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온의 영화이야기]<119>‘도꼬다이’ 영화 기사의 사진
‘앤트로포이드’의 포스터
김상온의 영화이야기<119> ‘도꼬다이’ 영화

‘돼지 흥분제’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통령 후보가 앞서 자신의 별명이 ‘도꼬다이’라고 해서 화제가 됐었다. 홍 후보는 ‘독불장군’ 또는 ‘저돌적 외톨이 싸움꾼’이라는 의미로 말했겠지만 원래 도꼬다이는 일본말로 특공대(特攻隊)다. 소수의 인원으로 적진에 들어가 자살임무를 수행하는 결사대, 혹은 요즘말로 특수부대다. 이런 특공대의 뜻을 되새기게 하는 영화가 나왔다. ‘앤트로포이드(Anthropoid, 숀 엘리스, 2016)’. 2차대전 당시 나치가 점령한 체코슬로바키아의 총독이었던 라인하르트 하이드리히 장군 암살작전을 다룬 실화 영화다. 앤트로포이드는 유인원이란 뜻으로 암살작전에 붙은 실제 암호명이다.

하이드리히는 암살될 당시 불과 38세였지만 히틀러, 히믈러에 이어 나치군 통수권 3위의 고위급 인사였다. 아울러 유대인 대학살의 기획자이기도 했다. 그처럼 악명 높은 하이드리히의 암살은 일반적인 의미의 암살이라기보다는 군사작전이다. 런던에 수립된 체코슬로바키아 망명정부의 지시에 따라 영국군에 의해 훈련받은 체코 망명군 병사들이 특공대로 체코에 공수돼 현지 레지스탕스들과 협력 하에 벌인 군사작전.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암살영화 아닌 ‘특공대영화’로 분류되는 게 마땅하다.

일반적으로 훈련, 침투, 작전수행으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특공대영화와 달리 침투부터 시작해 임무수행 이후까지를 포괄하는 구성으로 이루어져있는 대신 긴박감이 뛰어나다. 또 영화 후반부 하이드리히가 암살되고 난 뒤 특공대의 은신처였던 성당에서 벌어지는 총격전이 병사들 간의 전투라기보다 총질이 난무하는 요즘 범죄영화의 한 장면 같은 느낌이 있지만 마지막까지 남은 특공대원이 궁지에 몰린 끝에 자살하는 장면은 눈시울을 뜨겁게 한다. 같은 내용을 다뤘으면서도 ‘앤트로포이드’와는 달리 최후의 2인이 서로를 끌어안고 상대방의 머리에 총구를 겨눈 채 자살하는 것으로 끝나는 ‘새벽의 7인(Operation Daybreak, 루이스 길버트, 1975)’의 비장미 넘치는 엔딩 신 못지않다.

이 영화를 보다보니 수없이 쏟아져 나온 특공대영화들이 생각났다. 실화든 픽션이든. 특공대영화하면 무엇보다 먼저 떠오르는 게 ‘나바론(The Guns of Navarone, J 리 톰슨, 1961)’이다. 반전(反轉)의 기교가 뛰어난 베스트셀러 작가 알리스테어 맥클린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걸작 클래식은 만들어진지 50여년이 지난 지금 다시 봐도 흥미진진하다. 아울러 그레고리 펙, 데이빗 니븐, 안소니 퀸 등 이름만으로도 무게가 느껴지는 거물들이 한데 모인 영화로도 기억에 남는다.

그 다음은 두 말할 것도 없이 ‘특공대작전(Dirty Dozen, 로버트 올드리치, 1967)’이다. 개봉 당시 지금은 없어진 스카라 극장이 메어터질 듯 관객이 몰렸던 이 영화는 사형수급 군(軍) 죄수들을 모아 자살임무에 투입한다는 이른바 죄수 특공대물의 대표작이다. 주연을 맡은 마초배우의 맏형격인 리 마빈 외에 존 카사베테스, 찰스 브론슨, 도널드 서덜랜드, 텔리 사발라스, 짐 브라운, 클린트 워커 등 당시 예비스타들이 잔뜩 출연했다.

죄수 특공대물이라면 생각나는 게 또 있다. 이 분야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침략전선(The Secret Invasion, 1964)'이다. B급영화의 제왕이라 불리는 로저 코먼이 감독한 이 영화는 ’특공대작전‘보다 먼저 만들어졌지만, 그리고 스튜어트 그레인저, 라프 발로네, 미키 루니, 헨리 실바 등 나름대로 유명스타들이 많이 출연했지만 ‘싸구려 특공대작전’이라 불린다. 이런 저런 이유들이 있지만 제작비만 봐도 수긍이 된다.(특공대작전 500만달러 대 침략전선 50만달러). 그래도 이 장르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놓쳐서는 안 될 나름대로 재미있는 영화였다.

이 두 영화의 계보를 이은 특공대영화가 ‘바스타즈: 거친 녀석들(Inglorious Basterds: 원래는 bastards가 맞는 철자지만 같은 제목의 영화가 이미 있었기에 basterds로 바꿨다고 한다, 퀜틴 타란티노, 2009)’이다. 이 영화는 전쟁영화치고는 특이하게 판타지로 끝난다. 유대인들로 구성된 미군 특공대가 히틀러를 암살하는데 성공하는 것이다. 영화에서 나치 친위대 대령으로 나온 크리스토프 왈츠는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을 정도로 호연했지만 최고의 연기를 보여주었다며 더 호평을 받은 것은 특공대 대장역을 맡은 브래드 피트였다.

이밖에 고전으로 커크 더글러스, 리처드 해리스가 주연한 ‘텔레마크의 영웅들(The Heroes of Telemark, 안소니 만, 1965)’, 록 허드슨, 조지 페퍼드가 주연한 ‘토브룩 전선(Tobruk, 아서 힐러, 1967)‘, 윌리엄 홀든 주연의 ‘코만도전략(Devil’s Brigade, 앤드루 V 맥클라글렌, 1968)’ 알리스테어 맥클린 원작에 리처드 버튼,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주연한 ‘독수리요새(Where Eagles Dare, 브라이언 G 허튼, 1968)’, 그리고 이색작으로 특공대는 특공대인데 아주 엉뚱한 특공대- 적진에 숨겨진 금괴 탈취를 목적으로 병사 몇 명이 자기들 멋대로 자체 구성한- 이야기를 그린 클린트 이스트우드, 도널드 서덜랜드 주연의 전쟁 코미디 ‘전략대작전(어떻게 이런 제목을 붙였는지 참으로 그 두뇌구조를 이해할 수 없다, Kelly's Heroes, 브라이언 G 허튼, 1970) 등이 있다. 그저 심심할 때 보면 좋을 영화들이다.

이와 함께 아주 옛날 것으로 ‘그들은 밤에 습격한다(They Raid by Night, 스펜서 고든 베넷, 1942)’가 있다. 이 별로 유명하지도 않은 저예산영화를 왜 언급했느냐 하면 이 영화가 최초로 영국 코만도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코만도부대는 2차대전 중인 1940년 윈스턴 처칠 총리의 지시에 따라 조직된 부대로 특공대의 원조이고 미 육군의 레인저를 비롯해 이후에 만들어진 세계 각국 모든 특수부대의 ‘아버지’다

재미있는 사실 하나. 앤트로포이드 작전에 투입된 체코 망명군 특공대를 비롯한 병사들의 훈련을 담당한 영국군 중에 크리스토퍼 리가 있었다. 리는 2차대전 당시 영국군 정보국에서 복무했는데 영국에 망명해온 동유럽 병사들의 훈련을 담당했던 것. 이에 따라 그가 나중에 영화 촬영차 체코에 갔을 때 아직 생존해있던 망명군 병사들이 정복을 차려입고 그를 대대적으로 환영하는 일도 있었다고.

프리랜서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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