를 정도지만 그래도 아빠에겐 감격스런 날이다.


점심 먹고 후배들과 아이템 회의를 하고 있을 때 아내가 인영이 사진을 한 장 보냈다. 삐뚤삐뚤한 앞머리가 단정히 정돈돼 있었다. 인영이는 지난 가을 항암 유지치료에 들어가면서부터 머리가 빠지지 않았다. 머리가 자라는 건 좋은데 갈수록 더벅머리처럼 됐다. 머리를 다듬어주려 지난달부터 2~3번 미용실에 데리고 갔는데 번번이 실패했다. 머리 안 아프게 예쁘게 해줄게라고 해도 무섭다고 싫다고 도망쳤다.
불과 1년전, 병원 지하 이발소에서 인영이는 삭발을 당했다. 엄마아빠도 울었다.

인영이가 머리를 민 건 1년 전이다. 항암치료를 시작하면서 하룻밤 새 인영이 베갯잇은 빠진 머리카락을 가득했다. 위생 상 병원 지하 이발소에 가서 이발사 바리깡에 아이의 머리를 맡겼었다. 3분정도 걸렸을까. 아내도 나도 서로 안 우는 척 하면서 눈물을 훔쳤다. 인영이도 연신 민머리가 이상한 지 자꾸 손으로 머리를 만졌다.

지난해에는 고등학교 동기·후배들이 인영이 가발을 위한 금일봉을 전달했다. 가발을 골랐는데 인영이가 싫다고했다. 그래서 그냥 모자를 씌워 다녔는데 모자를 벗으면 다들 아들로 봤다. 머리가 짧아서 그런지 같은 나이에 지 언니는 예쁜 인형을 갖고 놀았는데 인영이는 빠방만 갖고 놀았다.
지난주말 화창한 날씨가 이어졌지만 인영이 감기기운이 떨어지지 않아 집에만 있었다. 오늘 잠시 언니와 단지 내 카페에 가서 기분을 전환했다.

인영이가 머리를 자르겠다는 큰마음을 먹은 건 지난 주 병원에서 만난 소은이 언니 덕분이다. 소은이는 인영이와 비슷한 시기에 발병한 초등학생 언니다. 소은이 언니가 머리 예쁘게 잘라 보여 달라고 하니 인영이는 무슨 일인지 선뜻 약속했다. 말만 그런 줄 알았는데 오늘 엄마랑 둘이 미용실에 가서 용감하게 머리를 자른 것이다. 내일은 인영이가 병원에서 소은이 언니를 만나는 날이다. 인영이가 자기 전에 내게 걱정스럽게 말했다.
“아빠, 그런데 내일 소은이 언니 허리주사 맞는대.”
소은이 언니 아플 걱정까지 하는 걸 듣고 있으니 1년 전 이발소에서 싫다는 말도 못하고 두려운 눈빛을 하고 앉아있던 때가 겹쳐졌다. 인영이는 미용실을 제발로 가는 장한 모습을 보여준 데 이어 자기 전에는 태권도 쇼까지 선보였다. 인영이가 건강을 되찾으며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는 걸 새삼 깨달은 날, 아빠는 행복한 마음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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