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은 침묵 속에서도 임재하죠” 뜨거웠던 ‘사일런스’ 시네톡

서울 광진구 광장로 장로회신학대 국제회의장에서 11일 상영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영화 사일런스는 밤 9시 20분이 돼서야 끝이 났다. 하지만 영화를 감상한 200여명의 학생들은 자리를 뜨지 않았다. 곧바로 토론이 이어졌다.


장신대는 이날 영화를 본 뒤 교수와 학생이 토론을 하는 ‘씨네 톡’(Cine Talk) 행사를 기획했다. 조명이 환하게 켜진 국제회의장 무대에 유해룡(영성신학) 낙운해(조직신학) 교수가 올라왔다. 사회는 김은혜(기독교윤리) 교수가 맡았다.

가톨릭의 영성을 공부한 적 있는 유 교수는 영화의 시종을 관통하는 ‘침묵’이라는 주제가 예수님의 부재(不在)를 의미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영화는 ‘부재 속의 임재’를 말하고 있다”면서 “영화에서처럼 인간은 늘 예수를 향해 ‘긍정’과 ‘응답’을 요구하지만 예수님은 침묵 속에서도 임재하시며 우리를 돌보신다”고 말했다.

영화 사일런스가 끝난 뒤 김은혜 교수와 유해룡 교수 낙운해 교수(왼쪽부터)가 무대에 올라 영화평과 질문을 받고 있다. 장창일 기자

학생들은 일본인인 낙운해 교수를 향해 ‘신사참배와 배교’를 비교해 질문했다. 둘 다 구원받을 수 없는 것 아니냐는 게 요지였다. 잠시 뜸을 들인 낙 교수는 “나는 신사참배에 반대하지만 바로 그 순간에 서지 않은 사람이 정답을 규정하는 건 무리”라고 단언했다. 그는 “평화로운 지금이야 훌륭한 말을 많이 할 수 있지만 배교하지 않으면 가족을 죽이겠다는 협박 앞에서 어떤 결정을 할지 고민해보라. 이런 고민이 좋은 신학적 주제가 된다”고 소개했다.

낙 교수는 이 영화의 주제가 ‘예수님의 침묵’인 동시에 ‘신자 개인의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영화는 하나님의 침묵뿐 아니라 신자 개인의 결정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신학생들은 배교한 페레이라 신부와 로드리게스 신부의 결정을 타자가 아닌 바로 내 일이라고 생각해 보라”고 조언했다.

씨네 톡 행사가 11일 오후 10시 20분까지 이어졌지만 학생과 교수의 참여도는 높았다. 장창일 기자

‘한번 타락하면 회개할 수 없는가’라는 주제에 대한 토론도 뜨거웠다. 한 질문자는 ‘타락한 자들은 다시 새롭게 하여 회개할 수 없나니 이는 자기가 하나님의 아들을 다시 십자가에 못 박아 현저히 욕을 보임이라’(히 6:6)는 구절을 인용하며 ‘배교 뒤에 회개가 가능한지’를 물었다.

낙 교수는 “어떤 사람이 끝까지 예수 그리스도를 부인하고 배신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면서 “끝까지, 무슨 일이 있어도 부인하고 이를 유지할 수 있는 존재가 있다면 용서받지 못하겠지만 인간은 그렇지 않다”며 회개와 용서가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밤늦게 시작됐는데도 토론회는 한 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끝까지 자리를 지킨 신학생들에겐 깊은 성찰과 모색의 시간이었다.

장창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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