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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가 아니라 국가미래가 걸린 중요한 공적 주제라 비판하는 것"

자유와인권연구소 애드보켓코리아 공동주관 세미나서 잘못된 '혐오논리' 실체 분석

이정훈 울산대 교수가 1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개최된 표현의 자유와 혐오표현 세미나에서 발제하고 있다. 김보연 인턴기자

자유와인권연구소와 애드보켓코리아는 1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표현의 자유와 혐오표현’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하고 잘못 사용되고 있는 혐오논리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한국교회의 노력을 당부했다.

이정훈 울산대 법철학 교수는 ‘혐오표현 규제의 필요성과 한계’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혐오표현에 대한 범죄화 전략은 동성애자들에게 오히려 낙인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정작 소수자 자신들에게 좋은 전략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최근 ‘혐오표현 실태조사 및 규제방안 연구’ 용역을 내놨는데 혐오표현을 범죄화하고 이중, 삼중의 제재를 해서 뿌리 뽑자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 “문제는 자기진영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타깃을 삼고 제재를 강화시키는 전략은 사회파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진보진영의 주장대로라면 혐오와 관련된 제재를 강화한 프랑스는 이중삼중의 보호를 받는 무슬림 등 소수자들이 사회에 동화되어 더 잘살아야 하는데 인권천국은커녕 테러가 발생하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이처럼 유럽에서 실패한 소수자 인권보호시스템을 왜 한국에 가져오려는 것인지 그 의도를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소수자 문제는 국가가 나서서 법적 제재를 강화하기보다 시민사회 영역에 맡겨 다른 구성원들이 받아들이고 사회에 통합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국가가 나서서 법적 제재방안을 내놓으면 소수자들은 결국 소송에 의지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결국 이들은 사회로부터 더욱 격리되는 현상이 벌어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한국사회에선 지금 갈등이 전혀 없는 ‘무균질 사회’로 만들려는 강박관념이 강하다”면서 “진영논리가 병적이다보니 사회적 갈등을 활용해 적진을 전멸시키려는 무균질 사회를 만들려 하고 있다. 이것은 합리적 논쟁이 불가능하고 사회갈등이 오히려 상대 진영을 멸절시키는 정치선동의 도구로 전락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건전한 민주사회가 되려면 정상적인 담론이 형성되어야 하는데 적폐청산, 전멸 등 냉전구조에 기반한 운동권의 전투적 정치의식이 의사소통의 구조를 파괴하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면서 “소수자를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에 따라 활용하는 시도는 소수자인 당사자 입장에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14일 개최된 표현의 자유와 혐오표현 세미나에선 혐오논리의 폐해를 알리고 시민적 권리차원에서 사회의 공적 문제를 진지하게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보연 인턴기자

그는 “합의가능한 문제를 마치 판을 갈아야 하는 무균질 사회로 만들어야 한다는 논리 속에는 합의와 양보라는 민주주의의 원칙을 배격하며 한쪽을 전멸시키겠다는 매우 위험한 논리가 깔려 있다”면서 “이렇게 전체주의로 가다보면 결국은 민주주의의 위기를 가져올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국가가 나서서 혐오논리로 제재를 가한다면 소수자를 무능력자나 무임승차자로 인식하는 또 다른 낙인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소수자이니 무조건 보호해야 한다며 혐오 범죄를 만들어 놓으면 소송의 남발을 통해 소수자가 권리를 자신의 권리를 쟁취하려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면서 “그렇게 되면 소송이 남발하게 되고 승소를 하든 패소를 하든 당하는 사람 입장에선 포용적 관점을 가지기보다 소수자를 무임승차자나 무능력자로 생각하고 적대적 감정을 숨기게 된다. 이렇게 되면 통합은 커녕 사회적 갈등이 더욱 극에 달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현재의 상황에서 논쟁의 여지를 남겨두지 않고 소송을 통해 자신의 지위를 확보하려는 현상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그렇게 되면 소수자도 법의 종속적 존재로 전락하게 된다”면서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선 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기보다 사회의 공동선을 위해 자신들이 존엄한 존재라는 것을 증명해 내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현행법으로 모욕과 명예훼손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장치가 있음에도 또다시 제재방안을 만들겠다는 논리는 소송을 남발하겠다는 매우 위험한 생각”이라면서 “차별금지법처럼 입증책임을 전환시키고 징벌적 손해배상 등을 통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면 공론의 장은 위축되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국가인권위원회가 혐오표현이라는 것을 마치 외과 수술하듯 도려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그것은 표현의 자유, 사상의 자유시장을 사망에 이르게 하는 수술이 될 수 있다”면서 “사상의 자유는 품위 있는 민주주의를 위한 기초인데, 이것을 혐오표현으로 제재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사회는 결혼제도라는 공동선에 일치의견을 내놓고 있는데, 만약 동성애자들이 그들의 동성결혼이 공동선에 일치한다면 반드시 표현의 자유시장에 나와서 그것을 입증해야 한다”면서 “만약 지금처럼 법 뒤에 숨어서 자신들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소송으로 공격하는 이상한 전략을 쓴다면 분열과 대립의 파괴 전략을 사용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한국 민주화의 부작용은 생계형 엔지오가 많아지면서 모든 이슈를 싸구려 인권으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결국 그것은 시민의 인권감수성을 떨어뜨리고 ‘또 인권이야’하는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사상의 자유시장, 공론의 장을 어떻게 잘 형성하느냐에 있다”고 강조했다.
14일 개최된 표현의 자유와 혐오표현 세미나에선 국가인권위원회가 발간한 '혐오표현 실태조사 및 규제방안 연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보연 인턴기자


백은석 한동대 국제법률대학원 교수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연구용역 보고서를 보면 ‘혐오표현은 차별의식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따라서 혐오표현을 하는 사람은 차별행위를 반드시 하고 증오범죄까지 할 것’이라는 전제 아래 혐오표현을 규제해야 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고 주장했다.

백 교수는 “그러나 국가인권위의 의도와 달리 혐오표현을 정의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표현의 자유에 포함되는 표현을 혐오표현으로 제재한다면 본질적인 자유와 정면충돌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망했다.

백 교수는 “미국법에서 표현의 자유는 진실추구와 지식증진, 자치와 참여적 민주주의 고양, 자율과 자기구현의 원리라는 3대 원칙 아래 보장된다”면서 “표현의 자유를 밝히고 제한 조항이 있는 우리 헌법과 달리 미국 헌법조항에는 규제나 제한의 근거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따라서 미국에선 즉각적인 폭력선동이나 외설, 명예훼손, 상대방의 폭력을 유발하는 도발적 발언이 아니면 표현의 자유로 두텁게 보호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연방대법원은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흑인 가정 앞에서 십자가를 소각한 행위를 처벌한 혐오표현 규제조례를 위헌이라 판단했다"면서 "'동성애를 관용한 결과 하나님이 미국을 벌하신다'는 주장을 해오던 교인들이 미군 참전용사의 장례식장 앞에서 ‘미군이 죽어서 하나님께 감사’라는 피켓시위에 대해서도 표현의 자유로 인정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백 교수는 “특히 후자의 경우 일반인이 혐오스럽다고 느낄만한 표현에 대해서도 연방대법원이 표현의 자유로 보호해 준 이유는 공공성이 있는 주제에 대해 시민으로서 참여하여 목소리를 낸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 캔터키주 티셔츠 업체가 동성애자들의 행진 때 사용할 티셔츠 제작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소송에 걸렸지만 1심에서 승소했던 것도 강요된 표현을 거부할 수 있는 기본권 보호를 보장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백 교수는 “혐오표현에 대한 미국법의 입장은 발언을 규제한다고 될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더욱 노출시켜 공론화 할 문제로 본다”면서 “동성애나 동성결혼 이슈는 사회와 국가의 근본적 관계와 제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중대한 공적 주제인 만큼 한국교회는 책임있는 시민으로서 공적논의를 진행할 시민적 권리와 의무가 있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조언했다.

이순호 변호사는 14일 “현행법상 명예훼손, 모욕, 협박 강요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을 통해 얼마든지 처벌이 가능함에도 현행법으로 혐오표현을 처벌하겠다는 발상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심대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보연 인턴기자

이순호 변호사(법률사무소 가을햇살 추양)도 “차별금지법 등으로 혐오표현을 규제하겠다는 논리는 매우 위험한 생각이 들어있는데, 그것은 모욕 위협 증오 선동 혐오 등의 개념이 매우 불투명하다는 데 있다”면서 “현행법상 명예훼손, 모욕, 협박 강요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을 통해 얼마든지 처벌이 가능함에도 현행법으로 혐오표현을 처벌하겠다는 발상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심대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다수자도 얼마든지 혐오표현의 피해자가 될 수 있음에도 소수자만 혐오표현의 피해자가 된다는 발상은 논리가 맞지 않는다. 혐오표현의 피해자는 소수자가 아니라 개인일 뿐”이라면서 “혐오표현 논리는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의 충돌문제가 걸려있는 사안인 만큼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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