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iver's High(라르크 앙 시엘), Endless Rain(엑스 재팬) 같은 일본 록음악을 라디오에서 듣고 싶었다. 여러 번 신청했지만 한 번도 디제이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그러고 보니 일본 음악을 라디오에서 들은 적이 없었다!한 독자가 취재대행소 왱에 이런 취재 의뢰를 보내왔다. “왜 라디오에서는 일본음악이 나오지 않나요?”


일본어 가사가 금기?

 라디오나 방송에서 일본음악이 문제가 되는 건 일본어 가사 때문이다. KBS 심의부는 일본어 가사가 포함된 곡을 ‘부적격’ 처리한다. 일본 음악이라도 가사가 없거나 영어로 돼 있다면 상관없다. 같은 이유로 우리나라 노래도 가사에 일본어식 표현이 있으면 KBS 전파를 탈 수 없다. 2014년 걸그룹 크레용팝의 ‘어이(Uh-ee)’는 후렴구에 등장하는 ‘삐까뻔쩍’이 일본어식 표현이란 이유로 사전 심의에서 방송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삐까’는 ‘ぴかっ’라는 일본어 부사에서 비롯된 말로 번쩍인다는 뜻이다.

 SBS와 MBC도 마찬가지다. 한 공중파 라디오 PD는 “새벽 시간대에 몰래 한 두 곡정도 틀어버리는 PD도 있는 걸로 안다”고 귀띔했다.

가깝고도 먼 일본 문화

 방송사들이 일본 대중문화에 빗장을 건 것은 원래 정부 방침 때문이었다. 정부는 국민들의 반일감정을 고려하고, 우리 문화를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일본 대중문화의 침투를 막았었다. 그러다 1998년 10월 20일 일부 일본 영화·비디오 콘텐츠의 개방을 허용했다. 이때부터 일본 문화에 대한 벽이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99년 9월 10일 영화와 공연, 출판물에 문호가 열렸고 2000년 6월 27일에는 개방 범위가 대폭 확대됐다.

 일본 대중문화 개방은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이 문제가 됐던 2001년 7월 중단됐다가 2004년 1월 1일 재개됐다. 이때 영화 음반 게임이 전면 개방됐다. 다만 지상파 방송에서 일본 대중가요를 틀 때는 단서가 붙었다. 일본 가수의 국내 공연이나 방송에 출연한 것만 방영할 수 있었다. 현재는 이 규제가 방송통신위원회 의결 사항으로만 남아있다. 강제력은 없지만 지상파 방송 3사 모두가 자발적으로 준수하는 사항이다. 

 임진모 대중음악 평론가는 “문화는 쌍방향 소통이어야 하는데 한일 간 문화 교류는 그렇지 못하다”며 “일제 강점기로부터 시간이 많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대중가요의 지상파 방송 금지는) 여전히 우호적이지 않은 국민 정서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절만큼 인식도 변했나

 ‘한류’가 증명하듯 우리 대중문화는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우리 문화가 일본 문화에 잠식될 수 있다는 건 기우에 가깝다. 다만 위안부 문제 등으로 반일감정이 심화되고 있어 지상파 방송에 일본 대중가요가 등장하기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반일감정에도 불구하고 애니메이션 영화 ‘너의 이름은’처럼 콘텐츠만 좋다면 충분히 수용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상업 논리로만 볼 수 없는 민감한 사안인 만큼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의 등가교환은 국경을 넘어 영혼이 오가는 길이다.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2012년 9월 18일 아사히신문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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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민 기자 김태영 인턴기자 이재민 디자이너 suminis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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