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선의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7일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파격적인 '선거 포스터'를 내놓았다. 후보 얼굴을 클로즈업하는 대신 두 손을 번쩍 치켜든 전신 사진을 실었다. '안철수 포스터'는 하루 종일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며 화제를 낳았다.

18일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관심을 차지했다. 온라인 쇼핑몰처럼 꾸민 정책 홍보 사이트 '문재인 1번가'에 접속이 지연될 만큼 네티즌이 몰려들었다. 여기서 정책을 구매하면 SNS로 공유되는 독창적 아이디어가 깔려 있었다.

'안철수 포스터'와 '문재인 쇼핑몰'. 두 후보는 선거가 시작되자마자 한 건씩 '터뜨린' 셈이 됐다. 네거티브 공방이 접수하다시피 했던 선거판에 모처럼 신선한 발상이 고개를 들었다. 포스터와 쇼핑몰에 쏠린 관심은 네거티브가 아니어도 유권자의 시선을 사로잡을 방법이 얼마든지 있음을 보여줬다.

안철수 포스터

안철수 후보의 선거 포스터에는 당명이 없고 기호와 이름마저 흐릿해 “진짜 선거벽보가 맞느냐”는 반응까지 나왔다. 두 손을 치켜들고 있는 안 후보가 ‘국민이 이긴다’고 적힌 어깨띠를 두르고 있는 모습이다. 

'국민의당'이라는 글자는 없었다. 어깨띠에 국민의당 심벌이 그려져있을 뿐이다. 국민의당 경선 현장 사진을 사용하면서 기호와 이름은 흐릿하게 처리됐다. 얼굴과 기호, 이름을 부각한 보통의 선거 벽보와는 확연히 다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안 후보의 벽보를 두고 의견이 쏟아졌다. “참신하다” “깔끔하다” 등의 긍정적 댓글과 어딘가 미완성 포스터처럼 보인다는 반응이 뒤섞였다. 

안철수 후보는 “대한민국 정치사상 처음 하는 시도일 거다. 변화하는 모습과 변화 의지를 보여드리려 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가 변하지 않는 이유는 두 가지다. 실력 있는 전문가에게 일을 맡기지 않아서 그렇고, 아무리 창의적인 생각이 나와도 조직을 이끄는 리더가 그걸 받아주지 않는 닫힌 마음을 가지면 새로운 시도는 무산된다. 이번 벽보를 통해 제 국정운영의 모습을 보여드리려 했다”고 설명했다.

안 후보는 “아마 1번부터 5번까지 벽보를 보시면 나머지 벽보들은 누가 되든 대한민국이 변함없이 똑같을 거란 상징 아니겠나. 저는 반드시 달라진 대한민국을 만들 자신이 있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쇼핑몰

문재인 캠프는 공식 SNS 계정을 통해 "대한민국 최초 정책쇼핑몰"이라며 "지역, 세대, 관심사에 따라 정책 공약 쇼핑하세요. 충동구매 대환영"이란 글과 함께 '문재인 1번가'를 내놓았다.

문재인 1번가는 문 후보의 정책을 한눈에 볼 수 있게 정리해놓은 대선 홍보 사이트다. 홈페이지 메인화면은 기존의 쇼핑몰 사이트처럼 꾸몄다. '도시재생 뉴딜' '최순실 없는 나라' '파란 후보' 등의 '정책 상품'이 올라와 있다. 

도시재생 뉴딜은 '주문 폭주'라는 붉은 리본이 붙어 있고, '봄맞이 특가 이벤트' '투데이 특가, 24시간만 이 가격' 등의 쇼핑몰 문구를 사용해 정책을 홍보하고 있다. 유권자들에게 반응이 좋은 공약은 '베스트 상품'으로 선정된다.

공약에 달린 '즉시 구매 좋아요' 버튼을 누르면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자신이 선택한 공약을 공유할 수 있다. 18일 오후 14시 기준으로 '문재인 1번가'의 베스트 정책은 '안전이 정착된 나라'로 1만8000건이 넘는 선택을 받았다.

문 후보 측은 "문재인 1번가는 안보·경제·복지·일자리 등 문 후보의 공약을 총망라한 곳"이라며 "이를 통해 딱딱하고 어렵게 느껴지는 정책 내용을 국민들에게 보다 쉽고 편하게 보여주기 위해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럼 다음은?… 진짜 승부처는 '스탠딩 토론'과 '공약집'

두 후보는 앞으로 3주 동안 많은 승부를 벌이게 된다. 누구의 로고송이 유권자 입에 더 많이 오르내릴지, 누구의 슬로건이 더 많이 회자될지, 누구의 발언이 더 많은 관심을 모을지 하루하루 경쟁을 벌일 것이다.

진짜 승부처는 사상 처음 시도되는 '스탠딩' 방식의 TV 토론과 선거일 열흘 전쯤 나올 '공약집'이 될 듯하다. 양측 캠프는 19일 열리는 두 번째 대선후보 TV 토론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KBS가 주최하는 이번 토론은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스탠딩 토론' 방식이다. 별도의 자료 없이 메모지와 필기구만 갖고 토론해야 한다. 30초씩 인사말을 한 뒤 교육·경제·사회·문화 분야 공통질문에 1분간 답변하고 바로 9분짜리 난상토론으로 들어간다. 후보의 역량이 고스란히 드러날 수 있다.

문재인 후보 측은 안희정 충남지사 캠프에서 토론을 도왔던 김성수 의원까지 합류해 준비하고 있다. 문 후보의 공약 이해도는 걱정할 것 없다는 판단 아래 거친 설전이 벌어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안철수 후보 측은 목소리 톤과 표정 등 감성적·비언어적 부분을 보완해 풍부한 콘텐츠가 제대로 전달되게 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준비는 경향신문 기자 출신의 이용호 TV토론단장이 지휘한다. 촘촘한 유세 일정 중 안 후보와 짬짬이 리허설을 해왔다.

최근 한층 가열된 네거티브는 대선판이 양강구도로 급속히 재편된 상황과 무관치 않다. 판도가 바뀌면서 이를 저지하려는 측과 뒤흔들려는 측이 거칠게 충돌했다. 하지만 선거구도가 안정을 찾으면 다음 관건은 '차별화'가 된다. 정책을 통한 차별화 시도가 맞부딪칠 시점은 '공약집'을 발표하는 때다.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문재인 후보는 12월 9,10일에 공약집을 내놨다. 공약집 발표는 대선을 열흘가량 남긴 시점에서 산발적으로 발표했던 공약을 총망라해 유권자에게 알리는 일이다. 유권자에게는 두 후보를 정책으로 한눈에 비교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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