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저녁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최 첫 TV토론회에서 19대 대선 후보들이 토론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승민(바른정당), 안철수(국민의당), 홍준표(자유한국당), 문재인(더불어민주당), 심상정(정의당) 후보. 이들 후보는 검찰을 비롯한 권력기관 개혁을 약속했다. 뉴시스

칼럼 제목 : ‘개혁대상 1호로 전락한 검찰’

“우병우 수사에서 마지막 기대 저버려
참여연대 ‘검찰보고서’는 족집게처럼 예견
차기 정부 최우선 과제는 검찰 적폐 청산

전면적인 대수술 더 이상 늦출 수 없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영장 기각 및 '면죄부 기소'는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더욱 절감케 했다. 우 전 수석이 지난 12일 영장이 기각되자 대기 중이던 서울중앙지검을 나와 귀가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혹 국민적 압력을 받고 있는 검찰이 우병우와의 협상을 통해 부분적인 혐의에 대해서만 수사·기소하고 부실하게 공소유지를 하는 선에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시도할 수도 있다. 남에게는 매우 가혹하지만 제 식구 비리 감싸기에는 유별난 검찰이 우병우와 그와 결탁한 현직 검사들의 비리를 제대로 수사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우병우에 대한 비리는 또 다른 특검 수사가 필요한 부분이라 판단된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가 이달 3일 발간한 ‘박근혜정부 4년 검찰보고서 종합판’에 수록돼 있는 대목이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게 지난 12일, 그를 보강수사 없이 서둘러 ‘면죄부 기소’한 게 17일이다. 참여연대는 이 같은 ‘부분적 수사·기소와 부실한 공소유지’라는 검찰의 행태와 수순을 놀랍게도 10여일 전에 족집게처럼 맞혔던 것이다.

참여연대 보고서는 중증환자인 검찰을 이렇게 진단했다. 권력에 굴종함으로써 권력부패의 공범이 된 검찰, 청와대에 완전히 장악된 검찰, 제 식구 감싸기에는 탁월함을 보여주었던 검찰, 박근혜정부 4년 동안 개혁된 게 없는 검찰,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스스로 입증했던 검찰…. 이런 예리한 진단이 있었기에 중증환자의 말기적 증세를 정확히 예견할 수 있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가 지난 3일 '박근혜정부 4년 검찰보고서 종합판 : 빼앗긴 정의, 침몰한 검찰' 발간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참여연대 홈페이지

검찰은 우병우 수사를 적당히 뭉갬으로써 국민의 마지막 기대를 저버렸다. 과거 검찰은 조직을 살리기 위해 전직 법무부 장관이나 민정수석도 가차 없이 구속했다. 산하 검찰청의 내사를 중단토록 한 전직 검찰총장도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해 유죄 확정판결을 받아내기도 했다. 그런데 유독 우병우만은 예외다. 그의 ‘검찰 농단’ 의혹에 현직 법무부·검찰 수뇌부가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수사의 시늉만 냈다. 수뇌부 누구를 어떻게 조사했다는 팩트도 없이 “싹 다 조사했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한 이유다.

그 결과 수뇌부가 수사대상인 ‘정윤회 문건 축소 수사’ ‘특별감찰관실 해체’ ‘롯데그룹 압수수색 정보 유출’ 등의 의혹은 증발해 버렸다. ‘세월호 수사 외압’은 조사하는 척하다 정작 혐의사실엔 넣지 않았다. 청와대와 법무부의 강권으로 광주지검이 해경 123정장에게 업무상 과실치사죄를 빼고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는 사태를 초래했음에도 ‘직권남용’이 아닌 ‘의견 충돌’이라고 둘러댔다. ‘혼자서는 죽지 않겠다’며 검찰 수뇌부를 협박했다는 소문이 사실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김수남 검찰총장은 최근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한 반대 입장을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김 총장이 지난 17일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딱 2주 남았다. 5월 9일에는 새 대통령이 선출돼 차기 정부가 들어선다. 검찰 적폐 청산은 차기 정부의 최우선 과제가 됐다. 문재인 홍준표 안철수 유승민 심상정 등 대선 후보들은 23일 저녁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최한 첫 TV토론회에서도 예외 없이 검찰개혁을 공약했다. 각론에서 다소 차이가 있지만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및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이 핵심이다. 지방검찰청 검사장 주민직선제, 경찰에 영장 청구권 부여 등의 주장도 나왔다.

검찰은 공수처는 옥상옥, 수사권 경찰 이관은 시기상조라고 주장한다. 김수남 검찰총장은 검·경 수사권 조정을 겨냥해 “검찰은 경찰국가 시대의 수사권 남용을 통제하기 위해 준사법적 인권옹호기관으로 탄생한 것”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하지만 지금은 경찰국가 시대가 아니다. 오히려 대한민국은 검찰공화국이다. 청와대 하명 사건 같은 검찰의 수사권 남용이 더 문제가 되고 있다. 오죽하면 TV토론회에서 ‘검찰 독재시대’(홍준표)라는 말까지 나왔겠는가.

이철성 경찰청장은 검경 수사구조 개혁 논의와 관련,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영장청구권의 합리적 배분도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 청장이 지난 17일 제19대 대통령선거 선거경비 상황실 개소식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검·경 수사구조 개혁을 모색하기 위해 순회토론회를 이어가고 있는 경찰은 수사와 기소 분리를 전제로 나름대로 권한을 내려놓을 자세가 돼 있다. 중앙집권화된 경찰의 분권화를 위해 자치경찰제 도입 등을 제시한다. 반면 검찰은 조직이기주의에 매몰돼 그 어떤 권력도 내줄 마음이 없다. 공수처 반대도 그 맥락이다. 2008년 ‘PD수첩 사건’ 수사 도중 무리한 기소에 반대하며 검찰을 떠난 임수빈 변호사는 최근 이런 말을 했다. “검찰은 자기들을 견제하는 기관이 없다는 것을 무한한 권한의 원천으로 생각한다.” 중증환자 검찰에 대한 대수술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화급한 과제다.

박정태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jt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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