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빛내렴의 성화묵상] 어둠이 그 빛을 이기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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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내렴의 성화 묵상]



어둠이 그 빛을 이기지 못하였다



그리스도의 부활(1635년경∼1639년 작), 렘브란트 하르먼손 판 레인(1606∼1669), 캔버스에 유화, 91.9×67㎝, 독일 뮌헨 알테 피나코테크 소장



한 줌 권력을 쥔 정치 지도자들과 기득권을 지닌 종교 지도자들은 부화뇌동하는 군중들을 이용해 사건을 서둘러 종료했다. 그렇게 새로운 생명과 사상을 못박으면 될 줄 알았다. 속으로 쾌재를 불렀을지도 모른다. 허나 사흘 만에 승리는 역전됐다. 누가 빛의 세력인지 어둠의 세력인지 명백해졌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 뉴스는 4 복음서 기자들이 모두 다뤘는데, 그 중 마태가 전한 소식이 가장 극적이다. 이 기록(마 28:1∼10)을 근거로 빛과 어둠의 거장 렘브란트는 당대의 화풍대로 명암대비를 사용해 극적으로 이를 형상화하고 있다. 여느 화가들의 그림이 흔히 부활한 그리스도가 가운데서 두 손을 들고 있거나 한 손에 승리의 막대기나 깃발을 들고 있는 모습을 그린 데 비해, 이 그림은 전혀 다른 구도를 형성한다.

화면 정중앙에 흰옷을 입은 천사가 눈부신 빛이 방사되는 상태에서 석관의 뚜껑을 들어올리고 있으며, 그리스도는 오른쪽 관 모퉁이에 수의를 입은 채 막 일어나 앉은 상반신 옆모습으로 빛을 받고 있다. 오른쪽 아래엔 새벽 무덤을 찾은 막달라 마리아와 또 다른 마리아가 아직 그분을 발견하지 못한 채 벌어진 일에 놀라워하고 있다. 왼쪽의 로마 병사들은 두려워 떨며 칼을 떨어뜨리거나 공중제비를 하듯 고꾸라지기도 한다. 죽은 듯 실신한 이도 있다. 그런데 오른쪽 두 여인과 왼쪽의 병사들은 빛과 어둠이라는 두 진영을 대변한다.

오른쪽 여인들은 이 상황에 대해 무서움과 큰 기쁨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 이들에게 천사가 전한 말의 핵심은 이렇다(마 28:5~7). ‘두려워하지 말라, 그는 여기에 계시지 않다, 그는 살아나셨다, 제자들에게 전하라 ? 그가 먼저 갈릴리로 가시니 거기서 그를 보게 될 것이다.’ 이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이다. 곧, 공포와 절망 가운데 있지 말라, 실의에 찬 상태로 빈 무덤에 머물러 있지 말라, 새 생명이 시작되었다, 네 삶의 현장으로 가라는 것이다. 죽음에서 승리한 그리스도는 그대로 하늘에 오르지 않고, 그가 사역했던 현장에 먼저 가서 제자들을 기다렸다. 그분은 그렇게 제자들도 우리들도 현실의 삶 속에서 새롭게 희망을 지니고 새로운 역사를 쓰기 바란다.

왼쪽의 불의한 세력들은 잠시 고꾸라져 죽은 듯하나 호락호락하지 않다. 경비병들의 보고를 받은 그들은 무슨 일을 꾸몄던가(마 28:11∼15). 매수와 거짓뉴스 유포로 진실을 지우려 했다. 그러니 어둠의 세력과 빛의 세력이 무조건 화해하거나 화합할 수는 없는 것이다. 바울이 말한 대로 “정의와 불의가 어떻게 짝하며, 빛과 어둠이 어떻게 사귈 수” 있겠는가.(고후 6:14)

그리스도의 부활을 통해 승리를 경험한 자들은 이제 다시 담대할 수 있다. 그가 3일 만에 어둠을 물리쳤기 때문이다. 3달 만에라도 옳고 그름은 결판난다. 3년 만에라도 진실은 떠오른다. 30년 만에라도 참과 거짓은 밝혀진다. 우리가 매 순간의 역사를 엄중히 여기는 까닭이다. 승리의 부활의 아침, 우리가 새겨야 할 말. “어둠이 그 빛을 이기지 못하였다(요 1:5).” 그렇다. “빛이 어둠보다 뛰어남”(전 2:13)은 만고의 진리이다.
<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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