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워투렉스닷컴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사이판을 일본 폭격의 전초기지로 삼았다. 사이판은 일본과 가까운 위치만으로 미군의 가장 적합한 폭격기 활주로이자 격납고였다. 1944년 여름 사이판전투는 태평양전쟁의 전세가 미국 쪽으로 완전히 넘어간 분수령이 됐다. 이 전투에서 해변에 상륙하지 못하고 바다에 반쯤 잠긴 채 73년 세월을 보낸 미군 셔먼탱크는 지금 북태평양의 아름다운 섬 사이판을 상징하는 랜드마크가 돼 있다.

1. 셔먼탱크는 무엇인가

미국은 20세기 초반 ‘세계의 공장’으로 불릴 만큼 막강한 생산력을 과시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군이 승리한 결정적 원인 역시 유럽·태평양전선으로 끝없이 무기를 보급한 미국의 생산력에 있었다. 셔먼탱크는 당시 미군 등 연합군의 주력 전차 중 하나였다. 이름은 미국 남북전쟁에서 북군의 영웅 윌리엄 셔먼에게서 따 왔다. 정식 명칭은 M4 셔먼(M4 Sherman). M4는 제식부호다.

셔먼탱크는 1940년 고안돼 이듬해부터 생산됐다. 실전 배치는 1942년부터 이뤄졌다. 개량을 반복하면서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종전까지 4만9234대가 생산됐다. 주무기는 75㎜ M3포 또는 76㎜ M1A1·A2포, 보조무기는 기관총이었다. 탑승자는 5명. 셔먼탱크는 유럽·아프리카전선의 나치 독일군 티거탱크 앞에선 다소 무기력했지만, 태평양전쟁에서 일본군 탱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했다. 1950년 발발한 한국전쟁에서 투입됐고, 1973년 끝난 제4차 중동전쟁까지 사용됐다.

월드워투렉스닷컴

2. 셔먼탱크, 왜 사이판 앞바다에 잠들었나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군은 한때 남태평양까지 세력을 넓혀 호주 북부 바로 앞까지 진격했다. 하지만 1941년 하와이 진주만 공습을 계기로 미국의 참전을 유발했고, 그 결과는 퇴각의 반복이었다. 북쪽으로 후퇴할수록 미군은 일본 열도로 다가왔다. 그렇게 제국주의 일본의 숨통을 조였다. 사이판은 일본군이 허용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주둔지였다. 이곳을 빼앗기면 일본 열도가 미군 폭격기의 공습으로 불바다로 바뀔 것은 ‘불을 보듯’ 뻔했다.

사이판의 일본 주둔군은 3만2000명. 북진을 계속하던 미군은 1944년 6월 11일부터 나흘 동안 사이판으로 전투기를 발진하고 함포를 퍼부어 일본군 병참과 전투기를 무력화했다. 그리고 같은 달 15일 아침 6만7000명의 병력과 전차들을 투입해 상륙작전을 개시했다. 일본군은 상륙하는 미군을 향해 기관총과 곡사포를 퍼부어 저항했다. 사이판 서부 해변에서 300m 떨어진 바다에 반쯤 잠긴 셔먼탱크는 이때 일본군의 포격으로 반파돼 멈춘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 사이판까지 비행기로 약 4시간 거리다(왼쪽). 오른쪽은 사이판 올레아이 및 수수페 해변의 위치. 구글 지도

3. 인류의 비극이 남긴 태평양의 놀이터

일본은 20세기 제국주의 시절 전쟁의 광풍에 휩싸였다. 한국 중국 대만 동남아시아 등 주변국에 대한 침략을 정당화하면서, 정작 미국 영국 등 연합군을 침략자로 규정해 국민을 세뇌했다. 사이판전투에서 미군에게 쫓겨 퇴각을 거듭하던 1944년 7월 7일 북부 절벽에서 스스로 뛰어내려 목숨을 끊은 일본 주둔군과 민간인들은 제국주의 일본의 광기의 결과였다. 만세절벽으로 불리는 곳이다. 제2차 세계대전은 파시스트에게 전쟁의 소모품으로 이용당한 독일 이탈리아 일본 등 추축국 국민에게도 비극이었다.

지구 전체를 화약고로 만든 제2차 세계대전이 1945년 종전하면서 사이판은 미국령으로 편입됐다. 지금은 북태평양을 대표하는 관광 명소다. 형형색색의 열대어가 헤엄치는 에메랄드빛 바다, 우기만 피하면 강렬한 태양빛과 뭉게구름을 수채화처럼 담은 파란 하늘을 만날 수 있다. 관광객의 대부분은 한국 일본 중국 미국인이다. 한국에서 비행 소요시간은 약 4시간이다. 바다에 잠긴 셔먼탱크는 사이판 서남부 올레아이 및 수수페 해변에서 만날 수 있다.

국민일보 더피플피디아: 사이판의 셔먼탱크 #YOLO

더피플피디아는 국민(The People)과 백과사전(Encyclopedia)을 합성한 말입니다. 문헌과 언론 보도, 또는 관련자의 말과 경험을 통해 확인한 내용을 백과사전처럼 자료로 축적하는 비정기 연재입니다. 여행과 취미는 키워드에 #YOLO(You Only Live Once)를 붙여 분류하고 있습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