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과 동행하는 지휘자” 美 최대 합창지휘대회 2위 장민혜씨

지휘자는 두 팔을 펼쳤다 오므렸다 했다. 얼굴 표정은 활기가 넘쳤고 여유와 웃음이 묻어났다. 편안한 지휘였다. 자신의 입을 동그랗게 벌려 합창단의 노래 속으로 들어가기도 했다. 가운을 입은 100여명의 합창단은 체구가 작은 동양 여성의 손끝을 바라보며 ‘포르테(f)’와 ‘피아노(p)’를 반복했다. 독일 작곡가 쉬츠(schutz)의 ‘주 안에서 죽는 자는 복 있도다(selig sind die toten)’는 이렇게 완성됐다. 합창은 경건하면서도 단아한 기쁨이 넘쳤다.

미국 오하이오 주 신시내티 음대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장민혜씨. 최근 미국 최대 합창지휘 콩쿠르에서 2위에 입상했다. 장민혜씨 제공

지휘자는 미국에서 가장 큰 합창지휘 분야 콩쿠르에 참가한 장민혜(29)씨였다. 검정색 상하의를 입은 그는 지휘봉 없이 오직 두 손으로 지시하면서 장엄한 화음을 만들었다. 장씨는 지난달 말 미네소타에서 열렸던 이 콩쿠르에서 2위를 차지했다. 2007년 이후 한국인 유학생으로서는 10년 만의 수상이다. 콩쿠르에는 음대생 200명이 지원해 그중 8명이 경합을 벌였다. 호주 캐나다 아일랜드 영국 미국 홍콩 한국 등 출신 국가도 다양했다.

장씨는 18일 이메일 인터뷰에서 “평생 하나님을 찬양하는 진정한 사역자로 살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미국 유학을 준비할 때부터 콩쿠르에 나갈 때까지 하나님께서 모든 것을 만지셨고 다 이루셨다”고 고백했다.

장씨는 합창 지휘곡으로 프랑스 작곡가 뒤루플레의 레퀴엠 중 ‘키리에’와 바하의 b단조 미사 중 ‘글로리아’, 현대 작곡가 레벤테의 ‘그 마음에 이르기를(Dixit in corde suo)' 등을 소화했다. 그는 “합창음악의 특징은 가사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작곡가가 표현하고자 했던 음악적 아이디어와 가사의 의미를 잘 연결시켜 본래의 뜻을 전달하려 했다”고 말했다.

행사장에서 장씨가 시상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 장민혜씨 제공

그의 이런 노력을 간파했는지 심사평은 칭찬이 많았다. “환상적이고 감각적인 드라마였다. 은혜가 가득한 노래를 부르도록 만들었다.”(베일러대 제리 맥코이 교수) “편안하고 우아한 지휘였다. 심사 도중 나도 노래를 따라 불렀다.”(캔사스시티 음악대 엘프 에흘리 교수)

장씨는 “합창지휘 콩쿨은 그저 지휘만 잘해서는 안 된다. 리허설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이끌고 가느냐가 관건”이라며 “유학생으로서 모국어가 아닌 다른 언어로 설명하고 음악을 만들었는데 이 점을 잘 봐준 것 같다”고 말했다.


장씨는 현재 미국 오하이오 주 신시내티 음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연세대(교회음악과)에서 오르간을 공부하고 한세대에서 합창지휘를 전공,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신시내티 음대에서 석사과정을 마쳤다. 신시내티 시(市) 대표 합창단인 ‘메이 페스티벌 심포닉 코러스’ 부지휘자로도 활동 중이다.

그는 박사 공부를 제대로 마치는 것이 첫 번째 계획이라 했다. 배우는 학생으로서의 본분을 다하겠다고 겸손해했다. 그는 지휘자로서의 포부를 이렇게 말했다. “지휘자는 많은 사람들에게 음악을 통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기술이 아니라 깊은 영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주님과 동행하는 지휘자로 살겠습니다.”

신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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