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하려면 이 목회자처럼 “3년간 교회 근처 오지 않겠다”


‘은퇴예배를 드린 뒤 멀리 이사하겠다. 최소 3년은 교회 근처에 오지 않겠다. 공적으로는 성도들도 만나지 않겠다.’

정년을 5년 앞두고 조기 은퇴하는 경기도 평택 동산교회 이춘수(65) 목사가 후임을 청빙하며 교회 홈페이지(dongsan-church.or.kr)에 올린 공개편지의 내용이다. 원로목사와 후임 목사 간 갈등이 드물지 않은 가운데 후임 목회자에 대한 배려가 담겨있는 글이다.

1985년 8월 19일 동산교회 6대 담임목사로 부임한 뒤 33년 동안 사역한 이 목사는 올해 만 65세를 맞아 조기은퇴를 결정했다. 교회 홈페이지에 ‘동산교회에서 담임목사님을 모십니다’라는 제목의 공지를 올린 그는 딱딱한 문구의 광고 대신 ‘예비 후임목사’에게 띄우는 편지를 썼다.


동산교회에서 목회했던 시간이 무척 행복했었고 교인들의 사랑으로 목회했었다며 글을 시작한 이 목사는 “가장 행복하고 감사한 지금 담임목사직을 내려놓겠다. 신실한 도구로 쓰임 받을 목사님을 모시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12월 첫 주 은퇴예배를 드리고 교회 근처를 떠나 멀리 이사할 것이고 최소 3년은 생명처럼 사랑하던 교회 근처에도 오지 않을 것이며 공적으로 성도를 만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후임목사님이 목회에 잘 뿌리내리시고 마음껏 주의 사역을 감당하시도록 기도만 하겠다”고 밝혔다.

이 목사는 9일 전화 통화에서 “떠날 때가 돼 떠나는 것이고 특별할 것도 없다”면서 “아마 은퇴를 앞둔 다른 목사님들의 마음도 나와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언젠가부터 기억력이 나빠져 심방 갈 때 실수하지 않으려고 자녀들의 이름을 손바닥에 적어서 다니기 시작했다”며 “점점 부족한 게 많아지는 저보다 준비가 잘 돼 있는 후배목사가 동산교회를 목양하는 게 맞다”고 했다. 이 목사는 은퇴 후 교회에서 차로 50여분 걸리는 수원 광교로 이사한다. 그는 “혹여 장로님들이 교회를 돌보다 고민이 생겼다고 원로목사를 찾을까 싶어 평택을 떠나기로 했다”면서 “원로목사를 찾지 말라는 상징적인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 목사는 은퇴 후 해외선교지를 심방하는 도우미 역할을 하며 스스로롤 돌아보는 시간도 가질 생각이다. “선교사님들이 사역하는 선교현장을 찾아가 현지 아이들에게 맛난 음식을 대접하는 좋은 할아버지가 되고 싶습니다. 기회가 되면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65년을 살아 온 내 모습도 돌아보고 싶네요.”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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