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역사 교과서(아래 사진)와 현재 검정 교과서(위 사진)에 실린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진 비교. 검정 교과서에 실린 1960년 5·16 군사쿠데타 당시의 군복 사진은 국정판에선 빠졌다. 대신 박 전 대통령이 1976년 포항제철 박태준 회장과 제2고로에 불을 붙이는 사진이 쓰였다. 각 교과서 발췌.


국가재건최고회의가 5차 개헌안에 명시
낡은 헌법, 시대정신에 맞게 수정해야
검·경의 상하관계를 견제관계로 되돌릴 때
검사의 영장청구 독점, 국민이 결정할 문제
검찰공화국 폐해 언제까지 방치할 텐가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권을 놓고 검찰과 경찰의 기세 싸움이 한창하다. 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검·경이 자기 조직에 유리한 발언을 쏟아내며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누구 주장이 현실에 맞는지를 파악하려면 영장청구와 관련한 헌법과 형사소송법의 규정 변화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제헌헌법(1948)은 법관에 의한 영장제도를 도입하면서 사전 영장 청구권자에 관한 규정을 두지 않았다. 다만 현행범이 도피 또는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을 때 수사기관이 사후 영장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규정에서 중요한 점은 사후 영장 청구권자를 검찰로 하지 않고 ‘수사기관’이라고 한 것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형사소송법(1954)은 구속·압수수색 영장 청구권자를 검사와 사법경찰관으로 명시했다. 검찰과 경찰을 대등한 청구권자로 한 셈이다.

5·16쿠데타를 계기로 헌법과 형소법은 그 이전과 비교할 때 검찰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방향으로 바뀐다. 5·16쿠데타 이후에 열린 국가재건최고회의는 경찰이 검사를 경유해야 영장을 청구할 수 있도록 형소법을 개정했다.

 국가재건최고회의는 형소법 개정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헌법을 개정했다. 검찰관의 영장청구권을 헌법에 명시한 제5차 개헌안(1962)을 의결·공포한 것이다. 박정희 정권은 제7차 개헌안(1972)에서 검찰관을 검사로 변경했다.

김수남 검찰총장. 뉴시스


이후 헌법과 형소법 개정 과정에서 영장청구의 주체는 검사로 자리 잡았고, 사법경찰관은 검사에게 영장을 신청하도록 했다. 검찰과 경찰을 경쟁·견제 관계가 아니라 상하 관계로 만든 것이다.

 검사는 수사권·수사지휘권·수사종결권·영장청구권·기소권·공소유지권·형집행권 등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이런 과정을 거쳐 시나브로 ‘검찰공화국’은 공고해졌다. 박정희 정권을 거쳐 박근혜 정권에 이르기까지 역대 정권에서 검찰 출신 인사들은 출세 가도를 달렸다.

박정희 정권이 전쟁의 상흔을 딛고 경제성장 등을 위해 노력한 점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민주주의 발전을 가로막고 인권을 유린한 군사독재정권임을 부인할 수 없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박정희 정권의 공과는 반드시 역사적으로 재평가를 받아야 한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던 국가재건최고회의가 도입한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권이 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 유효한지는 국민이 결정해야 할 문제다.

헌법에 명시된 검사의 영장청구권 독점 조항을 삭제하면 신체의 자유가 침해되고 인권 보장에 구멍이 뚫릴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이 전부 객관적 사실에 부합한다고 할 수도 없다.

인신구속을 포함해 강제수사를 위한 영장 발부 여부는 청구자의 의지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다. 독립기관인 법관이 엄중한 심사를 거쳐 결정한다.

 최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가 보강 수사 후 재청구를 통해 발부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철성 경찰청장. 뉴시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1·2차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과 발부를 각각 결정한 기관은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들이었다. 이들이 법과 양심에 따라 결정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헌법재판소도 1997년 3월 “영장주의의 본질은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 강제처분을 할 경우 중립적인 법관이 구체적 판단을 거쳐 발부한 영장에 의해야만 한다”고 밝혔다. 체포·압수수색·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검찰이나 경찰의 소관업무가 아니라 오로지 법관의 영역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검사만 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고 헌법에 규정한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다. 세계화에 역행한다는 지적에 설득력이 있다. 우리 헌법은 개정하기도 쉽지 않다.

 대한민국헌법이 1987년 10월 공포된 뒤 지금까지 개정되지 않은 것을 보면 우리 헌법이 얼마나 경성헌법(硬性憲法)인지 알 수 있다. 대권 후보를 포함한 정치권 인사들의 이해득실에 가로막혀 개헌 논의가 제대로 진척되지 않고 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헌법에 규정된 검사의 영장청구권 독점 조항은 삭제하는 것이 시대정신에 맞는 듯하다. 이 문제를 검·경에 맡기면 해결되지 않는다. 양측의 견해차를 좁힐 수도 없고, 더 큰 권력을 쥐고 있는 검찰이 양보할 리도 없다.

 건전한 의식과 양식을 갖춘 헌법학자와 법학 전문가들이 난상토론을 벌여 대안을 제시하고 국민의 현명한 심판을 받게 해야 한다.

서울중앙지법 법정으로 출두하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그는 박정희 정권에 이어 박근혜 정권에서도 승승장구하다 영어의 신세가 되고 말았다. 뉴시스

이참에 형소법의 관련 조항 개정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검사의 영장청구권 오·남용 사례는 수없이 많다.

 검찰 비리에 대한 경찰 수사를 방해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검사가 청구하지 않으면 경찰이 이의를 제기할 수도 없다.

‘절대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이다. 권력이 한군데로 집중되면 악용될 수밖에 없다. 권력을 분산하고, 권력기관끼리 서로 견제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경찰은 “헌법에 명시된 검사의 영장청구권 독점 조항이 삭제되면 경찰 단계의 구속기간을 폐지할 수 있다”며 “체포·압수수색 영장은 경찰이 직접 신청하고, 구속영장은 검사를 경유해 청구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권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서둘러 대안을 찾아야 한다.

염성덕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sdyu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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