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정부 당시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왼쪽)과 문재인 청와대 비서실장. 두 사람이 2007년 8월 20일 국무회의 참석을 위해 청와대 회의실로 들어가고 있다. 국민일보 DB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제19대 대통령선거 원내 정당 후보들의 두 차례 TV토론에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로부터 안보관을 놓고 집중 공세를 당했다. 특히 노무현정부가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에 앞서 북한에 의사를 묻고 기권했다는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주장은 핵심 쟁점이었다.

송 전 정관은 지난해 10월 발간한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에서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을 앞두고 김만복 당시 국가정보원장이 ‘북한의 입장을 확인하자’고 제안했고, 문재인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 수용했으며, 북한의 반대 의사를 확인한 노무현정부는 2007년 11월 20일 기권을 최종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문 후보와 송 전 장관은 모두 노무현정부 인사다. 문 후보는 청와대 비서실장과 민정수석을 지냈고, 송 전 장관은 노 전 대통령이 퇴임한 2008년 2월까지 1년 넘게 재임했다.

문 후보는 이런 내용을 부인했지만, 송 전 장관은 20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북한의 회신을 정리한 문건이 있다”고 반박했다. 송 전 장관은 이 문건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이 아세안+3 회의를 위해 출국한 싱가포르에서 2007년 11월 20일 오후 6시50분 나를 방으로 불러 쪽지를 보여줬다. 김 전 원장이 북한에서 받은 쪽지를 서울에서 싱가포르의 백종천 전 안보실장에게 보내 노 전 대통령에게 전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송 전 장관의 문건에 ‘만일 남측이 반공화국 인권결의안 채택을 결의하는 경우 10·4 선언 이행에 북남간 관계 발전에 위태로운 사태가 초래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남측이 진심으로 10·4선언 이행과 북과의 관계 발전을 바란다면 인권결의안 표결에서 책임 있는 입장을 취해주기 바란다. 우리는 남측의 태도를 예의주시할 것’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고 전했다. 10·4선언은 2007년 10월 4일 노 전 대통령과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의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내용이다.

송 전 장관은 “문 후보가 최근 ‘송 전 장관의 주장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나는 거짓말한 것이 됐다”며 문건을 공개한 이유를 밝혔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왼쪽)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13일 서울 상암동 SBS 프리즘타워에서 열린 첫 TV토론을 앞두고 악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송 전 장관 회고록은 최근 두 차례 TV토론에서 문 후보의 대북 안보관을 검증하는 재료로 사용됐다. 지난 13일 서울 상암동 SBS 프리즘타워에서 열린 첫 TV토론의 정책검증에서 문 후보에게 가장 먼저 제기된 질문 역시 송 전 장관의 주장과 관련한 내용이었다.

홍 후보는 문 후보가 정책검증 모두발언을 끝내자마자 첫 번째 질문으로 “(노무현정부 시절) 안보정책조정회의에 참석했다고 했다.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기권을) 북한에 묻고 했던 것은 사실인가”라고 물었다.

문 후보는 단호하게 “아니다”라고 답했다. 홍 후보는 “송민순이 그렇다고 하던데”라고 다시 물었고, 문 후보는 “참석자들 기억이 다를 수 있다. 모든 다른 참석자가 아니라고 했다. 그건 회의록에 있으니 확인하면 된다”고 말했다.

유 후보 역시 송 전 장관의 주장을 근거로 문 후보를 공략했다. 유 후보는 “10년 전 김정일에게 먼저 묻고 북한인권결의안을 기권한 것이 사실인가”라고 물었고, 문 후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유 후보가 “(문 후보가 직접 결정하지 않았다고 해도) 노무현정부에서 김정일에게 먼저 물은 것은 사실이 아닌가”라고 다시 묻자, 문 후보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유 후보의 같은 질문과 문 후보의 같은 대답은 한 차례 더 이어졌다. 유 후보는 “그렇다면 송민순의 회고록은 완전 엉터리인가”라고 물었고, 문 후보는 “(노무현정부 시절) 다른 사람들의 기억과 완전 다다. 국정원 회의 자료에 있을 것”이라고 했다.

홍 후보는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열린 두 번째 TV토론에서도 “송민순 (전) 장관이 거짓말했는지 문 후보가 거짓말하는지 (청와대) 회의록을 보면 나올 것이다. 거짓말했다는 것이 밝혀지면 어떻게 할 것이냐”며 공세를 이어갔다. 문 후보는 “지금 정부의 손에 (회의록이) 있는 것 아닌가. 확인해 보라”고 선을 그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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