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에버랜드에 갈 만반의 준비를 했었다. 하지만 미세먼지에 비예보까지 겹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실망한 아이들을 데리고 분당의 잡월드라는 곳을 가기로 했다. 직업체험을 좋아하는 윤영이는 신이 났고, 인영이는 거기도 에버랜드라는 아빠 말에(에버랜드 못간다고 울었음) 덩달아 흥분했다.
인영이가 소방관 체험에서 불을끄고 강아지를 구출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인영이 장래희망은 소방관이 됐다.

처음 가본 잡월드는 넓고 쾌적했다. 금요일 오후 타임이어서인지 아이들이 많지 않아 줄 서지 않고 원하는 체험을 마음대로 할 수 있었다. 윤영이와 인영이는 참 달랐다. 윤영이는 은행원, 성우, 피자만들기 등을 가는데, 인영이는 마트직원부터 시작해 건설노동자, 자동차정비사, 택배직원 등을 택했다. 각 체험마다 30분정도 소요되는데 앞에 15분의 이론수업에서는 지겨움을 감출 수 없는 표정을 짓다가 실습에 나서면 눈빛이 빛났다.
각 체험장의 선생님들은 한글도 모르고 유치원도 안다녀 수업에 익숙하지 않은 인영이를 친절히 가르쳐줬다. 자동차정비사 선생님은 자격증에 ^^ 표시까지 그려줘 인영이를 더욱 즐겁게 해줬다.
자매가 택배직원으로 변신했다. 진짜 움직이는 차량을 타고 배달임무 완수.

출근한 일요일, 우연히 비정규직 통계를 보게 됐다. 잡월드는 고용노동부 산하 공공기관인데 직원 10명 중 9명은 비정규직이었다. 그 비율은 88.4%로 전체 공공기관 중 6번째로 높았다. 어린 아이들에게 장래희망의 꿈을 심어주는 직원들이 정규직이라면 아마 찾아오는 아이들에게 더 밝고 즐겁게 직업의 세계로 안내해주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니는 성우, 요리사 등을 체험한 반면, 인영이는 자동차정비원, 소방관, 건설기능공 등을 택했다.

먼 훗날, 소방관이든 택배직원이든, 정비사든 인영이가 어떤 직업을 택하든 전적으로 응원하고 지지해줄 것이다. 다만 인영이가 직업을 택할 때는 땀 흘리는 직업들이 그만큼만큼 정당한 대우를 받는 시대가 됐으면 좋겠다.
정규직으로 전환된다는 대통령의 말에 눈물을 흘리는 인천공항공사 비정규직의 모습을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로 얘기하는 게 인영이를 포함해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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