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교회마저 문 닫는다… 참담한 이태원 그 거리, 영적 위기

골목으로 들어서자 검은색 바탕에 흰 글씨의 ‘트랜스젠더 ○○’이란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간판 아래 지하로 향하는 입구는 어둑어둑했다. 그 옆엔 4층짜리 오래된 사우나 건물이 있었다. 살구색 타일이 붙은 벽면은 언제 청소했는지 모를 정도로 시커멓게 변해 있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합니다. 국민일보DB

홍성민 ‘세계로 선 교회’ 목사는 “동성애자들이 자주 찾는 곳”이라며 “그들 세계에선 아주 유명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바로 옆 건물에도 ‘○○와 트랜스젠더 단란주점’이란 간판이 붙어 있었다.

서울 이태원역 삼거리 3번 출구에서 가까운 이 골목은 동성애자들의 집결지 중 한곳이다. 25일 찾은 골목에는 동성애자들을 위한 업소들이 즐비했다.

이곳에서 7년간 복음을 전해온 교회가 곧 문을 닫는다. 용산구 보광로 59길과 60길을 포함한 이 골목 700여m 구간에 마지막으로 남은 교회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장 이성희 목사) 소속으로 15명 정도 출석하는 겨자나무교회(박근우 목사)다. 천국복음찬양교회(이정애 목사)도 10여년간 이 골목을 지켜왔지만 지난해 말 경기도 화성시 동탄으로 이전했다. 그 자리엔 스탠드바 술집이 생겼다.

겨자나무교회는 사우나 건물 맞은편에 있다. 1층에 식당, 2층에 교회가 자리했다. 식당 옆 한 사람 겨우 드나들 수 있는 계단을 통해서만 교회에 들어갈 수 있다. 132㎡(40여평) 넓이의 예배당은 어수선했다. 박근우 목사와 권사 2명이 화분, 주방도구 등 교회의 집기를 정리하고 있었다. 박 목사는 “오는 1일부터는 서울 효창공원 인근에서 예배를 드린다”며 “이사를 하기 위해 미리 짐을 싸고 있다”고 말했다.

교회가 이곳을 떠나는 이유는 높은 임대료 때문이다. 이 골목의 도로가 지난해 정비된 후 유동 인구가 많아졌고 임대료도 1.5배 이상으로 뛰었다. 박 목사는 “우리 교회가 이 골목의 영적 보루라는 생각으로 7년간 사역했지만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며 아쉬워했다.

겨자나무교회가 문을 닫으면 또 다른 교회도 사라진다. 매주일 오후 6시 이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는 다문화교회 ‘세계로 선 교회’다. 이태원 인근에 거주하거나 일하는 한국인 및 외국인 등 20여명이 모인다. 외국인 성도들은 홍성민 목사가 지난 5년간 매주 토요일 이태원역 인근에서 찬양 전도할 때 알게 된 이들이다. 나이지리아 가나 케냐 등에서 왔다.

홍 목사는 고 하용조 목사가 목회하던 당시 서울 온누리교회에서 은혜를 받고 일본과 미국에서 자비량 선교를 하다 2013년쯤 이곳에 정착, 교회공간을 빌려 다문화교회를 세웠다.

한국오순절하나님의성회 소속인 그는 “하나님께서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줄 믿고 우리 교회의 처소도 예비해달라고 기도하고 있다”며 “이 교회가 사라진다는 소식을 들은 지인들이 800여만원을 모아 헌금도 하고 박 목사와 함께 대안을 마련하려 했지만 여의치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교회 옥상에는 십자가 탑이 세워져 있다. 십자가 탑 아래에서 홍 목사는 골목을 내려다보며 “비록 규모는 작지만 이 동네의 영적 워치타워 역할을 해온 교회가 문을 닫게 돼 참담한 심정”이라며 “하지만 하나님께서 살아계시는 한 이곳에 또 다른 교회가 세워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전병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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