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선은 사전투표를 통해 어느 때보다 높은 국민적 관심이 확인됐다. 26%의 높은 사전투표율은 10년 만에 80%대 최종 투표율을 기록하리란 기대감을 높여줬다. 하지만 높은 투표율이 누구에게 유리할지는 미지수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국민의당 안철수,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물론 바른정당 유승민, 정의당 심상정 후보도 투표율에 기대를 걸며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하고 있다.

정작 중요한 것은 전체 투표율 수치보다 연령대별 투표율이다. 최근 몇 차례 선거에서 뚜렷이 나타났던 '세대 투표' '세대 대결' 현상이 이번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지지율 1위를 고수해온 문재인 후보는 젊은층에서 높은 지지를 받지만 장년층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인기를 뒤집지 못한 상태다. 선거 막판 홍준표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한 것은 보수 성향의 장년층이 결집한 효과로 분석되고 있다.

어느 연령대가 투표소에 많이 가느냐. 선거 결과의 향배를 좌우할 이 변수는 역대 대선의 연령대별 투표율을 통해 가늠해볼 수 있다.

◇ '3김 시대'와 그 이후… 역대 투표율

민주화 이후 대통령선거 투표율은 '3김 시대'와 그 이후로 나뉜다. 대통령 직선제가 전격 실시된 1987년 13대 대선은 무려 89.2%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김대중 김영삼 김종필의 '3김' 정치인이 모두 출마했을 때다. 유권자 2587만명 중 2306만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김영삼 대통령이 탄생한 1992년 14대 대선은 81.9%,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된 1997년 15대 대선은 80.7%였다. 투표용지에 '3김' 정치인의 이름이 있던 13~15대 대선 투표율은 모두 80%를 넘겼다.

이들이 사라진 16~18대 대선에선 60∼70%대에 그쳤다. 노무현 대 이회창의 대결이던 2002년 16대 대선 투표율은 15대보다 10%포인트가 뚝 떨어진 70.8%였다. 이명박-정동영 후보가 맞붙어 일찌감치 승부가 갈렸던 17대 대선은 63.0%로 민주화 이후 가장 낮았다.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가 맞붙은 18대 대선은 보수와 진보의 진영 대결, 젊은층과 장년층의 세대 대결이 벌어져 75.8%로 뛰어올랐다. 하지만 80% 벽은 넘지 못했다.

19대는 대선 사상 처음 도입된 사전투표에서 이미 1100만명이 넘는 유권자가 한 표를 행사했다. 26.06%의 투표율이 벌써 확보돼 있다. 3김 시대 같은 '80%대 투표율'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민주화를 가져온 6월 항쟁 직후의 13대 대선처럼 박근혜정권을 무너뜨린 촛불시위 직후의 선거여서 1987년 89.2% 기록에 도전할 만하다는 기대도 있다.

◇ 늘 높았던 장년층 투표율

2012년 18대 대선의 연령대별 투표율은 20대 68.5%, 30대 70.0%, 40대 75.6%, 50대 82%, 60대 이상 80.9%였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투표율도 높았다. 특히 50대 이상 장년층은 '3김 시대'에 버금가는 80%대 투표율을 기록했다. 이 연령대에서 높은 지지율을 보였던 당시 박근혜 후보는 이 같은 연령대별 투표 성향의 수혜자였다.

2007년 투표율도 마찬가지였다. 전체 투표율이 63.0%에 그친 상황에서 20대는 46.6%로 50%를 밑도는 투표율을 보였다. 30대 55.1%, 40대 66.3%였고, 50대가 76.6%로 가장 높았으며 60대는 엇비슷한 76.3%였다. 일찌감치 승패가 예상됐던 선거여서 투표 참여율이 저조했지만 장년층 우위의 투표율 구조는 바뀌지 않았다.

1997년 이후 선거마다 이런 추이는 반복됐다. 30대 이상이 모두 80%대 투표율을 나타냈던 1997년 대선에서 20대는 유독 68.2% 투표율에 그쳤다. 2002년 대선은 20대가 56.5%, 30대가 67.4%였고, 40대는 76.3%, 50대는 83.7%를 기록했다.

투표율이 높으면 진보적 후보에게 유리하다는 건 그동안 정설로 받아들여졌다. 높은 투표율은 장년층보다 투표 참여도가 낮은 젊은층이 많이 투표했다는 뜻이었다. 20대와 60대 이상의 투표율을 비교하면, 1997년 68.2%와 81.9%, 2002년 56.5%와 78.7%, 2007년 46.6%와 76.3%, 2012년 68.5%와 80.9%로 늘 60대 이상이 큰 격차로 우위를 보였다. 

따라서 이번 대선의 투표율이 80%를 웃돌 만큼 높아진다면 젊은층의 적극적인 참여, 즉 진보적 후보에게 유리한 상황으로 해석할 수 있다.

◇ 달라진 유권자 분포… 30대 이하 35%, 50대 이상 44% 

하지만 이를 단정하기 어렵게 만드는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다. 급속한 고령화로 장년층 유권자 수가 젊은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게 늘어났다. 이번 대선 유권자의 연령별 분포를 보면, 60대 이상이 24.4%로 가장 많고, 20대가 15.9%로 가장 적다. 50대 이상 장년층을 합하면 44.4%가 되지만, 30대 이하 청년층은 다 더해도 35.1%에 그친다.

청년층과 장년층 투표율이 똑같이 상승할 경우 장년층 표의 파괴력이 더 큰 상황이 됐다. 청년층 투표율 상승의 위력이 예전처럼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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