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단’ 역습, 한국교회 통합 찬물… 한기총 이영훈 대표회장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의 통합을 위해 힘쓰던 이영훈 한기총 대표회장의 직무가 정지됐다. 자칭 ‘보혜사(保惠師)’였던 김노아(옛 김풍일)씨가 제기한 대표회장 직무정지 가처분신청 때문이다.

한기총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제22대 대표회장 선거를 앞둔 지난 1월 18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연합회관 한기총 회의실에서 입후보한 김노아 목사에 대한 서류 심사를 하고 있다. 국민일보DB


재판부 “김씨 은퇴근거 없고 연임제한규정 위반”
서울중앙지법 제51민사부(부장판사 이제정)는 17일 “지난 1월 실시된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는 중대한 하자가 있어 무효로 볼 여지가 있어 김씨가 제출한 직무집행정지 등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였다”면서 “이 목사는 본안 판결 확정까지 한기총 대표회장의 직무를 집행해서는 안 된다”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예장성서총회 세광중앙교회 당회장으로 재직하다가 지난해 9월20일 김영환을 교회 당회장으로 임명했다”면서 “그러나 당회장에서 은퇴하려면 최소 1년 전에 당회에 공지하고 당회와 노회 주관으로 은퇴예식을 진행해야 한다는 등의 세광중앙교회 정관에 따르면 김씨가 은퇴한 것으로 볼 수 없고 한기총 대표회장 피선거권이 없다고도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기총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1월 ‘교회 원로목사 및 은퇴자는 피선거권이 없다’며 김씨의 피선거권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재판부는 교회 정관상의 절차를 다 밟지 않았다는 이유로 다른 판단을 내린 것이다.

대표회장 연임제한 규정도 문제가 됐다. 재판부는 “한기총 정관 제44조 제3항은 ‘개정 정관 시행 당시 대표회장의 단임에 관한 규정은 개정 정관에 의해 선출된 때부터 적용한다’고 돼 있다”면서 “그러나 연임제한규정의 취지 등을 고려하면 보궐선거로 선출된 이 대표회장도 적용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에 이 대표회장이 보궐을 포함해 3연임을 한 것은 이 규정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한기총 대표회장 직무대행자를 자신으로 해달라’는 김씨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직무대행자는 추후 별도로 결정한다”고 판시했다.

한국교회 연합 노력에 찬물
이 대표회장의 직무를 정지시킨 김씨는 자신을 보혜사라고 주장했던 인물이다. 그는 1982년 6월 9일 한 목사후보생에게 수여한 임명장에 자신을 ‘한국예수교실로성전(聖殿) 보혜사 김풍일’이라고 적어놓았다. 같은 해 4월25일 한 신도에게 수여한 임명장에서도 자신을 ‘또 다른 보혜사’라고 호칭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은 2009년 제94회 총회에서 김씨가 ‘신천지 이만희와 유사한 이단사상을 갖고 있다’고 보고했다. 이런 문제점이 있었지만 홍재철 전 한기총 대표회장은 김씨를 회원으로 가입시켰다.

지난 12일 “대선 전까지 통합하겠다”며 통합추진을 발표한 한기총과 한교연은 ‘심의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교단 및 단체는 심의하여 받아들인다’는 합의조항에 따라 김씨에 대한 재심의를 예고한 바 있다. 그러나 김씨가 제기한 가처분신청 인용이라는 ‘암초’를 만나게 됐다.

교계에선 한기총과 한교연의 통합을 위해 힘써온 이 대표회장의 직무정지 소식에 안타깝다는 반응이다. 

전명구 기독교대한감리회 감독회장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오직 한국교회가 하나 되기를 염원했던 이 대표회장의 직무정지 가처분신청이 인용된 건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면서 “그러나 한국교회가 하나 되는 일이 그 어떤 이유로도 중단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선규 예장합동 총회장도 “이번 가처분신청 인용이 최종 결정은 아니지 않느냐”면서 “한국교회가 하나 되는 일에 협력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이럴 때일수록 더욱 힘을 모아 한국교회를 하나로 만드는 일에 힘을 모으자”고 당부했다.

진용식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장은 “한국교회가 하나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에 이단 세력이 등장해 찬물을 끼얹었다”면서 “한기총과 한교연이 하나 돼야 하는 이유가 더욱 분명해졌다. 두 기관은 흔들림 없이 통합을 이루고 이단들을 퇴치해 달라”고 당부했다. 

백상현 장창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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