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28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걸어가고 있다. 뉴시스

28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영재센터 후원금 강요 사건 재판에서 재판부가 최순실씨에게 흥분하지 말라고 당부하는 진기한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이 사건은 최씨와 그의 조카 장시호씨,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등 3명이 피고인으로 출석하는 재판인데요. 재판부가 최씨에 대한 피고인 신문을 진행하기에 앞서 이렇게 당부합니다.

‘본인에게 형사적으로 불리하거나 새로운 형사책임 발생되면 언제든지 진술 거부할 권리가 있다. 아울러 지금 피고인 진술 내용 중요해서 녹음하겠다. 다른 피고인 진술 역시 모두 녹음한다. 마이크 쪽에다 대고 답변해주고. 피고인 지난번에 진술하는 거 보니 흥분하면 말 빨라져서 재판부에서 잘 못 알아듣는 경우가 있다. 흥분하지 말고 좀 천천히 재판부가 잘 알아들을 수 있도록 답변해달라’, 이런 내용의 당부였습니다. 그러자 최씨가 “제가 여러 재판 들어가서 아직 잘 인지 못하는 부분 많다. 그래서 이해를 좀 해주시고…”라고 말합니다.

재판부의 당부가 이해가 됩니다. 최씨가 흥분해서 하는 말은 취재진도 잘 알아듣지 못할 때가 있으니까요. 지난 1월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강제 소환돼 특검 사무실 주차창에 도착했을 때가 바로 그 경우죠. 최씨가 “너무 억울하다”며 흥분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는데 사실 정확히 알아듣기 쉽지 않았으니까요.

최순실씨 조카 장시호씨가 2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재판부도 지난 24일 공판에서 경험을 했죠. 당시 최씨와 증인으로 나온 조카 장씨가 서로 흥분해 언성을 높여가며 한바탕 했습니다. 책임을 서로 전가하는 과정에서 장씨는 이모에게 “손바닥으로 그만 하늘을 가리세요”라고 소리를 질렀고, 이에 최씨는 “내가 이 손바닥으로 뭘 가리냐”며 몰아세웠습니다. 설전이 이어지자 재판부는 “피고인(최씨)이 그렇게 흥분해서 얘기하면 발언 기회를 줄 수 없다”고 경고했죠. 이에 최씨는 재판이 끝나기 전 재판부에 “죄송하다. 억울한 부분, 모르는 얘기가 너무 많아 급한 나머지 막 하다보니까 흥분한 것 같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렇기에 재판부가 오늘 자제를 당부한 것입니다. 흥분하면 말을 알아들을 수 없으니까요. 오늘 재판에서도 최씨와 장씨의 책임 공방은 계속됐습니다. 어쨌든 이 사건의 재판은 피고인 신문을 모두 마침으로써 사실상 마무리됐습니다. 당초 재판부는 오늘 결심하기로 했으나 박근혜 전 대통령 사건과 함께 결론을 내리기 위해 변론 종결만 다음으로 미뤘습니다. 결심 공판은 추후 지정됩니다.

박정태 선임기자 jt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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