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곡하와이 제공

솔직히 무서웠습니다. 유치원생 때 엄마와 함께 탔던 하늘자전거 안에서 말이죠. 옆에 나란히 앉은 엄마는 “무섭지 않냐”고 물었습니다. “하나도 무섭지 않다”고 말하긴 했지만 무서웠습니다. 기억조차 흐릿한 1985년 전후 하늘자전거 안에서 가장 선명하게 남은 감정은 이전까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공포입니다.

페달을 부지런히 밟아 높은 철로 위에서 탈출하겠다는 승부욕이 발동했습니다. 하지만 아래를 볼 때마다 무너졌습니다. 전신이 산산조각날 것만 같은 두려움에 휩싸였습니다. “우리 아들 참 용감하다”는 엄마의 한마디가 붕괴 직전의 정신을 가까스로 붙잡아 도착지점까지 이끌었습니다. 엄마가 지금의 나보다 젊었던 시절입니다.

부곡하와이 하늘자전거에서 벌였던 사투는 유년기를 추억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입니다.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30년도 더 된 전율에 대한 기억일 수도, 어머니 아버지가 젊었던 시절에 대한 향수일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처음 경험한 휴양시설을 지금까지 잊지 못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 시절 부곡하와이는 화려하고 풍요로운 곳이었습니다. 인공 야자수와 맹수 인형에 둘러싸여 형형색색의 튜브를 사용해 물장구칠 수 있는 곳은 우리나라에서 부곡하와이가 유일했습니다. 바다나 하천에서 속옷 차림으로 검은색 튜브에 매달린 아이들이 물놀이 풍경의 전부였고, 비행기 탑승조차 쉽지 않아 해외 휴양지를 경험한 사람이 많지 않던 시절입니다.

부곡하와이는 1979년 경남 창녕군 부곡면에서 개장했습니다. 워터파크와 놀이기구는 물론 온천 식물원 박물관 공연장까지 관광 기능을 대부분 갖춘 휴양시설입니다. 서울랜드와 롯데월드가 개장한 1980년대 후반까지 부곡하와이의 위상은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어린이나 어르신들의 단체관광지 1순위였죠. 연간 200만명씩 방문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캐리비안베이 등 기업형 워터파크가 등장한 1990년대 후반부터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더 크고 화려하게 지은 워터파크 앞에서 부곡하와이의 작은 몸집은 초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해외여행 인구도 늘었습니다. 부곡하와이를 향한 발길은 자연스럽게 줄었습니다. 변화에 소극적이었던 경영은 몰락을 부추겼습니다.

입장료는 저렴한 편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워터파크에서 유일하게 음식 반입도 가능했습니다. 큰돈을 들이지 않고 즐길 수 있는 곳이었죠. 문제는 크게 개선되지 않은 시설에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부곡하와이를 ‘20세기 시설에 21세기 가격’으로 인식했습니다. 지난해 방문객은 24만명. 한창 때보다 10분의 1로 줄었습니다. 경영난은 계속됐습니다.

부곡하와이는 28일 영업을 끝으로 폐장했습니다. 수영장엔 물 한 방울 남지 않았고, 놀이기구는 모두 운행을 중단했습니다. 어렸을 때 그렇게 높아 보였던 하늘자전거도 녹이 슨 채 멈췄겠지요. 어른이 돼 하늘자전거 사진을 다시 보니 별로 무섭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서글픕니다. 이제 먼지 자욱한 앨범의 빛바랜 사진 속 추억으로 남을 것입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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