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톡] ‘하나님 믿고 투자하세요’ 200억원 교인 등친 목사

“‘노아의 방주’라고 믿으시면 됩니다. 목사인 나와 하나님을 믿고 투자하세요.”


A(여·59) 집사는 이런 말로 자신을 곤경에 빠뜨린 박모(53·구속) 목사를 떠올릴 때마다 한숨이 나온다고 합니다. ‘세상에 이런 목사가 다 있나’ 싶다가도 그런 감언이설에 속아 넘어간 자신이 부끄럽기 때문입니다.

박 목사는 2008년 10월 서울 강남구에 B교회를 세웠습니다. 함께 만든 C경제연구소 주최로 매달 2차례 세미나 형식의 투자 설명회를 열었습니다. 박 목사는 이 자리에서 “우리 연구소에 투자하면 벤처기업이나 주식에 투자해 원금도 보장하고 매월 최고 8% 이자를 주겠다”며 투자자를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하나님이 감동과 계시를 주셔서 (주식투자 등을) 하기 때문에…”. 목사라는 직함을 이용해 이런 식으로 접근하는 박 목사의 수법에 장로·권사·집사 같은 교인들은 또 다른 ‘복음’을 듣는 듯 귀가 솔깃해졌습니다.

박 목사와 그의 주변은 늘 화려했습니다. 마이바흐, 벤츠, BMW 같은 최고급 외제 승용차를 리스해 몰고 다녔고 집과 가구도 호화스러웠습니다. 박 목사 주변에는 교계의 지도자급 인사들도 자주 눈에 띄었다고 합니다.

‘나도 박 목사처럼 하나님 복 좀 받자. 믿고 한번 투자해보자.’ 이렇게 뛰어든 투자자만 2010년 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150여명인데 대부분이 교인들입니다. 박 목사가 가로챈 금액은 무려 200억원이 넘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교인들은 처음엔 1000만원 안팎을 투자했다가 약속한 대로 수익금이 나오자 투자액을 많게는 5억원까지 늘렸답니다. 하지만 박 목사가 투자했던 주식 종목의 수익률은 모두 마이너스였습니다. 교인들에게 준 수익금은 다른 이들이 낸 투자금으로 ‘돌려막기’한 돈이었던 거죠. 박 목사는 국내뿐 아니라 독일과 터키 등의 한인교회 교인들에게도 투자설명회를 가졌습니다. 이런 행사엔 신학대 교수나 선교사들도 동원됐습니다.

박 목사의 범죄 행각이 꼬리를 잡힌 계기 또한 부끄럽기 그지없습니다. 2015년 말 자신이 시무하던 교회의 청년부 여성회원을 성추행했다는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박 목사에 실망한 교인들이 교회를 떠나면서 ‘내 돈을 돌려 달라’고 나선 게 사건의 전말이 드러난 계기가 됐습니다.

빌린 돈까지 포함해 총 2억1000만원을 투자했다는 A집사는 19일 전화통화에서 “깊이 회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경찰의 사건 브리핑 자료의 피해자 내역에는 일반 교인들뿐 아니라 목사와 선교사, 신학교수, 신대원생 같은 직함도 등장합니다. 크리스천들이 ‘맘몬(재물)’ 앞에 굴복해 일확천금의 유혹에 빠진 세태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A집사님 혼자 회개할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박재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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