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그는 사드 배치 비용을 한국이 부담하라고 요구해 한국 언론들로부터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사진=AP뉴시스


한국 보수·진보 언론 일제히 맹비난
“국가 간 합의 무시한 충격적 발언”
“한국 주권과 한국인 자존심 침해”
“무기장사·적반하장…명백한 도발”
韓·美 균열 땐 北·中만 박수칠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리나라 국익을 해치는 발언을 쏟아냈다. 우리나라 언론들은 1면 톱기사와 사설을 통해 트럼프 발언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배치 비용 10억 달러(1조1300억원)를 내라고 통보했다”며 “한국을 지켜주기 위해 반입하는데 왜 미국이 돈을 내야 하느냐”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 “끔찍한 협정”이라며 “재협상하거나 종료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한국 언론들은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작심하고 비난했다. ‘양국 균열 초래’ ‘반미(反美) 감정 우려’ ‘몰상식’ ‘충격적 발언’ ‘국가 간 합의 무시’ ‘당혹스럽고 신중치 못한 발언’ ‘트럼프의 무감각과 무신경’ ‘무기 장사’ ‘안하무인’ ‘사드 도둑 배치’ ‘적반하장’ ‘한국 주권과 한국인 자존심 침해’ ‘명백한 도발’이라고 맹비난했다.

 미국을 공격하는 북한 매체를 연상케 하는 표현까지 나왔다. 4월 29일자 1면 톱기사와 사설을 분석하면 국내 언론들의 시각을 한눈에 알 수 있다.

국민일보는 <북핵 해결한다며…청구서 보낸 트럼프>라는 제목의 1면 톱기사에서 “그는 대통령 취임 100일(29일)을 이틀 앞두고 백악관에서 로이터 통신과 가진 인터뷰를 통해 한·미 관계에 충격을 주는 발언을 쏟아냈다. ‘4월 위기설’이 잠잠해진 틈을 타 기습적으로 비용을 청구한 데다 한국 대선을 불과 열흘 정도 남긴 민감한 시점에 입장을 밝혀 더욱 논란이 되고 있다. 고도로 계산된 전략적 발언인지, 자국민을 겨냥한 정치적 발언인지 구분하기 어렵지만 한국으로선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방적 주장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인터뷰에서 ‘한국은 사드 비용을 지불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10억 달러(1조1353억원)를 왜 미국이 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한국이 그 돈을 내는 게 적절하다고 한국에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양국이 맺은 협약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사드는 한국이 부지를 제공하는 대신 운영에 드는 비용은 미국이 부담하기로 이미 합의가 끝났다”고 지적했다.

주한미군이 지난 27일 경북 성주골프장에서 사드 발사대 배치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일보는 <FTA 재협상·사드 비용… 국익 관점 대응해야>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중략)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해온 트럼프 행정부의 그간 발언을 미뤄볼 때 예견된 일이다. 그러나 만에 하나 북핵 문제를 지렛대로 자국의 경제적 모순을 해결하려 한다면 이는 한·미 모두의 이익을 해치게 된다는 점을 경고한다. (중략) 한반도 정세가 지극히 민감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언급했다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다. 무엇보다 트럼프 행정부의 진의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먼저다. 미국 측이 동맹의 가치보다 자국의 이익 관점에서 접근한 만큼 우리 역시 국익을 협상의 우선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미국 측에 끌려가는 협상을 하거나 어설프게 대응해선 결코 안 된다. (중략)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트럼프 발언이 ‘미국 우선주의’에 근거한 만큼 우리도 ‘한국 우선주의’라는 관점에서 철저히 대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조선일보는 <트럼프, 한국에 사드·FTA ‘엄포’>라는 제목의 1면 톱기사에서 “한·미 안보·경제동맹의 뿌리인 주한미군 방어와 무역협정을 동시에 흔들고 나온 것이다. 특히 사드 비용을 한국에 내라는 것은 한·미가 체결한 약정서와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을 모두 뒤집는 것이다. (중략) 트럼프 대통령이 이 같은 발언을 실제로 행동에 옮길 경우 양국 관계에 심각한 균열을 초래할 뿐 아니라, 사드 반대 여론과 반미(反美) 감정에 다시 불을 지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트럼프 대통령 “사드 비용 한국 부담” 발언 취소하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어제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에 배치된 사드는 10억 달러의 놀랄 만한 장비’라며 ‘한국에 이 비용을 지불하는 게 적절하다고 통보했다’고 말했다. (중략) 이 느닷없는 발언을 접하고 충격과 함께 배신감, 분노를 느낀 국민이 많을 것이다. (중략) 양국 정부는 우리가 사드 관련 부지를 제공하고 미국 측이 사드 장비의 전개·운용 및 유지 비용을 부담하기로 합의했다. (중략) 양국은 지난 3월 이런 내용을 담은 사드 관련 합의를 약정서로 만들어 보관 중이다. 트럼프는 갑자기 이 합의를 깨겠다는 것이다. (중략) 한국은 이미 사드 배치로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있다. 국론이 갈라졌고 배치 지역 주민의 반발도 심했다. 뜻하지 않게 사드 부지를 제공하게 된 기업은 중국에서 말로 못할 보복을 당하고 있다. 중국 보복은 이 기업만이 아니라 관광객 제한, 한류 금지 등 전방위로 퍼졌고 이제는 자동차 판매까지 격감하고 있다. 이런 한국에 대해 미국 대통령이 기존 합의를 무시하고 ‘돈을 내라’고 손을 내밀었다. 몰상식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다. (중략) 트럼프 스타일이 반복되면 한국 사회에 반미(反美) 감정이 확산되는 것은 필연적일 것이다. 10억 달러가 얼마나 큰돈인지 몰라도 한미동맹에 좀처럼 씻기 어려운 오점을 남겨도 될 만큼 크지는 않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드 비용 한국 부담’ 발언을 취소하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사드 발사대가 포문을 하늘로 향한 채 경북 성주골프장 부지에 배치돼 있다. 매일신문 제공


중앙일보는 <사드 비용 내라/FTA 종료도 거론/트럼프 발언 쇼크>라는 제목의 1면 톱기사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폭탄 발언’이 엄청난 파장과 후유증을 예고하고 있다. 트럼프는 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과 관련해 두 가지 충격적인 발언을 했다. (중략) 북한 핵 문제에 올인하는 듯하다가 느닷없이 한국의 뒤통수를 친 꼴이다. 대선을 목전에 두고 무방비 상태에서 허를 찔렸다. 동맹국에 대한 배려는 없고 자국 이익만 생각하는 ‘미국 우선주의’만 보인다. 사드 장비 등 비용을 미국이 부담한다는 원칙은 한·미 간 합의사항이다. (중략) 정부는 약정서 내용부터 공개해 불필요한 논란 확산을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중앙일보는 <이해 못할 트럼프의 ‘사드체계 비용 10억 달러’ 요구>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북 성주에 배치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비용 10억 달러(약 1조1317억원)를 한국이 내도록 하겠다고 언급해 논란을 낳고 있다. (중략) 한·미는 지난해 사드 배치와 관련해 사드 전개 및 운영비는 미국이 부담하고 한국은 토지를 제공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는 성주 롯데골프장 부지의 일부(30만㎡·공시가 91억원)를 지난 20일 미국에 공여했다. 그런데 갑자기 국가 간 합의를 무시하고 한국에 추가 부담을 요구하니 어리둥절할 노릇이다”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트럼프, 1조원 사드 청구서 내밀다>라는 제목의 1면 톱기사에서 “기업가 출신인 트럼프가 새로운 대북 구상을 밝힌 지 하루 만에 ‘사드 비용 1조원+한미 FTA 재협상 또는 폐기’ 카드를 꺼낸 것은 결국 김정은의 핵 폭주를 억제해주는 대가로 한국에 청구서를 내민 것이다. 이에 한국은 북한의 위협과 미국의 요구 사이에 끼인 ‘북핵 샌드위치’ 신세로 주도권을 상실한 ‘코리아 패싱’ 현상이 더 심각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중략) 국방부는 ‘양국은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관련 규정에 따라 우리 정부는 부지·기반시설 등을 제공하고 사드의 전개 및 운영 유지비용은 미국 측이 부담한다는 기본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반박했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1조원 ‘사드 청구서’ 내민 트럼프, 韓반대여론 키울 참인가>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아무리 트럼프 대통령이 ‘럭비공’이라고 해도 ‘최고의 압박과 관여’라는 강경 대북정책을 발표한 지 하루 만에 사드 비용 청구서를 내미는 듯한 태도가 당혹스럽다. (중략) SOFA를 무시한 트럼프의 말은 중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드 배치의 당위성을 일관되게 피력해온 한국을 배려하지 않은 신중치 못한 언행이다. 대선을 코앞에 둔 민감한 시점에 한국 정치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던진 트럼프의 무감각 무신경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당장 어제 대선후보 TV토론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차기 정부로 넘겨 국회 비준을 받을 이유가 더 커졌다’고 했고,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정부는 다시 가져가라고 말해야 당당하다’고 주장했다. 사드 반대론자의 입지를 키워준 셈이다. (중략) 한국이 중국의 치졸한 사드 경제보복으로 입을 피해가 수조 원대에 달할 수 있는데 마치 자신들만 희생하고 있다는 듯 청구서를 내미는 것은 진정한 동맹국 지도자의 모습이 아니다”고 질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AP뉴시스


한겨레는 <트럼프 “사드 10억달러 내라”…기습배치 뒤 ‘청구서 폭탄’>이라는 1면 톱기사에서 “차기 한국 행정부가 들어서기 전에 사드 ‘기습 배치’로 굳히기에 들어가자마자, 거액의 사드 비용까지 덤터기를 씌우겠다는 것이어서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중략) 사드 배치로 중국의 경제 보복을 당하고 있는 한국의 현실은 도외시한 채,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 이익만 앞세워 ‘사드 비용 지급과 자유무역협정 재협상(폐기)’이라는 두 개의 폭탄을 한꺼번에 동맹에 던진 꼴이다. (중략) 국방부 말(사드 체계의 전개 및 운용유지 비용은 미국 부담)이 맞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양국이 공식적으로 밝힌 합의조차 무시하겠다는 뜻이다. 또한 사드 한 세트에 들어가는 구매 비용이 1조원가량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액수와 대략 비슷한 점에 비춰볼 때,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사드 구매를 한국에 강요한 것일 수도 있다. (중략) 한국은 부지만 제공하고, 운용은 주한미군이 하는 상황에서 한국의 사드 비용 전액 부담은 ‘무기 장사’, ‘역무임승차’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사드 기습배치에 ‘1조원 폭탄’까지 던진 트럼프>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7일 사드 배치 비용 10억 달러(약 1조1300억원)를 한국에 내라고 요구했다. 어처구니없는 발언이다. 한국민이 원한 것도 아니고, 더구나 미군기지 방어를 위해 휴전선에서 멀리 떨어진 경북 성주에 배치해 놓고선 그 돈을 다 우리에게 내라는 게 말이 되는가. 사드가 본격 가동되면 그 비용의 상당 부분을 한국에 전가하리란 우려가 많았는데, 예상보다 빨리 그리고 훨씬 큰 규모로 우려가 현실화한 셈이다. (중략) 난데없는 ‘10억 달러’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안하무인식 태도를 드러내는 사례일 수 있다. 사드 1개 포대를 고스란히 한국이 사라는 얘긴데, 이미 미군이 운용 중인 상황에서 그게 가능한 일인지 알 수 없다. (중략) 결국 우리는 수도권 방어엔 아무런 쓸모가 없는 사드 때문에 중국과 외교·경제 마찰을 겪고 돈은 돈대로 미국에 내는 최악의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중략) 트럼프의 예측 불가능함보다 한국 정부의 안이함과 무책임한 태도가 국민을 더 분노케 한다. 도대체 이 정부는 한국민의 뜻을 우선시하는 정부인지 아니면 미국 이익을 대변하는 정부인지 묻고 싶을 정도다”라고 혹평했다.

경향신문은 <트럼프가 내민 10억 달러 ‘사드 청구서’>라는 제목의 1면 톱기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배치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의 1조1300억원 상당 비용을 한국에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 국방부는 ‘한국이 부지·기반시설을 제공하고 운용·유지 비용은 미국이 부담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혀 진통이 예상된다. 열흘 앞으로 다가온 대선 정국에서 사드 배치를 둘러싼 논쟁도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경향신문은 팩트를 전달하는 수준에서 1면 톱기사를 보도했지만 사설은 강력한 어조로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사드 도둑 배치하고 10억 달러 내라는 트럼프의 적반하장>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트럼프의 이날 발언은 사드 배치의 전제인 미국 부담 원칙을 아무런 설명 없이 뒤집는 것이다. (중략) 사드를 기습 배치한 트럼프 정부가 이제는 사드 비용도 한국이 대라며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 한국의 주권과 한국인의 자존심을 침해하고 무시하는 언동이 아닐 수 없다. (중략) 대선 국면을 활용해 차기 정부를 압박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든다. 사드 배치 때문에 중국으로부터 보복을 당하는 한국의 처지를 아랑곳하지 않는 그의 무신경이 놀랍다. 그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후 중국이 한국을 속국인 것처럼 언급했다고 공개하는 무지를 보인 바도 있다. 한국을 존중하는 뜻이 전혀 없음을 보여주는 오만한 태도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인에 대한 명백한 도발이다. (중략) 한국인들의 안보 불안을 이용하여 협상에서 더 얻어내겠다는 발상이라면 천박한 장사꾼의 수법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중략) 동맹을 앞세우면서 뒤로는 장사로 이문을 남기려는 것은 동맹국을 대하는 정상의 자세라고 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북한 인민군 창군 85주년 기념일인 지난 25일 사상 최대 규모의 군종 합동타격시위를 참관하고 있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국민일보DB


국내 언론들의 거센 비판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취임 100일을 하루 앞두고 진행한 워싱턴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왜 우리가 사드배치 비용을 내야 하느냐”고 반문하며 “한국이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드 비용의 한국 부담’ 입장을 고수한다면 한·미 동맹에 균열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된다. 한·미가 파열음을 낸다면 북한 김정은과 북한을 두둔하는 중국만 양손을 들어 환영할 게 뻔하다.

염성덕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sdyu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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