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영이가 부쩍 심심해하고 있다. 5살 또래아이들처럼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가지 못하고 하루 종일 엄마와 있으려니 좀이 쑤시나보다. 언니보다 일찍 일어나 언니 학교 가는 것을 부러운 듯 쳐다보는 게 인영이 첫 일과가 됐다.
엄마랑 24시간 붙어있는 인영이가 엄마놀이를 하고 있다. 애 셋은 키운 포스다.

미세먼지라도 괜찮으면 밖에서 뛰어놀기라도 하겠지만 이건 매일 화생방 훈련도 아니고 실시간으로 미세먼지를 체크해야 하는 시대다. 인영이도 어느새 미세먼저 공포에 익숙해져 매일 아침 일어나 “엄마, 오늘은 미세먼지 좋아?”라며 엄마 핸드폰의 미세먼지 체크 앱을 확인한다.
아빠와 커플룩입고 세종도서관에 왔어요. 근데 책은 잘 안읽어요.

인영이는 지난번 폐렴을 앓은 이후에는 외부 활동을 되도록 자제하고 있다. 인영이처럼 항암유지치료를 하는 환아들에게 외부활동은 딜레마다. 일부는 적응력을 키워주기 위해 정상아이처럼 똑같이 유치원에도 보내고 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한쪽은 면역력이 약한만큼 조심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어느 게 딱히 정답이라 할 수 없고 둘을 조화롭게 해야 할 것 같은데 그게 힘들다.
아침마다 언니 학교가는게 제일 부러운 인영이. 태권도장을 보내야겠다.

이틀 전, 한 달에 한번 있는 항암치료를 위해 병원에 갔다. 병원 생활 2년차에 인영이는 이제 채혈할 때도 울지 않고 씩씩하게 견딘다. 엄마에게 어떤 주사 맞냐고 물어보고 빈 크리스틴이라고 답하면, “음, 그럼 손에 말고 가슴에만 바늘 꼽으면 되겠네. 근데 그거 맞으면 다리 아픈데”라고 말할 정도로 익숙해졌다.
‘봉구야 말해줘’ 프로그램에서 태권도하는 주인공을 본 뒤에 태권도에 푹 빠진 인영이는 요 며칠 새 태권도를 보내달라고 엄마를 조르고 있다. 고민하던 엄마가 교수님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봤다고 한다.
“저, 교수님 인영이가 태권도를 배우고 싶다고 하는데 보내도 될까요?”
교수님이 명쾌한 답을 주셨다고 한다.
“씩씩한 태극전사로 잘 키워주세요.”
조만간 인영이가 덜 심심해질 것 같다. 이참에 인영이와 함께 태권도나 배워볼까.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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