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특검법'이 26일 발의됐으나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결국 ‘우병우 특검법’이 국회에 발의됐습니다. 부실 수사 논란을 초래한 검찰의 자업자득입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지난 12일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17일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됐습니다. 보강 수사 없이 닷새 만에 서둘러 기소하는 바람에 면죄부 기소라는 말이 나왔죠. 그와 현직 법무부·검찰 수뇌부가 연결된 ‘검찰 농단’ 의혹은 수사 대상에서 아예 사라졌구요. 그래서 특별검사의 재수사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들끓었죠.

이런 여론 때문일까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6일 우병우 특검법안을 대표발의했습니다. 법안 발의에는 박 의원 외에 민주당 의원 44명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총 45명이 발의한 것이죠. 박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이렇게 썼습니다. “검찰 수뇌부까지 뻗어 있는 소위 ‘우병우 사단’이 봐주기 수사와 기소를 했다고 보입니다. 독립적 지위를 갖는 특검을 임명하여 수사토록 할 필요가 있어 특검법을 발의했습니다.”

상당수 네티즌들은 환영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특검으로 반드시 의혹 해소하고 비호세력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정 처벌해야 한다” “박영수 특검 시즌2 부활시켜라” “우병우 특검법 반드시 통과돼야” 등의 댓글을 포털 사이트에 달았습니다.

검찰과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수사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국정농단 장본인들과 연루자들. 뉴시스

이 법안의 정식 명칭은 상당히 깁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의 직권남용 등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입니다. 글자 수만 41자입니다. 그러고 보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특검법과 비슷한 면이 많습니다. 박-최 특검법의 정식 명칭은 ‘박근혜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으로 글자 수가 43자입니다. 엇비슷하죠.

수사진 규모도 거의 동일합니다. 법안에 따르면 민주당·국민의당·바른정당이 각각 추천한 특검 후보 중 1명을 대통령이 특검으로 임명하도록 했습니다. 또 특검이 추천한 특검보 후보 8명 중 3명을 대통령이 임명합니다. 특검은 파견검사 20명, 특별수사관 40명, 파견공무원 40명을 둘 수 있습니다. 박-최 게이트를 수사한 박영수 특검 때와 비교하면 특검보(4명)만 제외하고 파견검사 20명, 특별수사관 40명, 파견공무원 40명이 숫자상으로 같습니다. 특검보만 1명 줄었죠.

반면 가장 중요한 수사기간은 훨씬 길어졌습니다. 박영수 특검 때는 준비기간 20일, 수사기간 70일에 대통령 승인 시 30일 연장해 최장 120일을 수사할 수 있도록 특검법에 정해진 바 있습니다. 그런데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수사기간 연장을 불승인해 90일간의 항해로 멈췄습니다. 하지만 이번 우병우 특검법은 수사기간이 준비기간 20일을 포함해 120일이나 됩니다. 기본적으로 본수사기간이 한 달 늘어났습니다. 대통령 승인을 받아 30일 연장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같습니다. 그러니까 최장 150일, 5개월간 수사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박영수 특검 때처럼 국민 알권리 보장을 위해 피의사실 이외의 수사과정에 대한 언론 브리핑을 실시할 수 있도록 한 조항도 들어 있습니다.

우병우 특검법의 수사기간은 최순실 특검법의 수사기간보다 훨씬 길다. 수사기간을 연장받지 못한 박영수 특별검사가 지난 3월6일 특검 수뇌부를 배석시킨 가운데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이 기간에 특검은 우 전 수석의 세월호 수사 외압 의혹, 검찰에 대한 부당 수사개입 의혹, 개인비리 의혹 등을 수사할 수 있습니다. 검찰에 의해 무혐의 처분된 부분에 대한 수사를 특검이 맡도록 했기 때문입니다. 우 전 수석 변호인 측은 부인했지만 최근 ‘혼자서는 죽지 않겠다’며 검찰 수뇌부를 협박했다는 소문의 진위도 특검이 들여다볼 수 있을 겁니다. 수사 외에 기존 공소제기 사건의 공소유지도 특검 담당으로 돼 있습니다. 검찰 대신 수사와 기소 모두를 전담하는 것이죠. 권한이 박영수 특검 때보다 더 강력해졌습니다. 문제는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느냐 하는 것입니다. 원내교섭단체 중 자유한국당이 반대하면 쉽지 않습니다. 지난한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 경우 국민적 여론만큼 중요한 게 없을 것입니다.

박정태 선임기자 jt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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