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온의 영화이야기]<117>장수 스타들 기사의 사진
현재의 도리스 데이
귀 익은 팝송 ‘케 세라 세라’로 유명한 가수 겸 배우 도리스 데이가 지난 3일로 95세를 맞았다. “난 그동안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말해왔죠. 생일에는 신경도 안 썼구요. 하지만 내 진짜 나이를 알게 되니 좋네요.” 도리스의 술회다. 그런데 자신의 진짜 나이를 알다니? 이제까지 그는 올해로 93세인 것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최근 AP통신의 추적보도 결과 실제로는 1922년생인 것으로 밝혀진 것.

가수로는 1946년, 배우로는 1948년에 데뷔해 귀엽고 발랄한 모습으로 록 허드슨, 케리 그랜드 등과 짝을 이뤄 50~60년대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으로, 또 따뜻한 목소리의 뛰어난 가창력으로 누구보다 사랑받은 가수로 일세를 풍미한 그가 어느새 100살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다니 하고 한숨 쉬는 올드팬들이 있을지 몰라도 어쩌랴, 세월은 흐르는 물 같은 것을.

고령에도 불구하고 도리스는 아직 건강에 이상이 없다고 한다. 얼마 전까지는 자신이 세운 ‘도리스 데이 동물재단’이 벌이고 있는 동물보호운동에 여념이 없었지만 이제는 캘리포니아주 카멜시(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시장을 지냈던 곳)의 자택에 칩거하면서 간혹 발코니에 나와 팬들에게 손을 흔들어주는 모습을 보일 정도라는 것. 그래서 측근들은 그가 100세까지 문제없이 살 것이라고 말한다.

하긴 이미 100살을 넘긴 스타들도 있다. 우선 ‘할리우드 황금기의 최후 생존자’로 불리는 커크 더글러스. 그는 지난해 12월로 100살을 맞았다. 1946년에 데뷔한 뒤 평생 90편이 넘는 영화에 출연한 그는, 대부분의 주연배우가 만년에는 조연급으로 떨어지기 마련이지만 2004년의 마지막 출연작 ‘환상(Illusion, 마이클 구어지안)’까지 주연 자리를 내놓지 않은 대스타였다.

영화사에 기록될 만한 유명한 그의 출연작들만 해도 ‘챔피언(마크 롭슨, 1949)’ ‘형사 이야기(윌리암 와일러, 1951)’ ‘불의 사나이 고흐(Lust for Life, 빈센트 미넬리, 1956)’ ‘OK목장의 결투(존 스터제스, 1957)’ ‘영광의 길(Path of Glory, 스탠리 큐브릭, 1957)’ ‘스파르타커스(스탠리 큐브릭, 1960)’ ‘5월의 7일간(Seven Days in May, 존 프랑켄하이머, 1964)’ ‘무장마차(The War Wagon, 버트 케네디, 1967)’ ‘열망(The Arrangement, 엘리아 카잔, 1969)’ ‘전율의 텔레파시(The Fury, 브라이언 드 팔마, 1978)’ ‘최후의 카운트다운(돈 테일러, 1980)’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게다가 그는 잦은 이혼과 스캔들에 휩싸인 많은 할리우드 스타들과는 달리 두 번째 결혼한 부인 앤과 60년 넘게 잉꼬부부로 해로하는가 하면 장남 마이클 더글러스가 자신 못지않은 대스타로 성장해 자신이 받지 못한 아카데미상까지 받는 등 자식농사도 잘 지어 더 부러울 게 없어 보인다.

이밖에도 장수하고 있는 할리우드 스타들은 적지 않다. 우선 커크 외에 100세를 맞은 스타로 올리비아 드 하빌랜드가 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빅터 플레밍, 1939)’의 멜라니역으로, 그리고 에롤 플린과 짝을 이뤄 출연한 1940년대의 모험활극 히로인으로 유명한 그는 지난해 7월 만 100세가 됐다. 그리고 올해로 90세를 넘은 스타들도 여럿이다. ‘워터프론트(엘리아 카잔, 1954)’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에바 마리 세인트(93), 지금은 할머니 배우로 자리 잡았지만 젊은 시절 미녀배우로 명성을 날린 앤젤라 랜스버리와 ‘007 골드핑거(가이 해밀턴, 1965)’의 본드 걸 푸시 갤로어로 유명한 아너 블랙맨(이상 92), 노래, 춤, 연기 등 못하는 게 없는 팔방미인, 디즈니 영화 ‘메리 포핀스’의 유쾌한 굴뚝청소부 딕 밴 다이크(91), 흑인 최초의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자 시드니 포이티어와 ‘바나나 보트 송’ 같은 노래를 불러 ‘칼립소의 제왕’으로 칭송되던 미성의 흑인 가수 겸 배우 해리 벨라폰테(이상 90).

80살 이상으로 가면 훨씬 더 많다. 007 로저 무어(89)와 숀 코너리(87), 아카데미 최고령 수상 배우, ‘사운드 오브 뮤직(로버트 와이즈, 1965)’의 폰 트랩 대령 크리스토퍼 플러머(88), ‘황야의 무법자’로 출발해 이제는 거장 감독이 된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무슨 역을 맡아도 믿음직한 ‘프렌치 커넥션(윌리엄 프리드킨, 1971)’의 뽀빠이 형사 진 해크먼, 젊은 시절 꽃미남으로 이름을 날린 로버트 와그너, 알프레드 히치콕의 이색 스릴러 ‘새(1963)’의 히로인이자 여배우 멜라니 그리피스의 엄마 티피 헤드렌(이상 87),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은 명우 로버트 듀발과 디즈니 만화 ‘라이온 킹’에서 심바의 아버지 사자 왕 무파사 목소리로 유명한 흑인배우 제임스 얼 존스, 폐인들까지 양산한 유명한 SF ‘스타 트렉’의 오리지널 TV 드라마와 극장판 영화의 커크 선장 윌리엄 섀트너(이상 86)가 있고, 왕년의 글래머 미녀스타 킴 노박과 아직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마이클 케인은 84세다.

또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장수한 스타들도 많다. 코미디언 겸 배우 봅 호프(2003년. 이하 사망연도)와 조지 번스(1996)가 100살까지 살았고, 만능 성격배우 일라이 월라크는 98세에 별세했다(2014). 그리고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은 ‘최강의 조연’ 어네스트 보그나인은 95세(2012), 올리비아 드 하빌랜드의 여동생인 조운 폰테인은 ‘장수집안’답게 96세(2013)까지 살았다. 이밖에 이국적인 아름다움으로 유명했던 제니퍼 존스(2009), ‘100만달러의 각선미’ 말렌 디트리히(1992), 할리우드 황금기를 대표하는 배우의 한사람인 글렌 포드(2006), 1930년대 스크루볼 코미디의 대표선수였으나 우리에게는 1953년의 서부극 ‘셰인(조지 스티븐스)’의 여주인공으로 각인된 진 아서(1991), 로널드 레이건의 첫 부인으로 미국 퍼스트 레이디가 될 뻔했던 50년대 멜로영화의 히로인 제인 와이먼(2007), 배우 겸 감독 겸 제작자로 종횡무진한 ‘쥬라기공원(스티븐 스필버그, 1993)’의 존 해먼드 박사 리처드 어텐보로(2014)는 모두 90세에 세상을 떠났다.

장수한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겠지만 스타들의 모습은 될 수 있는 한 오래 봤으면 좋겠다.

김상온(프리랜서 영화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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