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공여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28일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9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용 삼성그룹 총수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밀렸습니다. 박 전 대통령의 ‘역사적 재판’을 위해 자신이 그간 재판을 받아온 대법정을 비어줘야 합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금까지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심리에 임했습니다. 하지만 내일(2일)은 312호 중법정으로 밀려납니다. 박 전 대통령의 첫 공판준비기일이 내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김세윤) 심리로 대법정에서 열리기 때문입니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재판이 아니라서 박 전 대통령이 출석할 의무는 없습니다. 본격 재판에 앞서 재판부가 검찰과 변호인 측 의견을 듣고 쟁점과 증거를 정리하는 단계라서 그렇습니다. 그래서 박 전 대통령 출석 여부는 현재로선 불투명합니다. 앞서 박 전 대통령은 법정 공방에 대비해 지난달 28일 변호인 3명을 추가 선임했습니다. 보강된 변호인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서울북부지법 수석부장판사 출신으로 법무법인 유원 대표변호사인 이상철(59·사법연수원 14기) 변호사, 같은 로펌의 남호정(33·변호사시험 5회) 변호사, 보수성향 변호사단체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 사무차장인 이동찬(36·변호사시험 3회) 변호사입니다. 기존 유영하(55·사법연수원 24기) 채명성(39·사법연수원 36기) 변호사를 포함해 변호인단은 총 5명으로 늘어났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이 2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다. 박 전 대통령이 3월31일 새벽 구속영장이 발부돼 서울구치소에 들어서고 있는 모습. 뉴시스

서울중앙지법에는 방청석 150석 규모의 대법정이 1개(417호), 102석 규모의 중법정이 2개(311호·312호), 그리고 대다수 재판이 열리는 40석 규모의 소법정들이 있습니다. 417호 대법정은 그동안 역사적 사건들에 대한 심리가 이뤄진 곳입니다. 1996년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12·12사태 및 비자금 사건이 열렸던 게 대표적입니다. 당시 법원은 국민적 관심과 역사적 중요성을 감안해 두 전직 대통령이 법정에 선 모습을 언론이 촬영하도록 허가했습니다. 지금은 ‘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이곳 417호 법정에서 재판을 받고 있죠.

이재용 부회장 재판은 이번 주에는 내일 하루만 중법정에서 했다가 5월 둘째 주에는 대법정에서 재개합니다. 하지만 셋째 주에는 대법정에서 박 전 대통령의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이 잡힐 전망이어서 이 부회장은 중법정도 아닌 40석 규모의 소법정으로 밀려날 것으로 보입니다. 이 부회장 담당재판부인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진동)는 지난달 28일 9차 공판에서 이러한 사실을 예고했습니다. “5월 2일은 312호 법정에서 할 예정이다.… 5월 두 번째 기일은 대법정에서 진행될 게 확실해서 증인소환계획에 의해 소환장을 보낼 건데 그 이후엔 법정이 변동가능성 있다. 박 전 대통령 공판진행 과정 때문에 아마 소법정에서 진행할 것 같다”고 말입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국정농단 장본인들과 연루자들에 대한 재판이 서울중앙지법에서 쉴 틈 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가장 규모가 큰 대법정에서 하던 재판이 중법정으로, 다시 소법정으로 옮기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뉴시스

하지만 소법정은 대법정에 비해 방청석 규모가 4분의 1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 측 피고인 5명과 변호인 10여명이 피고인석과 변호인석에 앉기도 벅찹니다. 재판부는 이렇게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특검 좌석과 변호인 좌석을 두 줄로 하는 걸 해봤는데 좁을 듯하다. 피고인 변호인 특검 측에서 앉기 불편할 거 같긴 한데 변호인 출석 여부도 그걸 고려해달라”라고 말했던 겁니다. 법정이 좁으니까 출석 인원을 좀 조절해달라는 당부죠.

박영수 특별검사가 이번 ‘삼성 사건’은 세계적으로 관심을 두게 될 세기의 재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는데 법원의 특단 대책이 없는 한 이제 소법정으로 옮겨가야 합니다. 헌정 사상 세 번째로 열리는 전직 대통령 재판을 위해 대법정을 내놓을 수밖에 없게 된 것입니다. 다른 국정농단 재판들이 연일 이어지고 있는 중법정 사용도 쉽지 않다고 합니다. 자칫 관심 있는 일반 방청객들이 법정을 찾았다가 할 수 없이 돌아가는 사태가 빚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박정태 선임기자 jt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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